강철 무지개
최인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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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불안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미래 사회를 그린 소설이나 영화들을 주변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아니 안타깝게도 그 작품들 속 미래 사회는 매우 암울하기만 하다. 세계는 거듭 발전을 해왔고, 앞으로 더욱 빠르게 성장해 갈 것임에 틀림없음에도 우리가 상상하는 머나먼 미래에는 왜 '희망'이란 것이 존재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이 바로 이 소설에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소설 속 사회의 가장 큰 축은 'SS 울트라'라는 대기업이다. 그렇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라도 아마 그 기업을 떠올렸겠지. SS를 비롯한 몇개의 대기업은 에너지 돔이란 거대한 집합 거주지구를 구축하여 모든 생활을 그 안에서 영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그 모든 것을 책임진다. 하지만, 그 거대한 괴물은 이를 교묘히 이용하여 인공의 거대한 자본 속에 인간들을 가두고 주인공들은 소비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이 소비되고 만다. (그들에게 허용된 삶의 방식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그것은 그들 자신도, 삶도 부정해야만 비로소 가능해지는, 삶이 없는 삶, 이를테면 캄캄한 삶, 삶이 아니라 생존이었다. 삶을 버려야만, 그들 스스로를,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비로소 아슬아슬 생존이라는 밧줄에 매달려 있을 수 있었다. - 본문 중에서)

 

  이런 사회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네명의 젊은 남녀가 주인공이다. ss울트라마켓 계산원인 지연(지니), 서울클라우드 익스프레스에서 비정규직으로 화물을 운반하는 재선(제임스), 재선의 보조로 그날 하루만 하산까지 화물을 배달해야하는 의문의 여인 혹은 사내 안영희(멜라니), 간호사 아이리스.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하지만 소비되고 소비되는 생존이란 공통점을 지닌 이 네 인물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들의 복잡하고 아픈 관계들이 드러난다. 이런 점은 살짝 추리소설적 요소가 드러나기도 하여 가독성을 높이기도 한다.

 

  그럼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어찌하여 미래를 이야기하는 여타 소설이나 영화들은 미래를 전부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로 그려놓는가? 답은 간단다하. 미래를 예측하는 척도는 과거, 그리고 '현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매우 씁쓸하게도 우리가 사는 현재의 이 시점이 너무도 암울하기에 이런 시점에서 예측해보는 미래 역시 한없이 암울하기만 한 것이다.

 

  이 책의 띠지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괴물같은 세계, 2105년의 대한민국. 생생한 디스토피아를 그리다." 이 문구 중 괴물같은 세계, 생생한 디스토피아를 그린다는 확실한 사실이지만 '2105년의 대한민국'이란 문구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2105년, 지금으로부터 90년후의 대한민국이라니! 작가는 실로 엄청난 뻥쟁이다. 이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아마 누구나 절실히, 그리고 매우 씁쓸하고도 아프게 깨달았으리라, 이 이야기는 바로 우리가 사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얘기하고 있단 것을.

 

 이육사 시인은 절정이란 시 말미에 '겨울은 강철로된 무지갠가 보다.'라고 노래했다. 최인석 작가 또한 이 소설의 제목을 여기서 따왔다. 책의 제목은 책의 주제와 직결된다. 책 속 미래(...라고 쓰고 현재라고 읽어야 하리라.)는 춥디 추운 '겨울'이고 '강철'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비참함 속에서 무지개(희망 혹은 바꿔나가려는 의지)를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아마 2105년까지 살긴 힘들 것이다. 때문에 실제로 이 소설속과 같은 세상이 펼쳐질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시절의 후손들이 이 책을 읽고 비웃어 주었으면 좋겠다. 유토피아의 그때 이 소설은 그저 '허구'로만 남기를 간절히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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