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틀 스타일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
배명훈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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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6 가마틀은 저녁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멍하니 바다 위로 떨어지는 해를 마음에 옮겨 담고 있었습니다. 하늘 폴더에서 마음 폴더로. 아날로그 지구의 하늘로부터 디지털 자아의 마음속으로.

 

 

나에게 물었다.

오늘 하룻동안 하늘을 본 적이 있던가?

대답은 NO.

 

무에 그리 여유가 없어 하늘 한번 바라보지 못했을까?

그 황홀한 푸르름을 마음에 담아 보는 여유조차 없었을까?

과연 여유가 없었던걸까?

 

아니, 아니다.

단지 '마음'이 없었던 거다.

 

나란 '사람'에게 없는 그 '마음'이란 것을 가마틀이라는 '로봇'은 가지고 있었다.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누가 로봇이고 누가 사람이란 말인가?

 

 

가마틀은 강력한 전투용 로봇이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전장에 나갔을 때 그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발휘할 그 순간이 왔음에 기뻐한다. 하지만 어떠한 문제로 인하여 전장을 일탈하게 되고, 하여 그는 쫓기게 된다. 그리고 그의 전투 로봇으로서의 운명은 다른 어떤 것으로 점점 바뀌어 간다. 그리고 그는 하늘의 푸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이란 것을 갖게 된다.

 

p.97

"미래가 안 보일 정도로 비참한가요?"

"설마! 그런 건 아니래도. 하지만 음. 이렇게 정리해두자. 네 삶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네 스스로 다시 정하게 될 거야. 그런 방식으로 달라질 거야."

 

 

혹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란 것을 탓해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 아주 수도 없이 많다.

 

그 '운명'이란 것을 끝내 감내하겠다며 용기를 내어 본 적은 있는가?

아니, 그저 한탄만 하다 말았다.

 

그렇다. 그것이 바로 '가마틀'과 나(또는 당신)과의 중대한 차이이다.

 

우리는 가마틀에게 배워야 하지 않을까?.

'운명'을 감내하며 '삶'을 즐기는 지혜를.

 

하여 기계나 로봇이 아닌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p.103 가마틀이 그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한 순간을 상상해봅니다. 운명이 세상 밖으로 스르르 새어나가게 만들고, 그렇게 펼쳐진 새로운 운명이 다시 자아를 죄어오는 일을 덤덤하게 하나하나 받아들여가는 모습을 생각해봅니다.

 

 

인간이 만든 '로봇' 주제에 '인간'들을 참으로 부끄럽게 만들었던 가마틀.

그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나도 한번쯤 납치해 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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