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주식회사
사이먼 리치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하느님이 최고 경영자로, 천사들이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천국 주식회사. 하느님은 과거에 심심하고 무료해서 지구를 만들었지만 인간들의 하찮은 기도가 조금은 지겨워져 지구를 없애기로 결심했다. 크레이그라는 워커홀릭 천사와 신입 사원 일라이자는 자신들의 업무인 '기적만들기'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인간들에게 무한한 애정이 있어 하느님의 지구 파괴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하느님과 내기를 한다. 하느님 집무실에 산처럼 쌓여있는 인간들의 기도 중 단 한건만이라도 한달 안에 해결을 한다면 그 계획을 중지하겠노라 선언한 것이다. 크레이그와 일라이자가 심사숙고하여 고른 기도는 샘과 로라의 이어주기. 샘도 로라에게 호감이 있고, 로라도 샘에게 호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둘은 너무도 용기가 없어 수년 동안 대화를 나눈 경험조차 몇번 안되는 답답하기만한 커플 아닌 커플이다. 과연 이들은 데이트를 하게 될 것인가!!!

 

크레이그와 일라이자의 샘과 로라 이어주기 프로젝트는 흡사 시라노 연애 조작단이란 영화와 비슷했다. 그 무대가 천국으로 바뀌었을 뿐. 정말이지 심각할 정도로 답답한 샘과 로라의 행동 덕에 크레이그와 일라이자에 빙의 되어 순간 순간 욕이 튀어나올 뻔도 했다. 그런데 또 그 답답한 와중에 그들 관계가 아슬아슬하기 짝이 없어 간절히 이어지길 바라며 애타하는 내 모습에 실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인간이란 자신들이 참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참 어리석고 하찮은 존재이다. 하느님이 심심해서 만들었다가 지겨워지니 없애버릴까...하는 한마디에 사라져버릴 수 있는 존재들이니 말이다. 하지만. 모자라서, 한심해서, 멍청해서, 어리석어서....그렇기에 더욱 사랑스럽고 깜찍한 존재라는 메시지.

 

연초에 가볍고 즐겁고 유쾌하게 읽기에 좋은 소설이었다.

 

덧) 나는 이제 열심히 물수제비 뜨는 연습을 할 거다. (이유는 직접 책 속에서 찾아보시길! ㅋㅋㅋ)

 

 

 

p. 243 빈스는 지구본을 스캔했다. 사람들이 도처에서 신문을 넘기고, 어려운 질문들을 해대며, 그날의 쟁점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웃었다. 인간들은 자신들이 이성적인 존재로서, 자신들의 가치관과 신념 체계를 따라 산다고 믿고 있었다. 사실, 그들이 내리는 거의 모든 결정을 좌우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아침에 뭘 먹었는지, 잠을 잘 잤는지 못 잤는지, 그리고 최후의 만족스러운 오르가슴이 얼마나 오래전 일인지가 그것이었다.

p. 309 큰 표지판을 하나 만들기 바라네. 자네가 이제껏 만든 것 중에서 가장 큰 것으로 말이야. 그리고 거기에 <하느님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써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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