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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플러스 원 - 가족이라는 기적
조조 모예스 지음, 오정아 옮김 / 살림 / 2014년 11월
평점 :
<베스트셀러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조조모예스의 '미 비포 유'라는 소설은 아마 올 한해를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소설이 아닐까 한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어떤 멋진 재벌남과
평범하기 그지 없는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 사실 이런 류의 소설은 전혀 내 취향이 아닌데, 그 열기가 너무도 뜨거웠던지라 어떤 소설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사람 심리가 원래 그런 법이지 않은가. 마치 허니버터칩 대란처럼 말이다. 게다가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 감성이 촉촉해지는
소설이 읽고 싶어지기도 하고 말이다. 해서 미비포유를 읽어 보려던 찰나, 같은 작가의 신간이 출간되었음을 알게 되고 원래 뒷북 역주행이 특기인
나는 미 비포유에 앞서 '원 플러스 원'이라는 신간을 먼저 읽기로 했다.
<다중 서술자의 매력>
나는 시점이 다중적인 소설들이 참 좋다. 각각의 인물들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각 인물들의 개성을 잘 살릴 수 있고 그렇기에 각
인물들에게 더욱 공감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소설도 다중적인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 된다. 청소부&바텐더의 투잡을 뛰며 가족들의 생계를
힘겹게 책임지고 있는 싱글맘 제스, 머리는 새까맣게 염색하고 눈에 진한 아이라이너를 그리고 다니며 게이로 오해 받아 따돌림을 당하는 소년 니키,
초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에서 가르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수학 능력을 갖고 있는 천재 소녀 탠지, 유능한 소프트웨어 개발자이자 한 회사의
경영인이었지만 작은 실수 하나로 큰 위기에 봉착한 에드가 그들이다. 거기에 서술자는 아니지만 서술자들만큼이나 중요한 인물로 미친 존재감을
자랑하는, 돼지인지 개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덩치가 크고 특기는 침흘리기와 방귀 뀌기인 탠지의 애완견 노먼까지. 다섯 인물들 모두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개성들을 자랑하며 매력을 발산한다.
<여행이라는 로맨틱한 장치>
이 소설은 일종의 기행 소설이다. 영국의 남부 끝에서 북부 끝까지의 3박 4일 동안의 여정. 그리고 이들의 여행은 곧 일탈을 의미한다.
제스는 경제적 압박감으로부터의 일탈, 탠지와 니키는 피셔라는 악의 무리로부터의 일탈, 에드는 현재 자신에게 떠 안겨진 회사 문제와 아버지
문제로부터의 일탈. 하지만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듯, 어디 여행이 편하고 즐겁기만 하겠는가? 비록 3일이지만 3년쯤은 흘러버린 것 같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그리고 그러하기에 그들의 관계는 점점 끈끈해져 가는 것이다. 남녀 사이에서는 불꽃도 튀고 말이다. 낯선 남녀가
짧은 시간 동안 사랑에 빠지는데 여행만한 장치가 또 어디 있겠는가? 원래 여행이란 것의 묘미는 이것이 아니겠는가? 이 소설은 그런 여행이라는
장치를 백분 활용하고 있다.
<식상하지만 괜찮아>
사실 이 소설의 큰 줄거리는 우리가 익히 보아오던 트렌디 드라마와 비슷하다. "에이, 말도 안돼!" 라고 외치면서도 어느새 주인공에 몰입해
같이 울고 웃고 가슴 설레게 되는 그런 드라마 말이다. 그래서 늘 비슷비슷하게 느끼지만 그게 또 중독성이 있어서 자꾸 보게 되는 그런 로맨스
드라마. 그런 드라마를 볼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책을 읽었다. 책을 읽는 중간쯤 어디선가부터 제스에게 몰입하여 에드와 사랑에 빠지고 에드를
생각하며 설레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트렌디 드라마는 즐겨보지만 로맨스 소설은 잘 안읽는 편이다. 이상하게도 영상이 아닌
활자로 그러한 것(?)들을 접하면 내 스스로 오글거려 못견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러한 오글거림이 거의 없었다. 이는 아마
유치함과 식상함을 자연스러운 문체로 감추어버리는 작가의 역량 덕분인듯 하다.
<원 플러스 원의 의미>
처음 책의 제목을 보고 대형 마트 할인 상품을 떠올렸다. 아마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해서 제목이 담고 있는 의미가
과연 무엇일지 굉장히 궁금했다. 그리고 답은 매우 간단했다. 인간과 인간,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였다. 이는 비단 제스와 에드의 만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제스와 딸인 탠지의 만남이기도 하고 제스와 니키(니키는 제스의 전남편의 아들이다. 정작 아버지가 버린 아들을 제스가 키운다.)의
만남이기도 하며, 니키와 그와 같은 종족들간의 만남이기도 하다. 즉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 우리 사람들은 같은 사람들에게 상처받지만 또한 같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으며 살아간다. 현실은 참으로 각박하지만 또한 따뜻한 사람들이 있어 살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36.5도의 사람의 체온은 그리
뜨거운 온도는 아니다. 하지만 한 사람과 또 한 사람이 만나 온기에 온기를 더하고 또 한 사람이 만나 온기를 더하여 만들어진 그 온기를, 그
비싸다는 명품 구스다운이 이에 비할 바 있겠는가?! 이 소설은 그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함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급격하게 추워져 외출이
꺼려지는 요즈음 따뜻한 유자차 한 잔 곁에 두고 읽으면 마음과 더불어 몸까지도 따뜻해지는 소설이 될 것이다.

p.290 YOLO (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번 뿐이다.
p.444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 있기를 원하면 결국에는 어떻게든 그들에게로 가니까.
p. 550 대수의 법칙과 결합한 확률 법칙에 따르면, 불리함을 극복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어떤 일을 점점 더 많이 반복해야 한다고 한다. 더 많이 할수록 성공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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