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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곰탕 1~2 세트 - 전2권 -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SF 스릴러의 제목이 곰탕이라니...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데... 그래서 출간 당시 썩 관심이 가지 않았던 작품인데... 입소문을 타고 타고 베스트셀러에 등극되고... 주변에서 들리는 호평 일색...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정말이지 재밌고, 웃기고, 그런데 슬프고, 찡하고, 소름 돋으며 결국 감동으로 마무리 된 소설.
제목이 곰탕인 이유는 이렇습니다. 작품의 배경은 2064년...미래를 그리는 소설들이 늘 그러하듯 2064년의 대한민국은 역시나 디스토피아입니다. 시시때때로 쓰나미가 덥치고, 온갖 전염병이 돌아 결국 인간 아닌 동물들은 멸종을 시켜 단백질 섭취를 위한 이상야릇한 동물만을 유전자 변이를 통해 탄생시켜 기르지요. 하지만 이 동물로는 결코 그 진한 '곰탕' 맛을 낼 수가 없습니다. 우환이 일하고 있는 식당의 주인은 그 먼 옛날 먹었던 곰탕 맛을 잊지 못해, 결국 우환을 과거 여행을 보내게 됩니다. 가서 곰탕을 끓이는 법을 배워 오라고, 고기도 구해 오라고... 과거로의 여행은 가능해졌지만 이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아주 위험한 일.... 그렇지만 우환은 떠납니다. 고아원에서 자란 그에겐 가족도 연고도 없었기에 삶에 대한 애착도 없었으니까요. 다행히 우환은 살아서 2019년의 부산에 도착을 하고, 사장이 그려 준 약도를 따라 그 곰탕집에 도착합니다. 곰탕집에는 엄마를 여읜 순희라는 남고생과 아내를 잃고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종인이 있었습니다. 식당은 꽤나 유명한 맛집이었고, 일손은 늘 딸렸기에 종인은 은근슬쩍 눌러앉는 우환을 그냥 두고 봅니다. 한편 순희는 말 그대로 문제아였는데, 한편으론 순진한 구석도 많은 아이였습니다. 그렇게 우환은 종인과 순희와 정이 들어 가고... 미래에서 온 사람들과 조우하게 되고.... 온갖 우여곡절을 겪게 되고...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고... 그가 미래에서 과거로 온 이유를 알게 되고... 결국 흩어졌던 조각들이 착착 맞춰지며... 결말에선 찡하고 깊은 여운에 찡해지는... 그런 소설입니다.
이상은 스포일러 전혀 없는 이야기 극초반까지의 줄거리입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정말 재밌고 스릴넘치고 박진감 넘치게 전개가 되어 한시도 지루할 새가 없습니다. 또한 문장을 읽어가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상당히 짧은 문장들이 스피디한 가독성을 유지시키면서도, 문득문득 재치 넘치는 만연체 문장에선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요. (이런 면은 약간 천명관 작가의 작품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마음 아프고 짠한 상황에서도 캐릭터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웃음 또한 피식대게 되어 더욱 좋았습니다. 1권을 넘어 2권에 접어들면 본격 SF스럽게 변하는데, 영화 감독이 본업인 작가의 필력이 백분 발휘가 됩니다. 저는 사실 소설 속에서 액션...의 묘사가 즐비하게 되면 머리가 하얗게 되는데... 이 작품 속에서의 액션씬은 눈에 그려지듯이 박진감 넘치고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그래서 자연히 영화화 되어도 좋겠다...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사실 곰탕을 먹질 못하는데 (물에 빠진 고기를 못 먹어요.) 이 작품을 읽으면서는 내내 곰탕 냄새가 구수하게 나는 듯한 착각에 그렇게 곰탕이 먹어 보고 싶어지더라고요.곰탕은 보통 엄마가 가족에게 정성스레 끓여 주는 보양식이란 이미지가 강하죠. 결국 가족애를 상징하는 음식이 아닌가 싶어요. 이 작품도 스릴러로 시작해서 SF로 발전하지만 결국엔 깊고 진한 가족애가 깔려 있습니다.그 깊은 맛에 흠뻑 취해 버리게 했던 참 재밌는 작품이에요. 1년이 아직 반도 채 안 지났지만, 비록 독서량도 아주아주 미미하지만, 저는 이 작품을 올해 읽은 작품들 중 탑으로 꼽게 될 것 같네요.
덧) 영화화가 된다면 우환역은 역시나 차태현!!!!!!!!! 감독님 그러실 거죠? 시종일관 차태현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