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언어적 재능은 없지만 배우는 것은 정말 즐겁다. 특히 시간과 시험의 압박이 없다면 취미로 즐길만큼 좋아한다. 물론 기억력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서 시간이 지나면 아주 적은 부분만 기억에 남지만, 놀이었으니까 괜찮다.

그래서 이런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시험용이 아닌 책. 문법, 회화, 듣기, 쓰기 같은 기존의 분류가 아닌 그냥 그 언어 자체를 탐구해 보는 책. 특수어나 소수어라고 불리는 미지의 말,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책 말이다.

그렇게 놀이처럼 말을 탐구하다보면 언어에 켜켜이 쌓인 그들의 경험을 만나게 되고, 이것이 풀이되어 우리네 삶과 맞아 떨어질 때,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게 되는 것 같다. 말의 위력이 이렇게도 나타날 수 있구나 싶어 신비로울 따름. 라틴어 수업은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그러니 만일 여러분이 뭔가에 관심이 생기고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내가 왜 그것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왜 배워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는지 한번 들여다보세요. 그 다음 내 안의 유치함을 발견했다면 그것을 비난하거나 부끄러워하기보다 그것이 앞으로 무엇이 될까, 끝내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열정적으로 고대하던 순간이 격렬하게 지나가고 나면, 인간은 자기 능력 밖에 있는 더 큰 무엇을 놓치고 말았다는 허무함을 느낀다는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읽어본다'시리즈 때문에 눈독 들이고 있는 난다에서 나온 책.

문학비평가답게 깊이 있으면서 유려한 문장이 한가득이다. 마치 교수님의 수업중 이야기를 듣는 기분. 온갖 분야를 넘나들어도 깊이 없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그리 길지 않은 글이지만 그냥 지나쳤던 삶의 부분을 새롭게 비춰준다. 그러니까 글만 봐도 글쓴이의 어마어마한 학식 아우라가 느껴진다. 교수님들의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책.

물론 개인의 생각인지라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은 부분도 있다. 근데 반발심은 생겨도 반박은 못하겠다. 스스로 논리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게 해준 책. 앞으로 틈틈이 생각해봐야 할 숙제가 생겼다.

매일 밤, 선생이 찾아오니 생각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이 입은 옷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표지디자인은 알면 알수록 더 모르겠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적판을 타고
윤고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이 잘 읽히기도 했지만, 주인공이 나와 닮은 점이 많아 더 즐거운 독서였다. 새학기에 옆자리 친구와 인사를 나눴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비슷한 점이 많을 때 생기는 재미와 비슷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롬 스톡홀름 - 어렴풋한 것들이 선명해지는 시간
배주아 지음 / 폭스코너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감리스탄이 있는 도시 스톡홀름.
그곳에 먼저 도착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이런 여행 에세이는 가급적 피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읽고 싶을 땐 읽을 수밖에.
여행 에세이로 부터 도망다니는 이유는
읽다보면 스스로가 굉장히 한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들 막 삶의 이유를 찾고 희망을 얻고 깨달음을 얻는데,
나는 그런 적이 없으니 괜한 자괴감만 들어서...
그래도 그 도시의 분위기와 매력을 맛보는 건 진짜 가본 사람이 쓴 에세이를 읽는 방법이 제일 좋아서 읽을 수 밖에 없다.

나는 그림 대신 사진을 찍는다. 타국의 거리, 낯선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의 살아가는 무심한 모습이 아름다워 보일 때 셔터를 누른다.

이곳에서는 공동묘지라는 섬뜩한 공포 대신 안식이 느껴졌다. ‘죽은 사람‘이라는 과거완료형의 명제보다는 ‘한때 우리 곁에 함께 살았고 여전히 곁에 있는‘이라는 현재진행형의 느낌이 강했다.

혼자 하는 여행은 내게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듯 걷는 일이었다. 미리 쓰여 있지 않은 책을 읽는 것 같기도 했고, 내가 이야기를 쓰며 다니는 것 같기도 했다. 어떻게든 읽든지 쓰든지 해야 했기에 마주치는 모든 사람과 사물에 더 민감해졌다.
말이 사라지자 생각이 차곡차곡 쌓였다...데리고 다닐 동행은 마음밖에 없었다. 그래서 마음과 친해질 수 있었고, 마음을 알게 되었다. 혼자 영화를 보든, 혼자 술을 마시든 혼자의 매력에 빠진 사람이 그 행위를 포기할 수 없듯, 나 홀로 여행의 맛을 아는 사람도 혼자 떠나는 일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흐름을 따라 여행한다는 것은 모르는 길을 헤맨다는 면에서 방황과 닮았지만 길을 두려워하며 더듬는 것과는 달랐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결정하며 나아가는 기쁨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