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 스톡홀름 - 어렴풋한 것들이 선명해지는 시간
배주아 지음 / 폭스코너 / 2017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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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감리스탄이 있는 도시 스톡홀름.
그곳에 먼저 도착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이런 여행 에세이는 가급적 피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읽고 싶을 땐 읽을 수밖에.
여행 에세이로 부터 도망다니는 이유는
읽다보면 스스로가 굉장히 한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들 막 삶의 이유를 찾고 희망을 얻고 깨달음을 얻는데,
나는 그런 적이 없으니 괜한 자괴감만 들어서...
그래도 그 도시의 분위기와 매력을 맛보는 건 진짜 가본 사람이 쓴 에세이를 읽는 방법이 제일 좋아서 읽을 수 밖에 없다.

나는 그림 대신 사진을 찍는다. 타국의 거리, 낯선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의 살아가는 무심한 모습이 아름다워 보일 때 셔터를 누른다.

이곳에서는 공동묘지라는 섬뜩한 공포 대신 안식이 느껴졌다. ‘죽은 사람‘이라는 과거완료형의 명제보다는 ‘한때 우리 곁에 함께 살았고 여전히 곁에 있는‘이라는 현재진행형의 느낌이 강했다.

혼자 하는 여행은 내게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듯 걷는 일이었다. 미리 쓰여 있지 않은 책을 읽는 것 같기도 했고, 내가 이야기를 쓰며 다니는 것 같기도 했다. 어떻게든 읽든지 쓰든지 해야 했기에 마주치는 모든 사람과 사물에 더 민감해졌다.
말이 사라지자 생각이 차곡차곡 쌓였다...데리고 다닐 동행은 마음밖에 없었다. 그래서 마음과 친해질 수 있었고, 마음을 알게 되었다. 혼자 영화를 보든, 혼자 술을 마시든 혼자의 매력에 빠진 사람이 그 행위를 포기할 수 없듯, 나 홀로 여행의 맛을 아는 사람도 혼자 떠나는 일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흐름을 따라 여행한다는 것은 모르는 길을 헤맨다는 면에서 방황과 닮았지만 길을 두려워하며 더듬는 것과는 달랐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결정하며 나아가는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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