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빠순이는 무엇을 갈망하는가? - 소통 공동체 형성을 위한 투쟁으로서의 팬덤
강준만.강지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연예인 덕질을 즐겨하는 친구에게 이런 책도 있다고 보여줬더니, 그렇게 본인들을 연구대상으로 삼는 건 기분이 좀 그렇다고 했다. 그렇지만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연예인을 좋아한 적이 없었기에 정말 순수하게 그들의 세계를 알고 싶었다. 더불어 내 주변의 빠순이와 뉴스 등 각종 미디어에 나오는 빠순이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건지도. 분명 내가 가까이서 지켜보는 그들의 모습은 대만 로멘스 영화처럼 순수하고 애정만이 넘쳐날 뿐이었는데,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그들은 어리석어 보이고 심지어 폭력적이기까지 하니 말이다.
읽어보고 내린 결론은 스스로가 빠순이든 아니든, 빠순이를 좋게 보든 나쁘게 보든 아예 관심이없든 다 상관없이 그냥 누구나 읽어두면 좋을 책이라는 거다. 책 자체가 술술 재미있게 읽혀서 부담없이 읽기 좋다. 그리고 현대 사회의 문제들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더니...빠순이에서 촛불시위, 훌리건, 샤오미, 스타벅스까지 가게 될 줄이야.
팬덤은 ‘취향 공동체‘이지만, 팬들이 그 동동체에 부여하는 의미는 ‘취향‘ 이상의 것이다. 삶의 의미와 보람까지도 공유하고 나누어가질 수 있는, 매우 독특하고도 강력한 공동체다. 그 공동체의 존속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이 오히려 공동체를 향한 열정의 강도를 높여준다고 볼 수 있다
제러미 홀든은...팬덤을 초기 기독교의 상황에 빗대 광신적인 열성분자를 가리키는 ‘광신자‘, 예수의 제자들을 가리키는 ‘신봉자‘, 일반 신자를 가리키는 ‘신도‘로 나눈 홀든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그러나 광신자들은 특성상 편향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데 장애 요소가 되기도 한다.
"팬덤 주체들은 그동안 팬클럽들이 서로 지나치게 경쟁하고 반목한 원인은 팬클럽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 환경의 잘못된 시스템, 곹 상업적 기획사의 횡포와 방송사의 지나친 시청률 경쟁주의, 그리고 과대포장된 미디어 효과에 있다고 말한다...방송사의 편성 권력과...언론의 속물 저널리즘...기획사의 상업적 전략이 결국 팬덤 문화의 긍정적인 측면을 거세했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사이버공간에서 제공되는 많은 혜택은 공공재와 유사한 속성을 갖고 있다. 현실 세계에서 공공재는 집단의 행위로 인해 제공되는 반면에 온라인에선 단 한 사람의 정보나 조언으로 인해 공공재로 변화될 수 있다.
레이디 가가는...그리고 외쳤다. "여러분, 오늘 돌아가서 나를 더 사랑하기보다 여러분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세요!"
투사가 아니면 세상에 불만을 말할 수도 없다는 것인가?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마는 것이지, 왜 그다지도 ‘심각한‘ 의미를 부여하려 하는가?
일단 팬들 모두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를 위하여‘라는 공동의 목표는 갖고 있는 만큼 그 목표를 이른바 ‘넛지‘ 등과 같은 간접적 방식으로 다른 사회적 이슈와 연결시키기만 하면, 스타를 향한 정열이 얼마든지 다른 사회적 이슈로도 점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샤오미는 미펀에게 제품이 아니라 이른바 ‘참여감‘을 팔고 있다.
성인들은 ‘브랜드 공동체‘까지 껴안을 정도로 소통을 원 없이 즐기면서 청소년들에겐 "소통을 유보하고 공부만 하라"고 요구하는 게 과연 말이 되는 것인지 생각해볼 팰요가 있지 않을까?
우리는 새우젓을 먹을 때 일일이 모든 새우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크고 높은 무대에 선 아이돌의 시선은 언제나 객석을 향해 있지만, 나의 가수가 그 수많은 팬들을 모두 한 번씩 바라보기는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