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
정지돈 지음 / 스위밍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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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의 인과관계를 가지고 총기가 합법화된 미래의 한국. 그리고 그 배경에 속 비교적 안전하다는 서울에서 살고있는 삶이 불안정한 '짐'이라는 이름의 남자. 그가 안드레아의 제안으로 운전수가 되어 위험지역으로 모험을 떠나는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과 작은 파티를 이루는 이야기.


제목이 미묘한 만큼 내용도 미묘했다. 줄거리가 있기는 한데 어쩐지 메밀국수처럼 뚝뚝 끊어지는 느낌에 정리도 잘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묘하게 시선을 잡아끄는데, 그 이유는 이야기의 배경이 새롭고 등장인물의 개성이 독특해서...라고 생각한다.


총기합법화와 미세먼지의 이중주로 엄청난 디스토피아로 변한 미래의 한국이 배경이라지만, 분위기는 차분하다. 헐리우드 영화같이 총격전이 난무하지 않는다. 마치 류경호텔 하층부의 이민자들처럼 담담하다. 오히려 안전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더 초조하고 힘겨워 보이더라.

총기소지는 세계적인 흐름이었다...출처를 알 수 없는 무기를 든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살아남으려면 스스로를 지켜야 해. 사람들은 총을 들었고 그때 부터 누가 누구를 왜 쏘게 되는지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면 죽었다는 사실도 모르겠지. 아픈지도 모르고 슬픈지도 모르고 억울하지도 않을 것이다. 죽음의 유일한 장점은 남들은 알지만 자신은 모른다는 거다. 그것도 영원히.

무하마드는 이미 백삼십에 가까운 노인이엇고 잠시 후면 승천할 것처럼 보였어요...짐은 무하마드와 눈을 마주쳤고 움찔했지만 곧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집이 아니라 짐의 뒤를 보는 것처럼 보였다. 짐은 무하마드의 눈빛을 따라 뒤를 돌아보았지만 벌판밖에 없었다. 그 뒤가 아니라 다른 뒤야. 이를테면 태양의 어두운 면, 화성의 숨겨진 분화구, 시간의 뒤, 미래, 과거, 고대의 기억, 역사 같은 것들.

우라질 치킨버거. 세르게이가 입에 묻은 마요네즈를 닦으며 말했다.
이주국이 난민들에게 지급하는 음식은 치킨버거와 콜라뿐이었다...당국은 치킨버거면 충분하다고 했다. 치킨버거에는 양상추도 있고 피클도 있고 마요네즈도 있고 토마토도 있으니까.
우라질 닭고기도 있고! 세르게이가 말했다.

재앙은 지진이나 홍수처럼 갑자기 도래하는 게 아니오. 무하마드가 말했다. 우리가 눈을 감았기 때문이오. 뭐가 재앙이란 말인가요. 간수가 물었다. 그의 중학생 아들은 래퍼가 꿈이고 아버지의 직업을 배경으로 곡을 썼다. 랩 속에서 아버지는 감옥이고 아들은 탈옥수였다. 이런 게 재앙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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