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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법 - 남녀노소 누구나 ㅣ 땅콩문고
김소영 지음 / 유유 / 2017년 5월
평점 :
어른에게 건네는 말랑말랑한 안내서. 지은이가 애써 건조하게 썼다고는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술술 읽힌다.
제목은 어린이책 '읽는법'이지만 주독자가 성인이라는 걸 생각하면 어린이책을 이해하고 '어린이 독자에게 잘 추천하는 법'일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면 음식 하나도 본인이 먹어본 경험이 있는 맛있는 음식을 추천하면서, 어린이에게 읽으라고 주는 책은 왜 본인이 읽어보지도 않고 그저 추천도서에 있다는 이유로 건네는지... 추천도서는 모든 어린이가 재미있게 읽는다는 보증수표가 아닐 뿐더러, 어린이들도 취향이 있다. 어른이 먼저 읽어보고 '야 이거 재밌다'하는 책을 어린이에게 소개한다면 서로가 더 해피하지 않을까. 아 물론 어른이가 그냥 자기가 읽고 싶어서 어린이책을 읽는 것도 그레잇이다. 책을 읽는 건 항상 좋은 거니까!
추천도서가 재밌는 책이란 뜻은 아니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재미라는 요소가 빠지면 어린이책이라는 자격이 부족한 거 아니냐고 되묻고 싶다. 어린이에게 책은 어디까지나 놀이이고 즐거운 취미인 편이 좋으니까.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독자인 채로 자라는 것'이니까.
어린이와 관련된 말과 글이 ‘어린‘ 취급을 받는 것이 싫어서 애써 건조하게 썼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종종 맥주를 마시면서 동화책을 읽는 사람이라닌 것을 이렇게 굳이 밝혀 둔다.
학습지 형태의 독서 교육이나 독서 퀴즈 같은 테스트는 일시적으로 어린이를 집중시킬 수는 있어도 결코 어린이가 독서를 좋아하게 만들 수는 없다.
‘이야기 하나 = 책 한 권‘으로 여기는 어린이 입장에서는 단편동화집 한 권을 읽는 데 책일 여러 권 읽는 만큼의 수고가 필요하다. "두 번쌔 것(작품)을 다 읽을 때까지, 앞에 있는 거랑 다른 얘기인 줄 몰랐어요"라며 불만스러워한 어린이 독자도 있었다.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끌리지 않으면 읽기 어렵다. 다니엘 페낙의 유명한 말 그대로다. "‘읽다‘라는 동사에는 명령법이 먹혀 들지 않는다."
‘이 책만은 버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 어린이와 책의 관계가 새로워진다. 이때 책이 갖는 특별한 의미는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런 책은 ‘명예의 전당‘에 꽂아 둔다. 책꽃이의 한두칸을 비워 제일 좋아하는 책만 진열하는 것이다...먼지 앉은 책 더미는 그런 마음을 일으키기 어렵다.
나는 어린이가 동화책을 읽어야 하는 중요안 이유 중 하나로 ‘공감 능력 키우기‘를 든다...주인공은 물론이고 주변 인물까지도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있다. 독자가 꼭 그들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거나 완전히 이해해야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 누군가의 생각과 느낌을 내가 다 알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
"그럼 제가 쓰던 지우개도 나중에 유물이 될 수 있어요?" "지금 알 수는 없지만, 만약에 세월이 아주 많이 지나고 세상에 지우개가 거의 없어졌는데, 그때까지 아람이 지우개가 남아 있고 누군가에게 발견된다면 안 될 것도 없지."
예술은 즐기기 위한 것이지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독자인 채로 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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