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이동호 지음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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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에 깨어 있고 해가 뜨고 나서야 잠이 드는 걸 선호하지만,
그런 라이프스타일로는 결코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기에 자제한다(140까지 살테다).
고기를 먹는 것도 맛있으니까 좋아하지만,
최근에는 과하게 '무지성'으로 먹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먹는 고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내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연달아 인식한 후 일어난 변화다.

채식주의자가 되겠다는 선언은 아니다.
그동안 수많은 고기를 먹어 왔고, 그 결과 처음 한두 점이 제일 맛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까닭이다.
굳이 많은 고기를 먹어야 할 필요가 없다면, 가장 맛있게,
여기에 들어간 생명과 노고가 무시되지 않도록 조절해 먹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더 많은 정보를 접하고 나면 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이 지점이 내가 내디딜 수 있는 최선의 발걸음이다..

비육식과 굳이 거리는 두지 않지만 참여할 의사도 딱히 있지는 않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알맞다.
돼지 세 마리를 직접 키우고 잡는 과정을 일기처럼 쓰되,
육식하는 사람도 너무 마음의 부담을 갖지 않게 가능한 객관적으로 쓰였다.
궁금한 점을 긁어주지만 (다른 유사 도서에 비해) 부담은 주지 않는다.
읽고 좀더 자신의 생각을 다듬는 계기로 삼기 좋은 책이다.
저자의 독특한 문체도 읽기의 재미를 더한다.

무항생제가 오히려 동물복지에 반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아픈 이에게 약을 주지 않는다니, 이보다 무바비할 수는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병에 걸리는 원인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치료만 논하는 것은 옮지 않다. 게다가 현장에서의 항생제 사용량은 감기약 수준이 아니다. 병의 전파를 막기 위해 같은 방의 돼지들에게 항생제를 일괄 투약한다.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항생제의 70퍼센트는 가축에게 쓰인다.

건강한 돼지가 영양 면에서도 좋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그러나 제육볶음을 7000원에 먹으려면 그런 돼지고기는 사용할 수 없다. ‘서민의 고기‘라는 허울 좋은 호칭은 가장 잔인한 사육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미국의 ‘폴리페이스‘라는 농장에서는 소와 닭, 그리고 돼지를 같이 키운다. 농장주인 조엘 샐러틴은 동물을 한종만 키우는 것도 한 농경지에 한 농작물만 키우는 단작만큼 나쁜 일이라고 말한다. ... 자연에 한가지 종만 존재하는 경우는 없다.

분업화는 최소한의 인력으로 높은 효율을 이룩했다. 다르게 말하면, 생명을 죽이는 일의 고속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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