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 - 14년 차 번역가 노지양의 마음 번역 에세이
노지양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14년 차 번역가가 그동안 쌓아온 자신의 나이테를 짚어가며

글밥 많이 먹는 일이 삶에서 어떤 순간을 만들어었는지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나이테는 계절의 변화를 겪으며 생긴다.

그래서 나이테를 짚어낸다는 건 따뜻했던 날도, 추웠던 날도 솔직하게 보여준다는 뜻이다.

좌절감에 공감하고, 묻어 나오는 생활감에 함께 빠져들다가, 일로 만난 단어에서 새로운 의미를 달아주는 저자의 능력에 놀라워하다보면 한 권이 뚝딱이다.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이지만 도저히 답이 없다고 느꼈을 때,

그것이 내 능력이나 의지와 같이 내적인 것이든 외적인 것이든 상관없이 처음으로 일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 이 책을 만났다.

그래서 이제는 힘든 날이 있어도 더욱 또렷한 나이테가 만들어지겠거니 하며 위안 삼아보려고 한다.

핑곗게리가 동나자 내가 정말 작가가 되고 싶은지 아니면 작가라는 이름을 얻고 싶은지 솔직하게 되돌아보는 시기가 찾아왔다. 나도 혹시 북토크를 하고, ‘네임드‘가 되고, 인정과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에고를 채우고 싶은 걸까. 열등감 해결의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하는 걸까. 하지만 내가 사람들 앞에 나서거나 말하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으며 관심을 받고 싶어 안달하던 시기도 지났음을 알게 되면서, 진정 글을 쓰고 싶은 이유가 단순한 허영심은 아니라는 결론을 냈다.

우정을 지키는 힘, 결혼을 유지하는 힘, 문제가 생겼을 때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고 내 힘으로 해결하려는 힘도 번역을 하면서 조금은 자랐다. 나를 향한 애정도 어쩌면 번역 덕분에 지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선택지가 없는데 이런 나라도 안고 가야지 별수 있겠나. 사랑해야지 별수 있겠나. 사랑하면 결과물이 나아진다는 걸 아는데

번역을 일로 대해서만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저자와 책에 애정이 있어야 한 문장이라도 나아지고 완성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싫어도 좋은 척, 재미 없어도 재미있는 척하고, 하나 마나 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다가도 한 문장만 사랑스러우면 옳지, 역시 훌륭한 책이군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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