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비올레타 페이지터너스 9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빛소굴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빛소굴 출판사의 책들을 전자책으로 전부 모으고 있는데 이 책은 전자책이 없길래 알림 신청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북 출간 알림이 뜨자마자 바로 구매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믿고 읽는 페이지터너스 시리즈인데 이 책은 특히나 궁금했던 이유가 1920년 스페인 독감에서부터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까지의 100년의 시간을 그리고 있다는 책 안내 때문이었다.


책 초반부에 팬데믹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그게 바로 1920년 스페인 독감이 발발했던 시기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팬데믹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익숙하지도 않았을텐데...100년 전의 비올레타와 현재의 나는 너무나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팬데믹이라는 단어의 공포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 세상의 많은 일들이 반복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떠올렸다. 팬데믹이라는 단어 하나에 붙들려서 그렇게 소설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이 이야기는 비올레타가 카밀로라는 인물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쓰여져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서간체 소설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야기가 워낙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기 때문에 중간중간 카밀로라는 이름이 언급될 때만 제외하면 일반적인 소설 형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소설은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과 비올레타의 개인적인 사건들이 촘촘하게 엮이면서 진행이 된다. 어느 곳에서도 지루하거나 몰입이 끊기는 부분이 없다.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어디에서 멈춰야 할지를 몰라서 앉은 자리에서 다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소설이 딱 그랬다. 어디에서 책을 덮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자는 시간 빼고는 계속해서 읽었다.


이 소설 안에는 아주 다양한 소재들이 등장한다. 칠레의 정치, 돈과 권력, 연애와 사랑, 안타까운 죽음, 여성들의 연대 등등.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비올레타가 가진 느슨한 가족관이었다. 이 소설에는 서로 애정을 주고 받는 다양한 관계들이 나오는데 그들이 모두 혈연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여기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핏줄로 연결된 가족들에 집착하지 않고,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느슨하고 유연한 공동체 안에서 애정을 나누고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그런 부분이 정말 감동이었다. 나는 인간관계에서 쉽게 피로함을 느끼는 사람이라 이렇게 다양한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비올레타가 그런 내 생각에 약간의 실금을 가게 만들었다. 이렇게 애매모호하지만 다정한 관계들이 비올레타의 삶을 여러 번 구했다. 


비올레타는 젊어서나 나이가 들어서나 열정 가득한 삶을 살았는데 그러한 모든 과정들이 그녀의 삶 안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비올레타가 가진 강인함은 대쪽 같은 강인함이 아니라 흐르는 강물 같은 유연하고 영속적인 강인함이었다. 비올레타 같은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멋진 인물이었다.



[ 그 시골 여성들은, 나에게 용기는 전염성이 있고 힘은 숫자에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혼자서 안 되는 것은 여러 사람이 같이하면 이루어지고,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사실을 배웠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장벽 너머 - 사라진 나라, 동독 1949-1990
카트야 호이어 지음, 송예슬 옮김 / 서해문집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독 역사에 관심이 있어서 구입. 두꺼운 책이지만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전자책으로 구매했는데 주석이 팝업으로 떠서 읽기에 편하네요. 전자책도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먹는 타이완사 - 전 세계인을 움직인 음식 문화의 내력
옹자인.조밍쭝 지음, 박우재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중교양서와 학술서의 중간 정도 느낌이랄까...타이완 음식 문화에 관심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비정성시 각본집
주톈원.우녠전 지음, 홍지영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를 본 적 없는데도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이제 영화가 보고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비정성시 각본집
주톈원.우녠전 지음, 홍지영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라딘을 둘러보다가 젊은 시절 양조위의 사진이 실린 이 책을 보게 되었다. 1980년대 영화인데 2024년에 각본집이 출간되었다. 재개봉을 한 것도 아닌데 각본집이 나온 걸 보면 이 영화를 오랫동안 사랑해온 팬들이 많았던 것 같다. 나는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 아니어서 <비정성시> 영화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는데 일단 이 책을 보관함에 담고 전자책 출간 알림을 신청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자책이 출간되었다는 알림이 떴고 홀린듯이 구매했다.


이 영화가 대만 2.28사건을 다루고 있다기에 우선 역사 공부부터 조금 해보았다. 대만 인구 구성은 크게 "원주민, 본성인, 외성인"으로 나눌 수 있다. 원주민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대만 섬에서 살아온 사람들을 가리키며 이들은 한족이 아니다. 본성인은 청나라, 명나라 혹은 그 이전부터 중국 대륙(주로 남부)에서 대만으로 이주해온 중국 한족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중국 남부 방언인 민남어를 사용하지만 일제 시기에 교육받은 사람들은 일본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외성인은 1945년 일제 패망 이후에 대만으로 이주한 한족을 가리킨다. 중국 남부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지역에서 건너왔다. 본성인들은 민남어와 일본어를 쓰는 반면 외성인들은 고향 방언이나 표준 중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들이 만나면 대화가 통하지 않아 통역이 필요할 정도다. 이 혼란스러운 시기가 바로 영화의 배경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일본어를 사용하는 린씨네 가족이다. 일본이 패망하고 떠나갔으니 이제 새로운 국기를 걸어야 하는데 국기의 위아래 방향도 몰라서 마을 사람들끼리 토론을 벌인다. 한족이지만 대만에 살고 있으며 일본어를 사용하는 이들의 정체성에 대해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들은, 대만에서 태어나서 자랐는데 일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일본인을 안타까워하고 일본어로 쓰인 책을 읽고 일본어 노래를 듣는다. 


린아루의 네 아들이 주요 등장인물인데 양조위는 바로 넷째 아들이다. 어렸을 때 나무에서 떨어져 귀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는 설정이다.(이 설정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는 13문13답에 나온다) 첫째는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서 기회를 노려 돈 벌 궁리를 하고 있으며 둘째는 실종 상태다. 문제는 셋째인데...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다. 셋째는 중국어를 할 수 있어서 외성인들과 직접 소통하고 필요하면 다른 사람의 대화를 통역해주기도 하는데...도무지 문제 없이 지나가는 날이 없다.


하지만 셋째만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시절이 너무 거칠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분노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대륙에서 들어온 외성인들이 주요 공직을 차지하며 본성인들은 박탈감을 느끼고, 물가는 치솟고, 심지어 교사 월급마저 제때 들어오지 않는다. 교사인 '콴룽'은 도대체 왜 월급을 안 주냐고 따지러 갔다가 '타이완이 일본에 점령 당한 걸 우리(외성인)가 구해줬는데 너네(본성인)는 고마움을 모른다'는 말까지 듣고 온다.


폭력과 분노로 점철된 나날을 보내던 중 큰 사건이 터진다. 바로 1947년 2.28사건이다. 상인(본성인)이 담배를 몰래 팔다가 걸렸는데 정부 직원(외성인)이 이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폭력적인 방식을 사용했다는 것이 알려져 본성인들의 분노가 폭발한 사건이다. 초반에는 느릿느릿 전개되던 이야기가 이 사건 다음부터는 급물살을 타고 흘러간다. 과연 형제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영화를 보지 않고 각본집을 읽었는데도 꽤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인데도 대만 역사를 공부하면서 읽느라 조금 오래 걸렸다. 우리나라 역사와 어떤 부분은 비슷하지만 어떤 부분은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대만 역사를 좀더 깊이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작은 땅덩어리 안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떻게든 편을 가르고 차이를 구분짓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이제 영화를 봐야 하는데....<비정성시> 영화를 도대체 어디서 봐야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나도 이제 <비정성시> 재개봉단에 합류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