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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수업 - 화를 안고 살아가는 당신에게
아룬 간디 지음, 이경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독서후기 <분노수업>
간디 손자가 들려주는 “간디 정신”
어디서 읽었는지 모르지만 오랫동안 뇌리에 깊이 박혀 있는 감동적인 일화가 하나 있었다. 어느 아들이 아버지의 심부름을 하러 왔는데, 딴 데 정신이 팔려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심부름을 완수하고 돌아가게 되었다. 왜 늦었느냐는 질문에 아들은 자동차 수리점에서 늦게 해줘서 늦었노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이미 자동차 수리점에 전화를 걸어 언제 수리를 마쳤는지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혼내지 않고 거짓말을 하도록 가르친 자신에게 잘못이 있으므로 집까지 걸어가겠노라고 했다. 아들은 몇 시간 동안 자동차를 타고 걸어가는 아버지 뒤를 따라갔다. 아들은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아마 여러분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분노수업을 읽다가 그 일화의 주인공이 바로, 분노수업의 저자인 간디의 손자 아룬 간디였고, 그 아버지가 실제 아룬 간디의 아버지, 즉 마하트마 간디(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하트마는 위대한 영혼, 성자라는 뜻이다.) 저자가 열여섯 살 무렵에 경험한 것으로 그는 영화를 보느라 시간을 놓쳐버렸고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했다. 아버지는 무려 여섯 시간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전화도 없던 시절. 집에서 저녁을 해놓고 기다리던 어머니와 두 누이는 자정이 다 되어서야 남편과 아들을 발견하였다.
그렇게 할아버지 간디의 비폭력 정신은 아들에게, 그리고 손자에게로 전해지고 내려갔다. 그것은 어떤 일방적인 훈계의 방법이 아니라 철저하게 비폭력의 방식으로, 실천하는 모습으로 전해져 몸에 화석처럼 각인되었다.
그러했기에 할아버지 간디와 2년 가량 함께 생활했던 손자 아룬 간디는 할아버지의 고결하고 거룩한 비폭력 정신을 온몸으로 체득하고 이어받아 간디의 정신을 전 세계인과 함께 나누고 있다. 그의 비폭력 정신이 그저 표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그는 결코 이 책을 펴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간디가 암상당한 뒤 슬픔을 이겨내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할아버지의 정신을 강연하고 다닐 수도 없었을 것이다.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저자의 생각과 사상과 논리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외면의 포장인지 내면의 속살인지. 그는 열두 살이 되던 1946년부터 2년간 할아버지 간디와 함께 생활했지만 그 동안 할아버지의 실제 활동하는 모습과 대화를 통해 그의 정신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받아들였다. 손자 아룬 간디는 남아프리카 출신이며 미국인으로 햄버거도 먹고, 페이스북도 하고, 휴대전화도 사용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할아버지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고기를 먹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나는 지금까지 간디의 비폭력에 대해 추상적인 개념 또는 매우 피상적인 수준에서만 이해하고 있었다. 그의 전기에 관한 책을 한 권 구해 놓고 있었지만 아직 읽지 못했고, 가십과 같은 기사를 통해 그의 사상을 왜곡되게 이해하고 있었다. 내 정보와 이해의 정도가 왜곡되었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제목이 조금 아쉽다. “분노수업”이라니. 분노를 배운다는 것인가. “분노를 이기는 법” 뭐 이런 제목이었다면 조금 직설적이긴 해도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게다가 이 책은 “분노”에 대한 것만을 담고 있는 책이 아니다. 매우 폭넓은 정신을 이야기하는 이 책을 분노로만 포장하는 것은 조금 협소한 접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출판사의 전략 같기도 하지만.
인도가 독립할 때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충돌로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되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인도와 우리나라는 매우 닮아 있다. 비폭력 독립운동인 삼일운동도 그렇고 광복 이후 남과 북이 갈라진 것도 그렇고.
여전히 계급 사회 속에 놓여 있는 인도지만, 간디의 정신이 계속 더 인도 사회에 퍼진다면, 모든 인간이 평등하며 소중하다는 간디의 마음이 인도에 전해지리라 생각한다. 물론 그 생각은 나에게도, 그리고 당신에게도 매우 필요한 생각이다. 물론 간디도 인간이었지만 그만큼 진실된 사람을 발견하기는 매우 힘들 것 같다. 우리는 종종 거룩한 분노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100% 순도의 비폭력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