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수업 - 화를 안고 살아가는 당신에게
아룬 간디 지음, 이경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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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독서후기 <분노수업>

 

간디 손자가 들려주는 간디 정신

 

어디서 읽었는지 모르지만 오랫동안 뇌리에 깊이 박혀 있는 감동적인 일화가 하나 있었다. 어느 아들이 아버지의 심부름을 하러 왔는데, 딴 데 정신이 팔려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심부름을 완수하고 돌아가게 되었다. 왜 늦었느냐는 질문에 아들은 자동차 수리점에서 늦게 해줘서 늦었노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이미 자동차 수리점에 전화를 걸어 언제 수리를 마쳤는지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혼내지 않고 거짓말을 하도록 가르친 자신에게 잘못이 있으므로 집까지 걸어가겠노라고 했다. 아들은 몇 시간 동안 자동차를 타고 걸어가는 아버지 뒤를 따라갔다. 아들은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아마 여러분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분노수업을 읽다가 그 일화의 주인공이 바로, 분노수업의 저자인 간디의 손자 아룬 간디였고, 그 아버지가 실제 아룬 간디의 아버지, 즉 마하트마 간디(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하트마는 위대한 영혼, 성자라는 뜻이다.) 저자가 열여섯 살 무렵에 경험한 것으로 그는 영화를 보느라 시간을 놓쳐버렸고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했다. 아버지는 무려 여섯 시간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전화도 없던 시절. 집에서 저녁을 해놓고 기다리던 어머니와 두 누이는 자정이 다 되어서야 남편과 아들을 발견하였다.

 

그렇게 할아버지 간디의 비폭력 정신은 아들에게, 그리고 손자에게로 전해지고 내려갔다. 그것은 어떤 일방적인 훈계의 방법이 아니라 철저하게 비폭력의 방식으로, 실천하는 모습으로 전해져 몸에 화석처럼 각인되었다.

 

그러했기에 할아버지 간디와 2년 가량 함께 생활했던 손자 아룬 간디는 할아버지의 고결하고 거룩한 비폭력 정신을 온몸으로 체득하고 이어받아 간디의 정신을 전 세계인과 함께 나누고 있다. 그의 비폭력 정신이 그저 표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그는 결코 이 책을 펴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간디가 암상당한 뒤 슬픔을 이겨내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할아버지의 정신을 강연하고 다닐 수도 없었을 것이다.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저자의 생각과 사상과 논리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외면의 포장인지 내면의 속살인지. 그는 열두 살이 되던 1946년부터 2년간 할아버지 간디와 함께 생활했지만 그 동안 할아버지의 실제 활동하는 모습과 대화를 통해 그의 정신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받아들였다. 손자 아룬 간디는 남아프리카 출신이며 미국인으로 햄버거도 먹고, 페이스북도 하고, 휴대전화도 사용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할아버지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고기를 먹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나는 지금까지 간디의 비폭력에 대해 추상적인 개념 또는 매우 피상적인 수준에서만 이해하고 있었다. 그의 전기에 관한 책을 한 권 구해 놓고 있었지만 아직 읽지 못했고, 가십과 같은 기사를 통해 그의 사상을 왜곡되게 이해하고 있었다. 내 정보와 이해의 정도가 왜곡되었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제목이 조금 아쉽다. “분노수업이라니. 분노를 배운다는 것인가. “분노를 이기는 법뭐 이런 제목이었다면 조금 직설적이긴 해도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게다가 이 책은 분노에 대한 것만을 담고 있는 책이 아니다. 매우 폭넓은 정신을 이야기하는 이 책을 분노로만 포장하는 것은 조금 협소한 접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출판사의 전략 같기도 하지만.

 

인도가 독립할 때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충돌로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되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인도와 우리나라는 매우 닮아 있다. 비폭력 독립운동인 삼일운동도 그렇고 광복 이후 남과 북이 갈라진 것도 그렇고.

 

여전히 계급 사회 속에 놓여 있는 인도지만, 간디의 정신이 계속 더 인도 사회에 퍼진다면, 모든 인간이 평등하며 소중하다는 간디의 마음이 인도에 전해지리라 생각한다. 물론 그 생각은 나에게도, 그리고 당신에게도 매우 필요한 생각이다. 물론 간디도 인간이었지만 그만큼 진실된 사람을 발견하기는 매우 힘들 것 같다. 우리는 종종 거룩한 분노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100% 순도의 비폭력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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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살인자
라그나르 요나손 지음, 고유경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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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밤의 살인자>

 

아이슬란드 청정 추리물

 

살인자라는 제목을 붙인 추리소설치고는 얌전한 책이었다. 표지는 음산한 밤을 나타내는 짙은 푸른색 계열과 흰색을 대비시켜 총을 상부에 올려놓은 구조로 긴장감을 극대화시켰다. 영어 제목은 나이트 블라인드(Night Blind)” 인데, 전작이 화이트 블라인드라고 한다. 전작은 읽어보지 못한 상태이다.

 

작가는 1976생이니 우리나라 나이로 40대 후반의 중년이다. 그런데 사진으로만 보면 30대의 젊은 친구로 보인다. 아이슬란드라는 국가는 문학 장르에서 생소하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천재작가라는 별칭을 붙여 스스로 신뢰도를 높였다. 14세에 애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14편을 번역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그 정도면 천재라는 별칭을 붙여도 괜찮겠다는 생각은 든다. 게다가 인디펜던트지가 2015년 최고의 추리소설로 이 작품을 선정했고 2016 베리상에도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하니 외형적인 신뢰도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은 크게 세 가지 정도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아이슬란드라는 청정국가 이미지의 반복이다. 사건은 경찰이 폐가 앞에서 총에 맞아 부상을 입고 끝내 죽게 됨으로써 조용한 한 마을이 발칵 뒤집히게 되는데, 작가는 경찰의 입을 통해 반복적으로 범죄 청정국가였던 아이슬란드에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는 영미문학과 일본문학에 적응된 면이 있어 북유럽에 매우 약하다. 아이슬란드는 지도를 검색해 보면, 북유럽이라고 부르기조차 미안할 정도로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과 외따로 떨어져 대서양에 홀로 쓸쓸하게 있다. 그들은 자체적인 아이슬란드 언어를 사용하며 외국인은 1% 이하의 독립된 국가이다.

 

둘째는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일기장이 있다는 점이다. 분명히 사건의 해결 또는 범인의 단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지는 편지인데, 정신병동에서 혼자 몰래 쓰는 일기장의 내용은 과거의 일로 이루어지며 사건의 흐름과 상관없이 개인적인 병동에서의 일이라 누구일까 추리를 하지만 맞추기가 쉽지 않다. 물론 최종 결과를 보고나면 일기장 내용의 중요성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세 번째 특징은 사회학적 메시지를 분명히 담고 있는 추리물이라는 점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근 소설과도 일맥 상통한 면이 있다. 저자는 단순한 오락거리로 책을 집필한 것이 아니고, 자신의 문학작품을 통해 세상을 향해 뭔가 말을 하고 싶어했다. 그것을 밝히는 것조차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를 말하지 않겠다.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으며 범인을 추리해 나갈 때 다양한 환경 가운데 공통점이 있는 주제를 찾아낸다면 매우 천재적인 독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쉽지 않다. 공통점과 사회학적 주제는 마지막에 가서야 겨우 밝혀진다.

 

문장은 깨끗하고 담백하며 큰 군더더기 없이 서술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진행이 빠르고 인물들의 개인적인 고민, 가정사적인 연결이 자유로워 추리물 장르지만 일반문학 작품처럼 매우 부드럽다. 생각을 하게 하고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또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한다. 그런 점이 추리물로 장점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무척 좋았다. 깔끔한 추리물. 큰 반전은 아니었지만 밝혀진 범인은 신선했고, 풀어나가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좀 너무 쉽게 범인을 찾아낸 감도 있으나 짧고 굵게 책을 마무리 지었다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랄 수 있겠다. 모처럼, 청정 추리물 하나를 읽은 기쁨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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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
오가와 사야카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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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
제목은 감성으로 유혹하지만 내용은 감성을 적절히 배제하고 저자가 직접 관찰한 사실과 현상으로 채워진 사회학 또는 문화인류학 책이다. 저자는 일본의 문화인류학 학자요 교수이며 인문학 저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저자의 전문분야는 민족이나 지역의 경제활동을 분석하는 경제인류학과 도시에서의 삶과 생존을 고찰하는 도시인류학이라고 하는데, 이 책은 그 연구의 결과물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저자는 이미 탄자니아에서 직접 헌옷 행상을 하며 관찰한 현지 영세 상인의 삶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고찰한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한 묘책:탄자니아 영세 상인 마칭가의 민족지>라는 책으로 학술상인 산토리 학예상을 수상하였다.

이 책은 그런 탄자니아의 영세상인 삶을 통해 도시화되어가고 있는 탄자니아 사람들을 추적하면서 그들의 살아가는 방식과 경제적인 관념 그리고 그로 인해 구성되는 사회를 조망한다. 인간은 원래 하루하루 살아가는 존재였다고, 그것이 대단히 특별한 삶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농경시대부터 겨울을 준비했고 다음 해까지의 삶을 계획했다. 그러므로 저자가 말하는 그날그날의 삶 방식은 어쩌면 농경사회가 도래하기 전의 사냥과 수렵 시대를 말하고자 하는 듯하나, 조금 지나친 대비라는 생각도 든다.

책은 크게 6장까지 구성되어 있으며 나름대로 적절함과 흥미를 갖춘 주제들로 배열되어 있다. 탄자니아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지만, 제목만으로 추측해본다면 우리네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미 우리 삶은 이제 당장 일을 그만 두면 다음 달을 살아갈 수 없는 하루살이처럼 되어 버렸다. 미래를 위해 준비할 수 없는 혹독한 삶이다. 사냥하던 그 시대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더 험악한 것 이제 우리에게는 사냥감도 없다는 것.

책은 탄자니아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알려준다. 그들은 하루 벌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우리처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초반부에 설명한 통궤족의 “최소 생계 노력” 개념은 약간의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들은 너나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나누어주는 문화가 발달했는데, 자신들이 내일 굶어도 오늘 누군가를 만나면 자신의 음식을 나누어준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생산한 식량의 40 퍼센트를 마을을 방문하는 손님에게 대접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 역시 다른 마을을 방문하며 그것을 보상받지만 손님이 몇 명 올지 미리 예측할 수 없고 그들은 계산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최소한의 생계를 책임지는 노력만 기울여 삶을 살아간다. 굳이 노력해서 더 많이 수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누어줄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물질의 환원방식은 독특한 것이었다. 주술로 인해 두려움을 가지고 나누어준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눔은 좋은 것이다. 우리나라도 식사시간에 찾아온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지 않는 미풍이 있었다. 탄자니아 사람들도 점심 무렵에 자기 집을 지나가는 사람을 발견하면 밥먹고 가라고 붙든다고 한다. 그들은 우연성을 기초로 식사를 함께 한다. 그들의 우연성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경제적인 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들은 수시로 직업을 바꿨는데 그것은 그 우연성에 기초하는 것으로 보였다.

책은 중국과 연결된 새로운 시장경제를 보여준다.
탄자니아는 이웃 국가에 가서 물건을 사오지 않고 중국으로 몰려가 물건을 떼오는 보따리 상인들로 가득하다. 중국은 아프리카 촌이 형성되었고 최근에는 중국 상인들이 직접 아프리카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돈을 빌려도 채무에 대한 의무가 없었고, 빌려준 사람도 갚으라고 종용하지 않았는데 그건 미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휴대폰 보급이 늘어나고 즉시 이체가 가능해지면서 조금씩 그런 일도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처음 제목에서 풍겼던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을까?” 하는 다소 원론적인 질문을 떠올리게 한 개념과는 다소 다른 내용을 품고 있는 책이었지만,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네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좀더 부드럽게 서술되면 좋았겠다 싶지만 저자가 문화인류학 교수요 도시인류학 교수로 직접 체험하며 관찰한 내용으로 만든 거라 이 정도도 매우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다루고 있는 경제는 지하경제, 영세상인들의 비공식 경제였는데, 우리 사회도 대부분 비정규직이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모양과 기준만 다를 뿐이지 큰 차이는 없다고 보여진다. 우리네 삶이 바로 탄자니아의 하루벌이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비록 나만의 생각은 아닐 거라 판단한다.

간만에 유익하고 재밌는 사회학, 도시학, 인류학 책을 읽어 기분이 좋았다. 이제 세계는 하나가 되었다. 슬프고도 유익한 글로벌이다. 단언하지만, 하루 벌어 사는 건 결코 괜찮은 일이 아니지만, 우리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 여긴 사냥감 없는 사냥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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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 박상 본격 뮤직 에쎄-이 슬로북 Slow Book 2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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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달아서 끈적끈적한 것>


이런 생기발랄하고 발칙한 책을 봤나?
한 장 한 장 읽어내려갈수록 나는 박상이라는 작가에 매료되었다.
그는(그녀가 아니라 그겠지?) 한시도 웃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것처럼, 그가 써내는 글들은 삶을 웃음으로 꽁꽁 싸매고 돌아다니며 웃음먼지를 퍼뜨리는 웃음바이러스 같은 것이었다.
어떤 고난과 역경, 어떤 비극이라도 그에게만 닿으면 소리없이 사라져버리고, 희극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는 어떻게든 삶을 사랑했고 음악을 사랑했다.
본격 뮤직 에쎄-이, 라는 촌스런 부제목은 그가 각 장마다 틀어제끼는 음악과 딱 어울렸다. 그는 인도에 가서 울더라도 음악을 들어야 했고, 터키에 가서 생고생을 하더라도 음악을 귀에 걸어야 했다.

그의 글에 대한, 책에 대한 스스로 소개글은 단적으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준다.

~~

안녕하세요? 무명작가 박상입니다.
저는 이름이 생소한 걸로 유명합니다.

저는 웃기는 것에 매혹을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인생이란 것도 웃기는 것의 아름다움과 그 허무 사이의 진창을 헤매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글들은 웃기기 위해 한 웹진에 연재한 음악 칼럼과 몇몇 여행기를 함께 묶은 것입니다.


~~

쓰면서 다시 그의 소개글을 읽어보니 위에 옮긴 그의 인사글이 책 전체에서 가장 진지한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름 음악을 좋아하지만 대부분이 클래식 계열을 좋아하는지라, 나는 책을 읽으면서 그가 던져준 음악 레시피들을 하나하나 유튜브에서 찾아 들어보았다.

너무 시끄러울 것 같아 처음에 소개한 “겟 럭키”는 안 들었다. 대부분 내가 모르는 노래들이었기에 더 즐겁게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 그의 음악적 감흥을 불러 일으킨 그의 재미난 이야기는, 사실 그는 늘 불행에 빠져 있다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음악을 골랐는데, 얼마나 슬프고 재밌는지 모른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이화동”을 들었다. 그랬는데 마침 이화동 같은 동네가 무분별하게 찾아오는 관광객들 때문에 문을 닫고 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마음이 아팠다. 나는 가보지도 못했는데. 핑크 플로이드의 “wish you were here”도 좋았다.

그러고보니 나도 음악다방에 가서 창피한 일을 겪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DJ가 엘피 음반을 틀어주던 음악다방에 간 적이 있었다. 한참 팝송 맛을 알게 된 때, 지금도 dvd로 고이 간직하고 있는 에어 서플라이의 노래를 신청했었다. 그런데 아는 척 한다고 에어 서플라이를 영어로 적었는데 엉터리로 적었던 것. 디제이는 노래를 틀어주면서 그걸 굳이 마이크로 온 다방 사람 다 듣도록 환히 밝혀 주었다.

이제 디제이가 음악을 골라 틀어주는 그런 음악다방이 주변에 없다는 것이 슬프다. 그렇지만 박상의 본격 뮤직 에쎄-이는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다.
역시 슬플 땐 음악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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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책
앤 후드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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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책>

책 제목이 근사했다.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이라면, 모든 책덕후들이 1초의 고민도 없이 순식간에 낚아채 갈 그런 책 제목이었다. 아, “내 인생 최고의 책”이라는 제목으로 어떤 소설을 쓸 수 있단 말인가. 벨벳 쇼파 한쪽 구석에 앉아 저 도도하면서도 고뇌에 찬 표정을 한 채 “책을 든 여인”의 흑백 표지를 보라. ”이 책의 책읽기는 그 완전히 충만해진 기대감으로 살 떨리는 마음으로 첫 장을 넘기며 시작되었다. “당신을 위한 책”이라는 작은 헌사가 나를 사로잡았다.


이야기는 12월부터 다음 해 11월까지 1년 동안 여주인공 에이바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치유와 회복의 이야기다. 목차를 살펴보면 등장인물 중심으로 나열되는데, 에이바와 메기가 12월과 1월에 나오고 2월에 과거 1970년 샬럿이 추가되고, 3월에는 행크가, 6월에는 책방주인이 추가되어 총 4명의 등장인물이 소제목으로 등장한다. 10월에는 다시 1970년 그날 아침, 비어트리스가 추가되면서 이 책에서 1970년에 일어난 에이바의 동생 릴리의 사고에 서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중심인물 5명(에이바, 메기, 샬럿, 행크, 비어트리스)이 모두 소개된다.


전체 그림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순서대로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메기의 끊임없는 마약중독에 대한 이야기와, 남편과 헤이지고 친구 케이트가 운영하는 북클럽에 들어와 자신을 추슬러보려는 에이바의 약간은 도발적인 일탈들이 이어져, 북클럽이 이 책의 중심 축 역할을 하는 것은 맞는지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면, 12월에 처음 북클럽에 가입했을 때, 운영자 케이트는 다음해 책 주제를 “내 인생 최고의 책”으로 정하고 참여한 회원들로부터 각자의 책을 소개받는다. 그러니까 결국, 이 책은 에이바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동생의 죽음에 대한 치유 과정을 담고 있으면서, 다른 북클럽 회원들이 내놓은 책들을 매달 읽으면서 이 과정을 진행해나간다. 미처 깨닫진 못했지만 다 읽고나서 보니 날줄로는 에이바의 사건을 중심으로 등장인물이 출현하고, 씨줄로는 다른 북클럽 회원들이 정한 책을 함께 읽어나가면서 책 속 사건과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자신의 문제와 대비시키며 조금씩 진전시켜 나갔던 것이었다.

북클럽 회원들은 내 인생 최고의 책으로 “오만과 편견” “위대한 개츠비” “안나 카레니나” “백년 동안의 고독” “앵무새 죽이기” “브루클린에서 자라는 나무” “호밀밭의 파수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제5도살장” 을 선택했다.


맨 마지막에 지목받은 에이바는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라는 흔하지 않은 책을 “내 인생 최고의 책”으로 지명했다.

혹시나 진짜 그런 책이 있나 해서 국내 인터넷 서점을 검색해 보았지만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내 인생 최고의 책>에서도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를 에이바가 소개하자 당장 누군가가 가수 낸시 그리피스가 부른 노래 아니냐고 물어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래서 영어로 “from clare to here”로 검색하니 Nanci Griffith라는 가수의 노래가 나온다. 음악을 틀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음색의 여가수가 잔잔하게 노래를 부른다.

다시 영어로 책을 검색해보니 두 권이 검색되는데 하나는 미스터리물이고 하나는 Katie Flynn이라는 작가가 쓴 페이퍼 북이 나온다. 대충 소개를 보니 에이바가 소개하는 책은 아닌 것 같았다.

메기가 에이바의 딸인 줄 모르고 읽기 시작했는데, 학교를 자퇴하고 프랑스로 가서 마약중독자의 삶으로 살아가는 젊은 메기의 이야기는 참으로 읽어내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엄마 에이바 역시 계속 꼬이고 있어서 중반 이후까지도 도대체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되려는지 심란하기만 했다.

에이바는 자신의 책을 발표하는 11월에 “클레어에서 여기까지”의 작가를 북클럽으로 초청하겠다고 아무런 계획없이 발표했던 것이 있어서 더 꼬이게 된다. “클레어에서 여기까지”의 작가를 찾아가는 과정, 동생 릴리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에이바의 가족사의 숨겨졌던 이야기들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책은 마지막 장면에서 폭발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결국 모두가 “클레어에서 여기까지”의 책이 에이바에게 왜 가장 소중한 책이었는지, 에이바 인생의 가장 최고의 책이 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책 속에서 또 하나의 책 “클레어에서 여기까지”의 줄거리를 엿보면서, 왜 그 책이 치유의 이야기가 되는지를 깨닫게 된다.

에이바는 결국 “여기까지”라는 책의 주제를 마지막 북클럽 장소에서 맛본다. 아들러의 심리학 “지금 여기”가 11월 마지막 북클럽에서 완성되었다. 게슈탈트 심리학 “지금 여기”가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우리는 이제 흡족한 마음으로 간다. 자유를 향해.”

과거의 치유는 지금 여기에서 끝을 맺고,
미래의 행복은 지금 여기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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