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책
앤 후드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인생 최고의 책>

책 제목이 근사했다.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이라면, 모든 책덕후들이 1초의 고민도 없이 순식간에 낚아채 갈 그런 책 제목이었다. 아, “내 인생 최고의 책”이라는 제목으로 어떤 소설을 쓸 수 있단 말인가. 벨벳 쇼파 한쪽 구석에 앉아 저 도도하면서도 고뇌에 찬 표정을 한 채 “책을 든 여인”의 흑백 표지를 보라. ”이 책의 책읽기는 그 완전히 충만해진 기대감으로 살 떨리는 마음으로 첫 장을 넘기며 시작되었다. “당신을 위한 책”이라는 작은 헌사가 나를 사로잡았다.


이야기는 12월부터 다음 해 11월까지 1년 동안 여주인공 에이바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치유와 회복의 이야기다. 목차를 살펴보면 등장인물 중심으로 나열되는데, 에이바와 메기가 12월과 1월에 나오고 2월에 과거 1970년 샬럿이 추가되고, 3월에는 행크가, 6월에는 책방주인이 추가되어 총 4명의 등장인물이 소제목으로 등장한다. 10월에는 다시 1970년 그날 아침, 비어트리스가 추가되면서 이 책에서 1970년에 일어난 에이바의 동생 릴리의 사고에 서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중심인물 5명(에이바, 메기, 샬럿, 행크, 비어트리스)이 모두 소개된다.


전체 그림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순서대로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메기의 끊임없는 마약중독에 대한 이야기와, 남편과 헤이지고 친구 케이트가 운영하는 북클럽에 들어와 자신을 추슬러보려는 에이바의 약간은 도발적인 일탈들이 이어져, 북클럽이 이 책의 중심 축 역할을 하는 것은 맞는지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면, 12월에 처음 북클럽에 가입했을 때, 운영자 케이트는 다음해 책 주제를 “내 인생 최고의 책”으로 정하고 참여한 회원들로부터 각자의 책을 소개받는다. 그러니까 결국, 이 책은 에이바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동생의 죽음에 대한 치유 과정을 담고 있으면서, 다른 북클럽 회원들이 내놓은 책들을 매달 읽으면서 이 과정을 진행해나간다. 미처 깨닫진 못했지만 다 읽고나서 보니 날줄로는 에이바의 사건을 중심으로 등장인물이 출현하고, 씨줄로는 다른 북클럽 회원들이 정한 책을 함께 읽어나가면서 책 속 사건과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자신의 문제와 대비시키며 조금씩 진전시켜 나갔던 것이었다.

북클럽 회원들은 내 인생 최고의 책으로 “오만과 편견” “위대한 개츠비” “안나 카레니나” “백년 동안의 고독” “앵무새 죽이기” “브루클린에서 자라는 나무” “호밀밭의 파수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제5도살장” 을 선택했다.


맨 마지막에 지목받은 에이바는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라는 흔하지 않은 책을 “내 인생 최고의 책”으로 지명했다.

혹시나 진짜 그런 책이 있나 해서 국내 인터넷 서점을 검색해 보았지만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내 인생 최고의 책>에서도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를 에이바가 소개하자 당장 누군가가 가수 낸시 그리피스가 부른 노래 아니냐고 물어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래서 영어로 “from clare to here”로 검색하니 Nanci Griffith라는 가수의 노래가 나온다. 음악을 틀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음색의 여가수가 잔잔하게 노래를 부른다.

다시 영어로 책을 검색해보니 두 권이 검색되는데 하나는 미스터리물이고 하나는 Katie Flynn이라는 작가가 쓴 페이퍼 북이 나온다. 대충 소개를 보니 에이바가 소개하는 책은 아닌 것 같았다.

메기가 에이바의 딸인 줄 모르고 읽기 시작했는데, 학교를 자퇴하고 프랑스로 가서 마약중독자의 삶으로 살아가는 젊은 메기의 이야기는 참으로 읽어내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엄마 에이바 역시 계속 꼬이고 있어서 중반 이후까지도 도대체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되려는지 심란하기만 했다.

에이바는 자신의 책을 발표하는 11월에 “클레어에서 여기까지”의 작가를 북클럽으로 초청하겠다고 아무런 계획없이 발표했던 것이 있어서 더 꼬이게 된다. “클레어에서 여기까지”의 작가를 찾아가는 과정, 동생 릴리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에이바의 가족사의 숨겨졌던 이야기들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책은 마지막 장면에서 폭발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결국 모두가 “클레어에서 여기까지”의 책이 에이바에게 왜 가장 소중한 책이었는지, 에이바 인생의 가장 최고의 책이 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책 속에서 또 하나의 책 “클레어에서 여기까지”의 줄거리를 엿보면서, 왜 그 책이 치유의 이야기가 되는지를 깨닫게 된다.

에이바는 결국 “여기까지”라는 책의 주제를 마지막 북클럽 장소에서 맛본다. 아들러의 심리학 “지금 여기”가 11월 마지막 북클럽에서 완성되었다. 게슈탈트 심리학 “지금 여기”가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우리는 이제 흡족한 마음으로 간다. 자유를 향해.”

과거의 치유는 지금 여기에서 끝을 맺고,
미래의 행복은 지금 여기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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