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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 - 월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가 전하는 견고한 삶의 가치
신순규 지음 / 판미동 / 2021년 7월
평점 :
#독서후기
(선한리뷰 2021-057) 코로나라는 어둠이 닥칠 때, 나의 삶은 얼마나 견고한가?
한줄평 : 어둠이 깊어질수록 더욱 빛나는 것들이 있다.
도서명 :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
글쓴이 : 신순규
출판사 : 판미동(민음사)
완독일 : 21.07.15
쪽수 : 261쪽
내 회사 업무 가운데 하나는, 기업이 보유한 특허기술이 얼마 정도의 가치를 가지는지 평가하는 일이다. 기술가치평가라 부르는 이 일은, 보유한 특허에 대한 실질적인 금액적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기업체가 무형재산권의 하나인 특허를 활용하여 대출이나, 투자, 현물출자, 특허매매, 라이선스 등에 활용하여 기업의 경영 실적을 좋게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특허를 평가하여 가치 금액을 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하나는, 특허를 사업화하는 기업이 어떤 수준의 기업이냐는 것이다. 개인이나 신생기업이 사업화를 시도하는 것과 삼성이나 현대 등 대기업이 사업화를 시도하는 것은 가치의 측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발생한다. 사업화주체라 부르는 주체의 환경에 따라 가치 금액은 달라진다.
갑자기 나의 회사 업무를 꺼내든 이유는, 책이라는 살아있는 이야기를 읽을 때, 우리는 작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감동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배경, 숨겨진 복선의 의미를 더 선명하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독서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책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의 저자는 두 가지 점에서 특별하다.
저자는 빚조차 볼 수 없는 전맹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으로서 증권분석 애널리스트가 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장애에 대한 우리의 편견이 어떠하냐에 따라 책을 달리 읽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같은 사건, 같은 상황이라도 저자가 겪는 무게와 깊이가 다르기에 우리는 이를 깊이 생각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시각장애에 대하여 우리, 아니, 독자인 내가 가졌던 많은 것들은 여전히 궁금한 채로 남아 있긴 하지만 대체로 기우에 불과했다.
책은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으로서 증권분석 애널리스트 직업을 가진 저자 신순규의 개인적 가치관에 기반하여 서술되었다. 아마도 그는 시각장애인 전용 작업도구를 이용하여 책을 집필하였을 것이다.
그의 전작을 읽어보진 않았으나 저자의 그런 특이한 이력과 그의 성실함, 그리고 그의 진실된 모습으로 인해 그는 우리나라 프로그램 세바시에 출연하여 강연을 한 바 있고, 책을 펴낸 바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그의 첫 번째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저자가 이 책을 저술한 동기는 그러하다고 이해된다. 미국에서 코로나라는 암울한 시대적 상황을 맞이하여, 전대미문의 재택근무를 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확진되고 사방에서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코로나로 인해 경제가 붕괴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돌아봄을 글로 적은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가치관은 과연 이러한 어둠 속에서도 견고한가.
(지구 건너편, 세계 제일국가 미국의 코로나 상황)
한국처럼 코로나 위기를 훌륭하게 대처한 나라에 사는 독자들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집이 감옥이 되고, 잘해야 하루에 한 시간 정도만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그때의 현실을, 바이러스 감염자에게 억지로 일을 시킨 근처 슈퍼마켓은 직원 두 명이 죽자 문을 닫았다. 이런 뉴스 때문에 슈퍼마켓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음식 배달 서비스는 인력 부족으로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다. 배달은 가능했지만, 식당들 역시 재료 부족으로 문을 닫기 시작했다. (13쪽)
아직도 미국은 코로나 방역을 세계에서 가장 잘못해 온 나라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ㅎ고 있다. 10개월 20일 만에 미국 인구 약 824명당 1명이 사망했다는 계산은 받아들이기 힘든 가혹한 현실이다. (59쪽)
이 책을 읽고나서 자료를 찾아보니 미국에서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는 60만 명을 넘겼다. 작년 미국에서 엄청난 사망자를 수용하지 못해 마구잡이로 땅에 묻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났다. 미국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가 직접 피부로 느끼기 힘든 장면들이 세계 곳곳에 있었다. 그가 전해주는 미국의 상황을 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가 생각났다. 소설속 이야기가 실제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메꾸기 위한 국가의 노력이 결국 엄청난 규모의 부채를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우리나라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거의 같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소상공인이 죽어나가고 취업이 안되고 하니까 급한 불을 끄는 것이지만 이는 고스란히 다음 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남겨질 것이다.
필수 경제상황 외에는 모두 다 셧다운한 경제는 급속도로 불황 수준이 되었다. … 더 기가 막히는 일은 빌리언 단위가 아니라 트릴리언(trillion, 몇 조) 달러 단위의 채무를 우리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일이었다. (프롤로그, 15쪽)
그는 이런 코로나 상황 속에서, 견고함을 떠올렸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좋은 기업을 투자하기 위한 분석 시스템에서처럼, 기업의 견고함에 대한 분석 항목을 자신에게 가져온 것이다. 이런 어둠 속에서 나는 어떤 견고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1부에서 4부까지, 각 챕터에서 언약, 상상력, 관점, 사랑, 견고함, 동기부여, 건강, 자기사랑, 수치심, 씁쓸함, 후회, 자유, 배려, 소망, 인내 등 33가지의 가치관을 점검하였다.
의료 시스템의 견고함, 기업의 견고함처럼 삶에도 그런 견고함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개인적인 견고함, 사랑하는 이들을 지켜줄 수 있는 견고함이라고 결론지었다. … 애널리스트로서 내가 투자분석을 통해 기업의 견고함을 확인하듯이, 이 위기의 시기에 나 자신의 견고함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과연 무엇이 나를 이 험한 세상에서 불확실로 채워진 미래를 하루하루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걸까? (프롤로그, 15쪽)
프랭클린같은 자기검열식 에세이가 아니라, 보다 편안하게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아내와 아들의 가족들 이야기,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다 해고된 동료들 다양한 이야기를 버무려 자신에게 필요한, 견고함을 어루만질 덕목을 이야기한다.
그는 전맹 시각장애인으로서, 원치 않게 시각장애인을 아빠로 둔 아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공놀이도 같이 못 하고, 낚시도 같이 못 가고, 자질구레한 집 안 수리 등도 못 한다. 어느날 아들이 말한다. 이젠 그만 미안하라고, 자기 말도 잘 들어주고, 의미 있는 대화도 많이 나누고, <해리포터> 같은 책도 같이 읽고 토론해주는 아빠는 아주 드물다며, 칭찬을 해준다.
장애인을 학생으로, 직원으로, 친구로, 배우자로 선택할 수는 있어도, 나의 선택과는 전혀 관계 없이, 장애인 부모를 두는 삶이라면 어떨까. 그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지만, 아이의 세계는 부모의 걱정을 초월하고 있었다.
자신을 배우자로 선택해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도 컸다. 집안의 반대는 물론 주변의 시선 또한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 모든 걸 물리치고 두 사람은 결혼했다. 비장애인과 전맹 시각장애인의 결혼. 아내를 잘 아는 교회 어르신 중 한 분은 그녀가 빛도 못 보는 시각장애인과 결혼할 거라는 소식을 듣고 “근주답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아내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가 쓴 글만으로 판단해볼 때 그의 결혼은 아주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배우자의 마음을 맞추는 일, 자녀와 공감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숙제인가. 그가 가진 장애는 그의 가족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해주는 작은 햇살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상상해볼 뿐이다.
그기 첫 직장에서 해고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 그의 아내가 그를 신뢰하고 지원해준 것을 보면 그는 정말 결혼을 잘한 것 같다.
아주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그 소식을 전했다. 6월 말까지 새 직장을 찾지 못하면 미국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까지. 그때 아내는 나에게 일생을 바꿀 만한 말을 해 주었다. 내 이름을 리스트에 올린 사람은 확실히 큰 실수를 했고, 세상에는 나를 스카우트해 갈 고용주들이 많을 거라고. … 가장 가까운 사람이 해 주는 격려의 말처럼 자신감에 날개를 달아 주는 것도 드물다. (55쪽)
신앙은 내가 결코 혼자가 아님을 믿도록 동행하시는 하나님의 인도와 은혜를 믿는 것이다. 그래서 감사할 수 있다. 그걸 왜 한동안 잊었을까? … 눈을 뜨고 있든 감고 있든, 나의 세상이 점점 밝아지는 것을 느낀다. 올 것은 무엇이든 와도 좋다. 삶을 파괴할 만한 대지진과 같은 일이라도 감사할 이유는 있을 거라 믿는다. 그 마음을 유지한다면 나의 세상은 결코 다시 어두워지지 않을 것이다. (56쪽)
그는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었고, 신앙은 아내와 함께 고난을 헤쳐나가는 데 큰 힘이 되어준 것 같다. 글 곳곳에서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여준다.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참으로 감사하고 존경스러웠다.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같은 믿음의 경지, 감사의 깊이를 가지지는 못한다. 물론 반드시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만 제대로 된 성도라고 단정짓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그는 견고함에 대하여 이렇게 설명한다. 견고하다는 말은 주로 물건에 쓰이는 단어인데, 오랫동안 쓸 수 있어서 자주 사지 않아도 되는 물품으로 durable goods라 부르는 것들이다. 즉 튼튼하고 오래가는 물건들인 것이다. 그래서 그는 투자분석가로서 견고한 기업에 투자한다. 이러한 기업은 어떤 상황이 닥쳐도 살아남는다.
그렇다면 우리 사람에게도, 우리를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있지 않을까. 그것은 무엇일까. 높은 지능이 아니라, 깊은 지식이 아니라, 남보다 좋은 실력이 아니라, 많은 문제를 해결해주는 돈이 아니라, 우리를 견고하게 해주는 그것.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제목에서 차용한 “어둠”이라는 단어의 이중적 의미다.
자신이 전맹 시각장애인으로 그는 어둠 속에서 생활한다. 아홉 살까지 시력이 있었으나 점점 약해지다가 결국 전맹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물리적으로 어둠 속에 있다.
그리고 시대적 상황이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800명 당 1명이 죽어나가는 코로나라는 어둠이다. 미래가 불확실해졌다. 상상할 수 없는 현재와 미래다.
하지만 이 두가지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것이 있다. 어둠은 한 줄기 빛만 들어와도 사라져버린다. 어둠이 충만할 때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지만, 빛이 들어오는 순간, 어둠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그것이 바로 우리를 어둠 속에서도 견고하게 해준다. 흔들리고 넘어지지만 다시 일어서게 한다. 저자는 그것을 33가지의 키워드로 하나씩 짚어보며 사유의 폭을 넓힌다. 그가 생각하는 주제들이 완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를 당장 코로나의 위협, 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는 일어날 것이다.
나 역시, 그의 글을 읽으며, 어둠 속에서 빛을 본다.
(선한리뷰)
백신을 1주일 앞두고 있다.
오늘은 큰 딸아이가 백신을 맞고 왔다.
주사를 맞은 왼쪽 팔이 점점 더 아파 온다고 한다.
나는 다음 주에 백신을 맞을 병원에 가서 예방접종 예진표를 받아왔다.
전 세계는 여전히 코로나와 전쟁 중이다.
어떤 상황이 와도 흔들리지 않을 견고함이 필요하다.
인간은 연약하다.
사랑 그것 말고는 모두 배경에 불과하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나의 견고함을 위해,
사랑.
그것에 올인하자.
(출판사의 지원으로 책을 받아 책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