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
오가와 사야카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
제목은 감성으로 유혹하지만 내용은 감성을 적절히 배제하고 저자가 직접 관찰한 사실과 현상으로 채워진 사회학 또는 문화인류학 책이다. 저자는 일본의 문화인류학 학자요 교수이며 인문학 저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저자의 전문분야는 민족이나 지역의 경제활동을 분석하는 경제인류학과 도시에서의 삶과 생존을 고찰하는 도시인류학이라고 하는데, 이 책은 그 연구의 결과물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저자는 이미 탄자니아에서 직접 헌옷 행상을 하며 관찰한 현지 영세 상인의 삶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고찰한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한 묘책:탄자니아 영세 상인 마칭가의 민족지>라는 책으로 학술상인 산토리 학예상을 수상하였다.

이 책은 그런 탄자니아의 영세상인 삶을 통해 도시화되어가고 있는 탄자니아 사람들을 추적하면서 그들의 살아가는 방식과 경제적인 관념 그리고 그로 인해 구성되는 사회를 조망한다. 인간은 원래 하루하루 살아가는 존재였다고, 그것이 대단히 특별한 삶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농경시대부터 겨울을 준비했고 다음 해까지의 삶을 계획했다. 그러므로 저자가 말하는 그날그날의 삶 방식은 어쩌면 농경사회가 도래하기 전의 사냥과 수렵 시대를 말하고자 하는 듯하나, 조금 지나친 대비라는 생각도 든다.

책은 크게 6장까지 구성되어 있으며 나름대로 적절함과 흥미를 갖춘 주제들로 배열되어 있다. 탄자니아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지만, 제목만으로 추측해본다면 우리네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미 우리 삶은 이제 당장 일을 그만 두면 다음 달을 살아갈 수 없는 하루살이처럼 되어 버렸다. 미래를 위해 준비할 수 없는 혹독한 삶이다. 사냥하던 그 시대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더 험악한 것 이제 우리에게는 사냥감도 없다는 것.

책은 탄자니아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알려준다. 그들은 하루 벌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우리처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초반부에 설명한 통궤족의 “최소 생계 노력” 개념은 약간의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들은 너나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나누어주는 문화가 발달했는데, 자신들이 내일 굶어도 오늘 누군가를 만나면 자신의 음식을 나누어준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생산한 식량의 40 퍼센트를 마을을 방문하는 손님에게 대접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 역시 다른 마을을 방문하며 그것을 보상받지만 손님이 몇 명 올지 미리 예측할 수 없고 그들은 계산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최소한의 생계를 책임지는 노력만 기울여 삶을 살아간다. 굳이 노력해서 더 많이 수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누어줄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물질의 환원방식은 독특한 것이었다. 주술로 인해 두려움을 가지고 나누어준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눔은 좋은 것이다. 우리나라도 식사시간에 찾아온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지 않는 미풍이 있었다. 탄자니아 사람들도 점심 무렵에 자기 집을 지나가는 사람을 발견하면 밥먹고 가라고 붙든다고 한다. 그들은 우연성을 기초로 식사를 함께 한다. 그들의 우연성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경제적인 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들은 수시로 직업을 바꿨는데 그것은 그 우연성에 기초하는 것으로 보였다.

책은 중국과 연결된 새로운 시장경제를 보여준다.
탄자니아는 이웃 국가에 가서 물건을 사오지 않고 중국으로 몰려가 물건을 떼오는 보따리 상인들로 가득하다. 중국은 아프리카 촌이 형성되었고 최근에는 중국 상인들이 직접 아프리카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돈을 빌려도 채무에 대한 의무가 없었고, 빌려준 사람도 갚으라고 종용하지 않았는데 그건 미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휴대폰 보급이 늘어나고 즉시 이체가 가능해지면서 조금씩 그런 일도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처음 제목에서 풍겼던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을까?” 하는 다소 원론적인 질문을 떠올리게 한 개념과는 다소 다른 내용을 품고 있는 책이었지만,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네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좀더 부드럽게 서술되면 좋았겠다 싶지만 저자가 문화인류학 교수요 도시인류학 교수로 직접 체험하며 관찰한 내용으로 만든 거라 이 정도도 매우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다루고 있는 경제는 지하경제, 영세상인들의 비공식 경제였는데, 우리 사회도 대부분 비정규직이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모양과 기준만 다를 뿐이지 큰 차이는 없다고 보여진다. 우리네 삶이 바로 탄자니아의 하루벌이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비록 나만의 생각은 아닐 거라 판단한다.

간만에 유익하고 재밌는 사회학, 도시학, 인류학 책을 읽어 기분이 좋았다. 이제 세계는 하나가 되었다. 슬프고도 유익한 글로벌이다. 단언하지만, 하루 벌어 사는 건 결코 괜찮은 일이 아니지만, 우리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 여긴 사냥감 없는 사냥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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