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살인자
라그나르 요나손 지음, 고유경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밤의 살인자>

 

아이슬란드 청정 추리물

 

살인자라는 제목을 붙인 추리소설치고는 얌전한 책이었다. 표지는 음산한 밤을 나타내는 짙은 푸른색 계열과 흰색을 대비시켜 총을 상부에 올려놓은 구조로 긴장감을 극대화시켰다. 영어 제목은 나이트 블라인드(Night Blind)” 인데, 전작이 화이트 블라인드라고 한다. 전작은 읽어보지 못한 상태이다.

 

작가는 1976생이니 우리나라 나이로 40대 후반의 중년이다. 그런데 사진으로만 보면 30대의 젊은 친구로 보인다. 아이슬란드라는 국가는 문학 장르에서 생소하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천재작가라는 별칭을 붙여 스스로 신뢰도를 높였다. 14세에 애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14편을 번역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그 정도면 천재라는 별칭을 붙여도 괜찮겠다는 생각은 든다. 게다가 인디펜던트지가 2015년 최고의 추리소설로 이 작품을 선정했고 2016 베리상에도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하니 외형적인 신뢰도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은 크게 세 가지 정도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아이슬란드라는 청정국가 이미지의 반복이다. 사건은 경찰이 폐가 앞에서 총에 맞아 부상을 입고 끝내 죽게 됨으로써 조용한 한 마을이 발칵 뒤집히게 되는데, 작가는 경찰의 입을 통해 반복적으로 범죄 청정국가였던 아이슬란드에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는 영미문학과 일본문학에 적응된 면이 있어 북유럽에 매우 약하다. 아이슬란드는 지도를 검색해 보면, 북유럽이라고 부르기조차 미안할 정도로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과 외따로 떨어져 대서양에 홀로 쓸쓸하게 있다. 그들은 자체적인 아이슬란드 언어를 사용하며 외국인은 1% 이하의 독립된 국가이다.

 

둘째는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일기장이 있다는 점이다. 분명히 사건의 해결 또는 범인의 단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지는 편지인데, 정신병동에서 혼자 몰래 쓰는 일기장의 내용은 과거의 일로 이루어지며 사건의 흐름과 상관없이 개인적인 병동에서의 일이라 누구일까 추리를 하지만 맞추기가 쉽지 않다. 물론 최종 결과를 보고나면 일기장 내용의 중요성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세 번째 특징은 사회학적 메시지를 분명히 담고 있는 추리물이라는 점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근 소설과도 일맥 상통한 면이 있다. 저자는 단순한 오락거리로 책을 집필한 것이 아니고, 자신의 문학작품을 통해 세상을 향해 뭔가 말을 하고 싶어했다. 그것을 밝히는 것조차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를 말하지 않겠다.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으며 범인을 추리해 나갈 때 다양한 환경 가운데 공통점이 있는 주제를 찾아낸다면 매우 천재적인 독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쉽지 않다. 공통점과 사회학적 주제는 마지막에 가서야 겨우 밝혀진다.

 

문장은 깨끗하고 담백하며 큰 군더더기 없이 서술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진행이 빠르고 인물들의 개인적인 고민, 가정사적인 연결이 자유로워 추리물 장르지만 일반문학 작품처럼 매우 부드럽다. 생각을 하게 하고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또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한다. 그런 점이 추리물로 장점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무척 좋았다. 깔끔한 추리물. 큰 반전은 아니었지만 밝혀진 범인은 신선했고, 풀어나가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좀 너무 쉽게 범인을 찾아낸 감도 있으나 짧고 굵게 책을 마무리 지었다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랄 수 있겠다. 모처럼, 청정 추리물 하나를 읽은 기쁨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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