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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밀리언 특별판) - 20년 연속 와튼스쿨 최고 인기 강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8.0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0년 연속 와튼스쿨 최고 인기 강의”라는 자랑스런 문구가 띠지가 아닌 책 전면에 인쇄되어 박혀 있는 책. 얼마나 자랑스러웠으면 이 문구가 인쇄 글자로 책 표지에 들어가게 되었을까.
와튼스쿨은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와 함께 와튼스쿨 동문이라고 해서 더 유명해진 학교이다. 스쿨이라 해서 특별한 학교가 아니라, 와튼스쿨은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경영대학교를 말하며, 1881년 필라델피아 사업가인 조지프 훠턴(와튼)이 기부하여 설립된 학교라 이름이 그렇게 지어졌다.
와튼스쿨에서 20년간 전설적인 협상강의로 유명한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의 강의를 통째로 옮겨놓은 책이라고 한다. 협상강의가 몇 강이나 되는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압축해서 싣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뒷표지 흰 색 전면 중앙에 “단 하루도 이 책에서 배운 것을 사용하지 않은 날이 없다.”는 독자의 글귀는 또 새로운 독자를 유혹한다. “이 강의를 듣기 위해 9개의 강의를 포기해야만 했다.”는 와튼스쿨 학생의 글귀도 돋보인다.
책은 스튜어트 교수가 실제 강의하듯이 풀어서 서술되어 있어 읽기에 큰 무리가 없다. 실제적인 예화가 상당히 많이-어쩌면 대부분을 차지하는- 포함되어 있어서 그런지 책은 술술 읽힌다.
초판이 나왔던 2011년에도 베스트셀러였고 그래서 언론과 광고에도 많이 노출되었는데, 나는 이 책의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원하는 것을 얻는”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라니, 너무 세속적으로 느껴졌다. (이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차라리 “협상력을 높이는 기술”(너무 진부하긴 하지만) 정도의 수준으로 제목을 만들었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겠지만, 지나치게 개인중심적인 제목으로 느껴지는 “원하는 것을 얻는” 책이라니. 어쨌든 제목에 대한 느낌은 그랬다.
그런 부정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개정판이 나오고 어찌어찌하여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제1강 “무엇이든 다르게 생각하라”는 내가 좋아하는 “창의성” 분야의 제목으로 일단 합격점을 안겨주었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놓친 두 사람의 탑승 성공기는 꽤 반전이 있었고 계속 책을 읽도록 하는 힘을 부여했다. 와튼스쿨 2001학번이었던 레이엔 첸의 실제 경험담이 주는 반전의 충격은 꽤 길었다. 그리고 그의 강의는 매우 현실적이었다. 이론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 이론들은 현실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논리가 탄탄했고 실패할 가능성이 적은 이론이었다.
표준과 프레이밍을 이용한 협상, 감정을 중요시하는 협상, 가치의 교환으로 협상을 성공하는 방법 등의 내용들은 신선했고 적용했을 경우, 한국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조금은 더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한국에서는 막무가내식 또는 고개 하나 돌리지 않는 원칙주의자들이 있겠지만, 실제 이 협상카드를 내밀었을 때는 어떻게 나올지 잘 모르겠다. 물론 한국사람들은 일단 화를 내고, 큰목소리가 이긴다는 다소 원시적인 표준?이 있기 때문에, 저자가 미국에서 하듯이 상대와 개인적인 친교를 실시하여 감정을 열고 서비스를 받아가는 방법이 얼마나 먹힐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럴 시간도, 그럴 여유도 없을 가능성이 크겠지만 그래도 모든 곳이 다 그렇지 않으니 밑져야 본전인 셈치고 한번쯤 책대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협상이라고 하면, 비즈니스 영역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책에서는 모든 대상, 모든 갈등에 대한 영역을 다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부모가 자녀들과 협상하는 대목, 서비스 매장에서 협상하는 대목 같은 부분은 신선했고 재미도 있었다. 너무 세밀하게 들어가는 경향이 있지만, 아동심리학이나 상담학 영역으로 보여지는 부분을 가치교환 같은 협상 이론으로 접근해 들어가는 방식이 유사하면서도 독특한 면이 있었다.
줄거리가 있는 책은 아니지만, 협상법칙을 공개해버리는 것은 책을 다음에 읽을 사람에게는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자제한다. 물론 궁금하신 분은 이런저런 검색을 해보면 너무 친절하게 온갖 법칙을 공부하듯이 적어놓은 분들이 있어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 후기를 읽고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으신 분은 사서 보시든, 대출해보시든 책을 읽어보고 판단하시면 좋겠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 하나는, 저자가 북한 김정은과의 북핵 문제에 직접 트럼프의 지략가가 되어 협상테이블에 앉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저자는 세계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이스라엘 문제, 미국의 테러문제에 마지막 장을 할애했는데, 전 세계를 경악케하고 한반도를 핵의 중심지로 만든 김정은의 협상얘기가 빠져 있어 좀 서운했다. 다음 개정판 때까지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 그때는 꼭 그 부분을 넣어주면 좋겠다. 물론 그 부분에 실제 협상하고 난 협상결과가 실리면 더 좋겠지만.
책을 읽고 나서, 반성을 좀 했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 탓에, 잘못된 것을 발견하면 따지길 좋아했는데, 그래서는 결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상대에 집중하라,는 조언은 참 좋았다. 그도 사람이니, 그를 화나게 하지 말고, 그를 존중해주고, 그의 말을 들어주고, 내 의견을 말할 때, 내 의견이 수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사실. 쉽진 않겠지만 다음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꼭 실험해보고 싶다. 거창한 광고문안 때문에 생긴 기대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상당히 유용한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거창한 인류 평화, 아니면 내적인 성숙 같은 거대담론의 인문학은 아니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힘을 가져다주는 책으로 소개해도 무방하겠다. 현재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