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책에서 주인공 “마스”가 엄청난 신체적인 조건을 가진 미국 미식축구의 “괴물” 같은 존재였음을 들어 마스에게 그 호칭을 불러주려고 했다. 괴물은 괴력을 지닌 사람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몬스터, 사람 같지 않은 사람, 외계인, 정신병자처럼 부정적 의미로 갖다 붙일 수 있는 그런 호칭이다.
저자의 전작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인데 물론 전작을 잃지 않고 읽어도 무방하다. 전작에서 똑같은 미식축구 선수활동을 하다 쓰러져 모든 것을 기억하게 되는 과잉기억증후군 환자인 데커라는 사람이 나온다. 그는 형사를 하다 아내와 자녀가 살해당하는 사고를 겪고 경찰직을 버리고 부랑자처럼 살아간다. 전작을 다 얘기할 수 없지만 데커는 어떤 동기에 의해 FBI 수사 컨설턴트로 다른 사건 해결에 참여하게 되는데, 그때 책 마지막 부분에 “괴물”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전편에서 범인으로 등장하는 “와이트” 역시 과잉기억증후군 환자였는데, 그녀는 동네에서 몹쓸 짓을 당하면서 그 증상을 얻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범인과 데커가 만나 대화를 한다.
범인이 말한다.
“너랑 나만 괴물이야.”
그러자 데커가 대답한다.
“넌 괴물이 아니야. 나랑 똑같은 사람이지.”
본의 아니게 전편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와 후편 “괴물이라 불린 남자”를 동시에 읽게 된 나는, 그래서 고맙게도 “괴물”이 가지는 중의적인 뜻을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세상 사람들이 괴물처럼 인식하는, 그러나, 신에 의해 똑같이 지구별에 태어난 너와 나와 같은 사람.
틀린 사람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것들로 채워진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
괴물이라 불릴 순 있어도 괴물이 아닌 사람.
“괴물이라 불린 남자”에서 전편의 데커는 FBI의 공식 요원으로 등장한다. 그는 괴물이라 불린 “마스”와 거의 동급인 체격을 가진 요원으로, 모든 것을 기억하는 과잉기억장애를, 범인을 잡는데 아낌없이 쏟아 붓는다.
새롭게 등장한 주인공 마스.
새롭게 범인으로 등장하는 A와 B.
그 외에는 대부분 전편에 등장하는 FBI 보거트 반장. 형사 파트너였던 랭커스터, 그리고 기자였던 재미슨이 함께 한다.
아마 3편이 나온다면, 이제 데커는 재미슨과 좀더 가까워질 것 같다.
단순하게 시작한 사건은 계속 커지고, 확대되고 넓어지고, 칸을 넘어 다른 이야기로, 다른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아무도 생각지 못한 곳에서 종결한다. 보거트 요원도 없고 랭커스터 파트너도 없는 곳에서 데커는 죽기 직전에 살아난다.
한 번 잡으면 손을 놓을 수 없는 책.
각오를 단단히 하고 책을 잡을 것.
600쪽에 육박하지만, 200쪽처럼 읽어내릴 수 있는 책.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형법 등에서 사형 판결은 내릴 수 있다. 그렇지만 10년 이상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다. 1997년 12월30일 사형집행이 이뤄진 뒤 현재까지 집행이 미뤄진 상태다. 일부 사람들은 강력한 사형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무고한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이유로 사형집행은 연기되고 있다.
“무고한데 억울하게 사형당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단 한 명도 너무 많죠. 그리고 분명히 한 명은 넘을 테고.”
추리소설이지만, 가볍게 사형문제를 잽으로 날린다.
원작과 제목이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 표지는 흑인의 얼굴을 전면에 내세웠다. 더 범죄소설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