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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유난 떨며 삽니다 - 소심한 사람이 세상에 던지는 유쾌한 저항
박현선 지음 / 헤이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오늘도 유난떨며 삽니다(소심한 사람이 세상에 던지는 유쾌한 저항)
박현선 지음
헤이북스
오늘도 무난하게 삽니다(대범한 사람이 세상에 관심없는 무지한 저항)
아이스팩과 수많은 뽁뽁이로 둘러쌓인 식자재배달을 즐깁니다
스티커를 제거하지 않은 플라스틱 통은 경비아저씨 눈을 피해 버리고 도망간적이 많습니다.
일주일에 2번이상 육식을 즐깁니다.
내돈으로 넣은 휘발유를 거리낌없이 쓰기 위해 대중교통은 여간해선 이용하지 않습니다.
인생은 플렉스야를 외치며 버는 이상 물건사기에 몰두합니다.
택도 제거하지 않는 옷이 옷장에서 나오면 조금 놀랄 뿐입니다.
설거지는 물을 콸콸콸 틀어놓고 해야 제대로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세제나 세정제들은 예쁜 용기에 든 것을 좋아해 리필해서 쓰지 않습니다.
이건 뭐....
세상에 관심이 없는 것인가? 생각이 없는 것인가? 의식이 없는 것인가?
아이들에게 물려준 다음 세상이 괜찮길 바라면서 일조하는 작은 행동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박현선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작은 저항을 합니다. 그것도 유난을 떤다는 역설적인 표현을 하며 무난하게 살고 있다고 착각하는 독자들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성공입니다. 작가는 물건과 그리고 음식, 사람에 대해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에 대해 조금 불편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읽는 내내 부끄러움에 손과 몸과 뇌마저 쪼그라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소신껏 생각있는 사람처럼 살아가는 척하며 정작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것들에게는 관심조차 두지 않은 제모습이 가식이 가득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오전 시간에 잠시 들린 커피숍에서 음료를 받아들며 아차, 텀블러를 잊고 왔네라고 말한 것이 1년 가까이 됩니다. 이 정도면 하려는 마음이 없었던 거라고도 할 수 있겠죠.
p44 장기화된 코로나 사태 ‘덕분에’ 취미 아닌 취미를 발굴 해낸 어느 지인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그 취미의 정체는 철저한 쓰레기 분리수거다.
p45 해야 하는 일, 하면 좋은 일이란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만 이상하게 실천하는 사람들은 드물고, 어느새 주위를 둘러보면 실천에 옮기고 있는 나 혼자 유별나고 특이하고 상대하기 피곤한 사람이 되어 있다. 아주 외롭고 고독한 상황이다. 나의 노력이, 나의 시간이, 나의 믿음이 마치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정말 한순간이다.
p145 현대의 유통 시스템에 대해서도 다 같이 고민해보는 것이 앞으로의 자원 낭비,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처럼 느껴진다.
p188 짙은 초록색 플라스틱으로 만든 콤포스터는 집으로 들어서는 현관문 옆 화단에 설치되어 있었다. ..(중략)...먹기 좋게 다듬는 과정에서 나오는 잔여물들을 넣어 썩힐 수 있었다. 그럼으로써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만들어진 퇴비로 뒷마당에 심긴 꽃들을 가꿀 수도 있다.
p198 배부른 도시, 식재료 생산지로부터 우리가 멀어져서일까? 예전보다 음식의 종류나 서비스가 다양해진 것은 맞지만 음식이 홀대받는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울 때가 있다. 쓰레기통 옆 아무렇게나 버려진 배달 도시락 위에 멀뚱멀뚱 남아 있는 상당량의 잔반을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족발을 배달시키면 따라오는 다 못 먹을 게 분명한 갖가지 반찬들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p237 아이는 남녀 둘이 함께 만든다. 하지만 부계 사회에 사는 우리는 아버지의 성을 고민 없이 아이에게 준다. 그게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고민 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일이라 문득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불편할 것입니다. 분명. 당연하다고 여기며 의식을 두지 않았던 일에 관심을 두는 일 자체가 번거로울 것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에 지금이라도 해야할 것입니다.
쓰레기 재활용장을 마주보고 있는 저희 집은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가구들과 온갖 잡동사니, 음식물쓰레기를 보며 시대가 풍족함을 매일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던집니다. “너무 많다.”
《오늘도 유난 떨며 삽니다》는 커다란 동작으로 소란스럽게 저항하는 식이 아니더라도 나름의 방식으로 변화를 꾀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세상이 달라지길 바라며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는 그것도 유쾌하다는 표현으로 즐기는 삶을 살아가는 작가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작가의 유난스럼에 이 책을 읽은 나도 이렇게 변했다고 이야기 전해주고 싶습니다.
같이 동참해야지, 너도 해야만해라는 제언은 1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덮을 쯤 되면 1년동안 챙기지 못했던 텀블러와 장바구니, 그리고 쓰레기를 조금이나마 줄여보려는 노력을 시도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