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순간들 - 박금산 소설집
박금산 지음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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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도 공식이 있을까?

아니다. 질문을 바꿔보자.

공식을 따라 소설을 쓴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무슨 소설 강좌 홍보문구 같구먼ㅋㅋㅋ



내 시대의 고정관념은 대학교 교수님들은 '다들 재미없다'인데 이 교수님의 글을 읽으니... 왠지 재치가 있으신듯 하다.


내가 벌써 발단의 공식에 낚인것인가...?


"첫째, 독자를 선택하자.

둘째, 짧은 이야기 읽기를 좋아하는 독자를 선택하자. 왜? 이것은 짧은 소설이니까.

셋째, '나도 쓸 수 있겠다'고 용기를 내는 독자를 상상하자.

넷째, 그 독자가 소설을 쓰는데 도움을 주자.

다섯째, 그 독자가 스토리 콘텐츠 공모전에 나가 상을 받고 상금을 타는 데 헌신하자."


교수님! 제가 바로 그 타깃입니다.😁



수업시간에 앉아있는 학생같은 기분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울 것 같은 설레임^^



"1회 초 1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는 것이 발단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독자들 다 도망간다.

독자는 작가가 9회 말 투 아웃 만루 상황에 서 있는 투수임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긴장된 상태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발단에 대하여>


"서핑은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팔을 젓기, 일어서기, 파도타기, 파오에서 내려오기.

소설의 전개는 서핑에서 보드 위에 올라서는 과정이다." <전개에 대하여>


"(절정은) 더 이상 진전이 있을 수 없는 상태! 끝!

서핑이나 스키다이빙에서 날아가는 것!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절정은 끝이지만 절벽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리고... 결말로 가는 길은 반드시 뚫려 있어야 한다."

<절정에 대하여>


"좋은 결말은 외길이다. 자연스러움이 그것이다.

절정이 훌륭하면 훌륭할수록 결말로 가는 길은 좁고 분명하다." <결말에 대하여>



각 부분의 진짜 짤막한 소설들이 어쩜 이리 다 흥미로울까...

4단계에 대한 설명의 예시처럼 들어있는데, 순서에 따라 들어있지 않고 그냥 뒤죽박죽 모여있는 하나의 연작소설이라 해도 흥미롭고 재미있었을 것이다.

작가는 분명 각 단계의 설명을 하고 소설을 예로 들었는데...

내가 생각하고 이해한 바로는 어떤 부분이든 간에 허투루 버릴 만한 부분 없이 독자들을 꽉 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9회말 투아웃 상황에서 타자나 투수 모두 긴장해야 하는 것처럼...

소설 뒤의 해설에서 김나영(문화평론가) 님의 글이 내 생각을 하나로 압축해줬다.


"그의 이야기는 누구나 각자의 시간 속에서 상상해봄직한 '그다음'을 기약하게 하기 때문이다.

소설을 이끌어내는 소설, 그런 힘이 이 책에 실린 글에도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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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
최경란 지음 / 오렌지연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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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직접 보고 사는 것도 좋지만 인터넷으로 시키는 게 익숙해지면서 생긴 버릇(!) 하나는 받았을 때의 느낌 상상해보기!

이 책은 오랜만에 보는 하드 양장에 뭔가 고급진... 그러니까 드라마 속 부잣집 서재에 꽂혀있을 법한 느낌의 책이었다.


"어? 이 책이 왜 여기 있지?"

"예전 교수님이 선물해주신 책이야." 뭐 이런 느낌? ㅋㅋㅋ


"삶은 옷감의 무늬 같은 것이다. 씨실 날실의 한 올 한 올이 매일매일의 일상이다. 일상의 한순간 한순간이다.

실이 한 올씩 오갈 때는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일정한 형태와 색조를 띤다.

우리는 어떤 옷감을 직조할 것인가."


한 장 한 장마다 명언, 문학작품 등으로 시작해 작가의 소소한 감상과 '한줄의 행(行)'이 담겨있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한 장씩 넘기면서 읽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스르륵 넘기면서 눈 가는 부분을 더 자세히 읽어도 된다.



나는 특히 눈에 띈 부분이 <준 것은 잊고 받은 것은 기억하자> 였다.


<<주는 사람은 기억하지 말아야 하고, 받는 사람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p.210 <탈무드 명언> )


이게 참 안된다. 나한테 분명 많이 줬는데... 내가 뭐 하나 주고 나서는 그 이후에 내가 뭐 받았나... 만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내가 막내라 그런가 남한테 막 퍼주는 스타일도 못 된다.

살면서 막 퍼주는 사람들(특히 첫째들)을 보면 '자기 실속도 못 챙기면서 왜 그렇게 퍼주기만 하나' 한심할 때도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내 주위에 많은 건 또 좋다.

아 사람이 이렇게 간사할 수가...ㅋㅋㅋ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안주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성장하다 늙었다ㅠㅠ)



"주는 사람이 조심해야 할 게 있다. 조금이라도 생색을 내려는 기미가 엿보인다면 주고도 주지 않음만 못하게 된다."(p.210)



요즘처럼 위로가 필요한 시기가 또 어디 있을까...

나는 그렇게 힘들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자주 가는 인터넷 카페의 매니저님이 볕 좋은 날 차도 마시고 드라이브도 하고 함께 책도 보자고 한 말이 왜케 뭉클했을까...


누구나 각각 처한 상황이 다르고, 고민이 다르고, 상처가 다르기에 섣부른 방법의 어쭙잖은 위로보다 다양한 시각의 울림이 담긴 이 책을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

((이렇게 말하면 작가님께 실례일 수 있지만) 심지어 이 책은 가성비도 갑이다! 출판사에서 엄청 공들여서 만든 티가 팍팍 난다.^^)


최고의 글은 화려한 수식어보다 가슴을 울리는 진심 어린 한 마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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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김성원 지음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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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끝이란 것이 있어. 내 말을 믿어봐. 이 상태로 네가 소멸하지 않아.
너는 더 행복해지고 더 기쁘게 살게 돼.
내 말을 믿어줘. 더 이상 울지 않게 될 거야."



잘생김의 대명사 아티스트 희열씨의 추천이라니!
표지의 색대비가 너무 예쁘기도 하고...
라디오 작가님의 책이라고 하니 뭔가 동종업계의 친밀감도 들고 ㅎㅎㅎ

"인스타그램은 가능성 없는 희망의 전시장이다.
많은 사람이 행복 가득한 사진 속에서 웃고 있다.
행복이 그렇게 흔한데, 그는 그 안에 없다."


나는 인스타그램을 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사진으로만 정리된 다른 이들의 피드를 보면 어찌 그리 다들 예쁘고 멋지게 꾸며놨을까!
그나마 다행인건 내 관심 분야는 책이라 내 인친들은 주로 책 사진을 올리니 상대적 박탈감이 덜하지만, 남들이 책을 엄청 많이 읽은거 같으면 역시 부럽고 책이 자꾸 갖고 싶고 그런건 어쩔 수 없다.ㅠㅠ
여러 사람들과 부대껴 사는 사회에서 남과 내 자신을 비교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비교하기 전에 먼저 자신 스스로 단단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처방한다!
심지어 이 약은 부작용도 없다!


요즘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와 관련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인기를 끌고 있는데, 정작 김성원 작가는 20년 넘게 글을 써왔고, 몇 권의 에세이집을 내면서 살아왔지만 '정말 행복해져서 글을 쓰지 않아도 되게 해달라'는 기도를 했다니 업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의 고통이란...
뭐든 일이라고 생각하면 어려운 법이니...

나는 15년 정도밖에 안됐으니... 그리고 다행히(!) 글을 쓰는 것이 여전히 어려워 더 배워야한다는 생각이 강해 '어떻게 하면 더 잘 쓸 수 있을까?' 고민을 하는데... 그럼 이 분은 해탈한 것인가... ㅎㅎㅎ

 


"쓰는 행위는 곧 자신의 과거와 싸우는 일이다.
작가들은 글을 쓰면서 자신의 상처 또는 그 흔적과 싸운다.
그래서 글쓰기는 스스로를 치유하는 일이다."

 


작가의 이력은 화려하나 누구나 그러하듯 꽃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지금 마음이 허한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조심스레 권해본다.
위로와 함께 마음 따뜻한 응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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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담서원, 작은 공간의 가능성
이재성 지음 / 궁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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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길담서원에 대해 처음 들었던 때가 2011년인가...
서점뿐 아니라 강연장이기도 했고, 공방이기도, 전시장이기도 한 전천후 공간^^
그때 당시 기사에서 이곳을 '작은 공간의 가능성'이라고 했던 게 기억나는데 책의 제목이 되었다니 신기하다.


"세상에는 명언과 좋은 말이라로 하는 구호들이 너무 많이 나뒹군다.
옥석을 가리기가 힘들 정도로 이미지도 넘치고 텍스트도 넘친다.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시끄러움을 느낀다.
이럴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좋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심정으로 만든 길담서원.
큰 간판도, 화려한 인테리어도 없지만, 함께 어울리는 식물들과 목마름이 간절한 손님들이 편히 찾아와 목을 축일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면서 12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왔다.
인터넷이 대세인 요즘 동네 서점이 설 자리가 없다고 하는데 이 책에도 보면 그런 고민의 흔적도 엿보인다.

 

"동네의 작은 책방을 하는 사람들은 한정된 공간에 팔릴 만한 좋은 책을 갖다 놓을 것인가?
안 팔리더라도 좋은 책을 갖출 것인가?
늘 고민하게 된다."
(p.37)


이 책방을 처음 만든 소년 박성준 선생님께서 경제학과 학생 시절 마르크스의 '자본'이란 책을 소장하고 공부했다는 이유로 15년형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지금 그 책은 버젓이 번역되어 책방에서도 팔고 공개 강의도 이뤄진다고 하니 세월의 다름을...
그렇게 잃어버린 창창한 젊은이의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은 누가 보상해줄까...


"이곳을 찾는 이는 모두 다 주인입니다."

 


손님들이 스스로 호스트가 되어 만들고 꾸리는 모임들은 영어, 프랑스어 등 외국어 원서 강독뿐 아니라 경제, 인문학, 글쓰기 모임까지 다양했고, 만들어지고 사라짐을 거치면서 길담서원이라는 정체성을 만들어냈다.
이곳은 단순히 책방주인이 꾸린 계획을 갖고 만든 공간이 아닌 손님들이 주체성을 갖고 애정을 더하며 공간을 꽃피웠기에 자연스럽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나도 예전 이런 카페를 꿈꾼 적이 있었다.
스트레스의 연속인 직장생활, 불안하기만 한 미래에 내가 욕심을 버리면 그럭저럭 밥은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커피숍을 알아봤는데 역시 나는 속물적인 인간이란 걸 부정할 수 없었다.
가게 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니 삐까뻔쩍하고 널찍한 장소들만 눈에 들어왔다.
나중에 지인이 왔을 때 그래도 좀 있어 보여야 하지 않나... 생각을 하는 나를 깨닫고는 바로 접었다.
돈도 없었지만 그렇게 했을 때 장사가 안되면 그 스트레스를 내가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서울 서촌에 자리했던 길담서원, '한 번 가봐야지...'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실천하지 못했더니 충청도 공주로 옮겨갔단 소식! ㅠㅠ
그래도 그 곳에서 인문정신과 농(農)적 가치를 연결시키려는 바람을 갖고 있다니 제 2막이 시작될 길담서원을 마음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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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의 위로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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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두께도 얇고 그림도 귀엽고 해서 금방 쉽게 읽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읽으면서 진도가 참 안 나갔다.
소재는 가벼우나 내용은 묵직했다.

 

 

“너도 넘어져 본적 있니?”
“응, 꽤 자주. 다들 넘어지니까 괜찮아.”

 

 

『고슴도치의 소원』, 『코끼리의 마음』으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톤 텔레헨의 신작으로 숲속 동물 친구들이 가진 다양한 고민과 걱정들을 귀여운 다람쥐가 따뜻하게 보듬어준다.

 

 

나도 예전 고딩 시절 자칭 '고민 해결사'였는데 제일 내 말을 안 듣는 부류(^^)가 바로 이성 문제였다.
딱 봐도 그놈은 아닌데... 얘가 찌질하게 자꾸 매달리는 거다.ㅋㅋㅋ
나는 언니의 마음으로 진심 조언해줬는데 결국은 자기 좋을대로 울고불고 매달리다가 결국 차이고...
그때 나는 결심했다. 이성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기로... ㅎㅎㅎ
공부하기도 바쁜데 이성 문제 상담소는 그렇게 문을 닫았다. ㅋㅋㅋ
그때 내가 깨달은 바가 뭔고 하면... 남의 문제에 내 시각으로 조언하지 않는 것!
나에게 대답을 바란다면 내 입장에서 얘기 해줄 수는 있지만, 그냥 고민을 듣고 맞장구쳐주면 스스로 해답을 낸다는 사실!
자기 스스로 납득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온갖 걱정으로 고민하는 동물들... 어찌 보면 사람들과 참 닮았다.
다람쥐는 이들에게 섣부른 조언 따위는 하지 않는다.
다만 '진정성' 있게 공감한다는 것.
그런데 여기 나온 동물들의 고민들이 참 귀엽고 참신하고 창의적이다!
챕터 하나하나 떼어내어 그림책으로 만들어도 좋을 거 같다.


"우리 친구 맞지, 다람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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