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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평등에 미친 시대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5년 12월
평점 :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뇌를 버리시겠습니까? 지능이 죄가 된 '멋진 신세계'

제목만 보고는 어떤 내용일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는데, 작가는 ‘평등’이라는 합의된 선(善)을 의도적으로 극단까지 밀어붙여,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온 가치들이 어떤 방식으로 통제와 배제의 도구로 전환되는지를 집요하게 드러낸다.
어느 날인가부터 미국은 '정신평등주의'가 득세하며 지능과 능력의 차이를 차별로 규정한 사회가 되었다. 이 세계에서 지적 우월성은 더 이상 축복이 아니라 사회적 위험 요소이며, 평균에서 벗어난 능력은 교정과 관리의 대상이 된다. 교육, 직업, 언어 사용까지 ‘모두가 비슷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재편되고, 그 과정은 폭력이 아닌 합의와 선의의 언어로 포장된다.
의사나 조종사 같은 전문직도 실력이 아닌 '평등한 기회'에 의해 선발된다. 전문성이 무시된 사회는 곧 시스템의 붕괴(비행기 추락, 의료 사고 등)로 이어지지만, 사람들은 이를 인지하면서도 ‘평등’이라는 도덕적 성역을 지키기 위해 진실을 부정하게 되고, 피어슨은 이 거대한 가식의 소용돌이 속에서 끝까지 자신의 지성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생존을 위해 바보가 될 것인지 기로에 서게된다.
반면 그의 절친인 에머리는 이 새로운 흐름에 발맞춰 지적인 척하기를 그만두고 ‘멍청함’을 연기하며 사회적 성공을 거둔다.
작가는 사회가 망가져 가는 과정을 아주 논리적이고 단계적으로 묘사해 독자를 설득한다. 읽으면서 '나는 과연 저 상황에서 진실을 말할 용기가 있는가' 자문해보기도 했다.
읽으면서 작가의 통찰력에 놀랐는데, 설정 자체는 과장된 미래 사회처럼 보이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현실과의 접점이 계속해서 드러났다. 능력 차이를 불공정으로 규정하고, 불편한 격차를 제도와 언어로 완화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도 익숙한 풍경이다. 그 때문에 소설의 세계는 낯설기보다는 묘하게 현실과 겹쳐 보인다.
작품은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지만, 대신 독자가 ‘공정함’이라고 불러왔던 가치들이 어떤 조건에서 통제로 변질되는지를 끝까지 목격하게 만든다.
『마니아, 평등에 미친 시대』는 평등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의심 없이 받아들여지게 되었는지 되묻는, 불편하지만 회피할 수 없는 요약본 같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