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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담서원, 작은 공간의 가능성
이재성 지음 / 궁리 / 2020년 2월
평점 :
내가 길담서원에 대해 처음 들었던 때가 2011년인가...
서점뿐 아니라 강연장이기도 했고, 공방이기도, 전시장이기도 한 전천후 공간^^
그때 당시 기사에서 이곳을 '작은 공간의 가능성'이라고 했던 게 기억나는데 책의 제목이 되었다니 신기하다.
"세상에는 명언과 좋은 말이라로 하는 구호들이 너무 많이 나뒹군다.
옥석을 가리기가 힘들 정도로 이미지도 넘치고 텍스트도 넘친다.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시끄러움을 느낀다.
이럴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좋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심정으로 만든 길담서원.
큰 간판도, 화려한 인테리어도 없지만, 함께 어울리는 식물들과 목마름이 간절한 손님들이 편히 찾아와 목을 축일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면서 12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왔다.
인터넷이 대세인 요즘 동네 서점이 설 자리가 없다고 하는데 이 책에도 보면 그런 고민의 흔적도 엿보인다.
"동네의 작은 책방을 하는 사람들은 한정된 공간에 팔릴 만한 좋은 책을 갖다 놓을 것인가?
안 팔리더라도 좋은 책을 갖출 것인가?
늘 고민하게 된다."
(p.37)
이 책방을 처음 만든 소년 박성준 선생님께서 경제학과 학생 시절 마르크스의 '자본'이란 책을 소장하고 공부했다는 이유로 15년형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지금 그 책은 버젓이 번역되어 책방에서도 팔고 공개 강의도 이뤄진다고 하니 세월의 다름을...
그렇게 잃어버린 창창한 젊은이의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은 누가 보상해줄까...
"이곳을 찾는 이는 모두 다 주인입니다."
손님들이 스스로 호스트가 되어 만들고 꾸리는 모임들은 영어, 프랑스어 등 외국어 원서 강독뿐 아니라 경제, 인문학, 글쓰기 모임까지 다양했고, 만들어지고 사라짐을 거치면서 길담서원이라는 정체성을 만들어냈다.
이곳은 단순히 책방주인이 꾸린 계획을 갖고 만든 공간이 아닌 손님들이 주체성을 갖고 애정을 더하며 공간을 꽃피웠기에 자연스럽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나도 예전 이런 카페를 꿈꾼 적이 있었다.
스트레스의 연속인 직장생활, 불안하기만 한 미래에 내가 욕심을 버리면 그럭저럭 밥은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커피숍을 알아봤는데 역시 나는 속물적인 인간이란 걸 부정할 수 없었다.
가게 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니 삐까뻔쩍하고 널찍한 장소들만 눈에 들어왔다.
나중에 지인이 왔을 때 그래도 좀 있어 보여야 하지 않나... 생각을 하는 나를 깨닫고는 바로 접었다.
돈도 없었지만 그렇게 했을 때 장사가 안되면 그 스트레스를 내가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서울 서촌에 자리했던 길담서원, '한 번 가봐야지...'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실천하지 못했더니 충청도 공주로 옮겨갔단 소식! ㅠㅠ
그래도 그 곳에서 인문정신과 농(農)적 가치를 연결시키려는 바람을 갖고 있다니 제 2막이 시작될 길담서원을 마음으로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