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
알렉산더 지 지음, 서민아 옮김 / 필로소픽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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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소설을 접하면서 '성 소수자 문학 이라고 하는데 이를 어떻게 풀었을까?' 궁금해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단순히 그 단어로 대표하기엔 이 책은 남들과는 너무나 다른, 약간 우울하면서도 섬세하고 여린 한 아이의 성장소설에 기반하고 있었다.


한국계 이민자이자 퀴어인 '피', 그는 성가대에 들어갈 만큼 빼어난 목소리를 가진 변성기 전의 어린 소년.

그는 알고 있다. 자신이 이성보다 동성에 더 끌린다는 것을...



"이따금 위를 올려다보면 내 옆에서 진짜 피터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 널 사랑하고 있어."



합창단에서 만난 첫사랑 피터와 친구 잭의 자살, 그리고 남겨진 피...

그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에릭 같은 남자들은 위험할 수 있어.

그래서 부모님한데 말을 하긴 해야 할 텐데, 부모님이 그 일을 아는 걸 견딜 수가 없어. 도저히."


합창단 지휘자는 어리고 여린 그 아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었고, 살아남은 아이들은 여전히 그날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자신들의 삶을 힘겹게 살아내고 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인지하기도 어려울 어린 나이에 아이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준 선생님이란 사람의 태도에 분노가 치밀었지만, 학교에서는 친구가 없던 피에게 합창단 친구들은 그 시기 인생의 전부였다.



"피터에게 묻고 싶다. 

불을 지를 때, 그가 태우려는 것이 무엇이었느냐고, 그리고 그것이 불에 탔느냐고, 그래서 지금 완전히 사라졌느냐고."


이 책의 저자인 알렉산더 지는 한국계 미국인이었기에, 미국인이 표현하는 여우 설화는 신비함을 주었고, 설화와 픽션을 적절히 섞어 약간은 몽환적인 느낌의 문체들도 묘한 매력을 줬다.

사실 이 책을 1/3까지 읽다가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장면의 바뀜과 주인공 내면의 변화가 좀 낯설었고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읽으면서 굉장히 신비한 경험을 했다.

내가 갑자기 피를 따라다니며 그의 안쓰러운 마음을 쓰다듬어주고 싶고 보듬어주고 싶었다.

쓰러질 듯하면서도 버텨내는, 그 모든 것들을 감싸 안은 그의 모습은 황량했고, 한편으로는 허망한 느낌을 줬다.

독백하듯 써 내려간 알렉산더 지의 문체도 정교한 흑백사진을 보는 것처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3부의 화자는 워든.

이 것이 이 소설의 또 하나의 재미이자 반전, 그리고 가혹한 인생의 장난.>


읽으면서 진도가 엄청 안 나갔지만 느릿느릿 그렇게 피의 인생을 따라가며 주말은 이 책에 빠져 차분히 보냈다.

한 아이의 기구한 인생과 그걸 현대적인 문체와 더불어 뭐라 딱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들의 조합으로 써 내려간 클래식한 디아스포라 문학.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딱 맞는 표현이 책 설명에 있네.


"이 아름답고, 무어라 부를 수 없는 이 소설을 이 이상의 말로 설명한다는 것은 무용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일단은 이 세계에 몸을 던져보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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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박상영 에세이
박상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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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이 작가님을 알게 되었는데, 책 홍보에 작가의 얼굴이 많이 노출되길래 출판사에서 밀어주나 보다... 싶었는데 책을 읽고는 작가가 그렇게 나서기가 쉽지 않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인상깊게 남았었다.

수줍게 웃는 모습이 귀여워 보이시기도 하고 ㅎㅎㅎ

(실제 중앙일보에서 작가를 "커밍아웃한 게이 작가"로 소개했다 바로잡은 사례도 있었지... 중앙일보 오보 좀 작작 내라...)


그때 글을 읽으면서 '책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나온 에세이는 바로 Pick!

역시 첫 장부터 미소가 올라온다.



"놀부 같은 생김새와는 어울리지 않게 실은 나는 조금 소심하고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다.

단지 글쓰기가 본업이며 회사 일이 부업이라는 마음을 갖기로 했을 뿐이다."


에세이는 아무래도 작가의 생각이 많이 담기기 마련인데, 어쩌면 일기처럼 써내려거나 내 글을 누군가가 잘 봤다고 얘기한다면, 뭔가 들킨 듯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부끄러울 것도, 감출 것도 없는데 말이다.



"내 책을 읽었다는 사람과 마주치면 왠지 모르게 죄인이 된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 복어 독을 먹은 것처럼 온몸에 마비 증상이 온다."


대도시의 사랑법을 쓰기 전과 쓰고 난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책을 쓰고 신인인 만큼 많은 홍보를 다녔는데도, 운동을 시작했음에도, 본인의 몸무게는 하나도 줄지 않은 상태여서 사진 속 모습을 보고 놀랐으리라...

나도 학교에서 선생님들 홍보영상을 찍은 적이 있는데, 마음의 준비는 하였지만 역시 나의 카메라빨은 정말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이상하다.

내가 보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은 화면에서도 같은데 유독 내 얼굴만 못난이처럼 보이는 걸까! 속상하다.

그래서 그 영상을 보면서 한탄했더니 지인이 "너 빼고 아무도 네 얼굴에 신경 안 쓰거든?"

그래. 그런 거였다. 현실은 그랬던 것이었다.


"다만 지금 이 순간의 내 모습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결과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외면하고 싶을지언정 지금의 현실이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박상영 작가의 현실 생활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이야기는 더없이 재미있고 유쾌하다.

그리고 딱히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사람들이 가장 집착하는 자기가 제일 날씬한 몸무게에서 지금 이렇다는 비교를 하며 폭식을 한다.ㅋㅋㅋ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나의 지인이 있는데 그분에게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코로나 창궐 이후 지금 거의 한 달 가까이 스스로 자가격리(!)를 하면서 칩거중인데 살이... 더 쪘으리라... 평소에도... 살이 있는데... 에헴에헴...

나도 그리 찌는 체질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외부 활동이 확 줄고 집에서 밥을 꼬박꼬박 먹어대니 붙는 살...

살을 빼지 못할 것이라면 작가처럼 재미있는 글이라도 좀 써보자.

"설사 오늘 밤도 굶고 자지는 못할지언정, 그런다고 해서 나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일은 이제 그만두려 한다.

다만 내게 주어진 하루를 그저 하루만큼 온전히 살아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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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프렌즈, 그건 사랑한단 뜻이야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흔글·조성용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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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카카오프렌즈다!


핸드폰을 처음 사고 카카오톡을 깔았더니 폰에 저장되어 있던 사람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받았던 기억이 나는데... ㅋㅋㅋ

그때는 '오~ 신기하네 @.@' 요런 느낌이었는데 이제 카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생 앱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런 카카오톡의 활용도를 UP! 시켜준 아이들이 바로 요 녀석들 되시겠다.^^


라이언, 어피치, 튜브, 무지, 콘 네오, 프로도, 제이지!

서로 다른 성격에 저마다 콤플렉스를 가진 여덟 친구는 각자의 부족한 부분을 서로의 장점으로 채워나간다.



이모티콘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요 아이들과 40만 SNS 독자를 위로하는 작가 흔글과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예쁜 책!

카카오프렌즈의 다양한 이모티콘에 흔글 작가의 짧지만 따뜻한 문장들이 만나 우리의 마음속에 살며시 들어와 앉는다.

혼자여도 괜찮다고, 너 혼자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힘든 상대가 있다면 나에게 맞추려고 하기보다 그냥 인정해버리면 편하다고, 때로는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상대가 실수를 하더라도 만회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감정에도 적당한 온도가 필요하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더 사랑하라고...


귀여운 이모티콘과 짧은 글이 어쩜 그리 찰떡같이 잘 맞는지...

갑자기 톡을 하면서 썼던, 백 마디 글보다 나았던 이모티콘들이 새삼 달리 보였다.

이 책은 카카오프렌즈들이 모여 있지만, 캐릭터 각각의 개성을 살린 아이들도 멋진 작가님들과 시리즈를 이뤄 나와 있으니 요즘처럼 많은 사람의 기분이 DOWN 되어 있을 땐! 기분을 UP! 할 수 있는 선물로 요 책이 딱!인듯^^


"어제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만으로 우리는 더 나아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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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를 잘 할 거야 / 양치를 안 할 거야
김형규 지음, 조승연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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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양치를 잘할 거야> 와 <양치를 안 할 거야> 두 권으로 되어 있는 책입니다~ 뻥이지롱! ^^

나도 처음 두 권인 줄... 그런데 뒤집어보니 다른 책이 있다.

여기서부터 벌써 아이들이 신기해함! 그리고 얼능 보여달라고 난리!


"사진부터 찍자~ 책 구기지 마라." ㅋㅋㅋ




아이들한테 가장 많이 하는 잔소리 중 하나가 "이 잘 닦아라~" 일 듯...

왜 그렇게 이 닦는 걸 싫어하는지...


작은 아이가 교정을 하고 있어서 정기적으로 치과에 가는데 의사쌤이 초등학교 2학년 정도까지는 부모님이 이 닦는 걸 잘 확인하라고 하셔서 속으로 뜨끔...

'미안하다... 엄마도 너희들의 이 검사가 귀찮구나!' ㅎㅎㅎ

그래서 아이들에게 충치 치료할 때마다 각자의 용돈에서 치료비를 내도록 했다! 결과는? 신경도 안 쓴다 ㅠㅠ


우리 입속에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약 200억 마리의 구강 미생물이 살고 있고, 그중에 충치균도 잔뜩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음식을 먹으면 남는 찌꺼기들은 충치균의 맛있는 먹이...

우리 이제 이 좀 잘 닦자!



"입 냄새가 좀 나면 어때요?

코 막고 꽃 들고 다니면 되잖아요."


이 말에 아이들 빵빵 터짐 ㅋㅋㅋ

콱 째려보니 정신 차림 ㅋㅋㅋ

그래도 말로 계속하면 잔소리밖에 안 되니 책을 보면서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로 다시 다짐을 받는다.

"얘들아! 오늘부터 이를 좀 잘 닦아볼래?"


과연 잘 될 수 있을 것인가...^^


앞에 QR코드가 있길래 찍어봤더니 웃긴 동영상이 나온다. 김형규 쌤은 여전히 멋지시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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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Wild - 송인섭 교수의 AI시대의 감성 창조 교육법
송인섭 지음 / 다산에듀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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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장기간 수업에 공백이 생기면서 온라인 강의가 결정된 상태다.

일선에서는 급작스러운 교육부의 결정에 선생님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뉴스를 봤는데 지금 현 상황에서 힘들지 않은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

다만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나도 새 학기부터 몇 군데 학교에 나가기로 한 상태인데 공백이 생겨버렸다.

그렇다고 이 시간 수업 준비를 아~주 알차게 준비하면 좋겠지만, 그게 마음대로 안 된다.(핑계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ㅠㅠ)

그래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읽어보기로 하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미 AI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우리 집에도 AI 스피커가 있고 CCTV, 로봇 청소기 등 하위 수준이지만 인공지능 기기들이 있다.

우리 아이들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접했고, 동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는 것에 대해 전혀 어색함이 없다.

이미 그것은 그들의 놀이 중 하나가 되었다.



"10년 후 아이들이 직업이 AI에 대체될 것이며 전 생애에 걸쳐 7~8회 직업을 바꿔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진화하는 AI를 지배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생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드높다."


저자는 세계적인 '자기주도학습'의 권위자이고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지만 로봇이 집도하는 암 수술에 대해 망설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세대 아이들에게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이 책을 통해 전해주고 싶었음을 밝혔다.


"와일드(Wild)에는 '야생의'와 '자생의'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그 의미를 찾자면,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바뀌는 '야생적'상황에서 '자생적'으로 살아나가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중의적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그것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바로 '감성적 창의성'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미래의 자생력, 감성적 창의성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새로운 개념도, '천재적인 번뜩임' 같은 특출한 능력도 아니다.

기계와 차별되는 인간만의 본성인 감성에 일상의 다양한 존재와 활동을 새롭게 배열하고 통합하고 연결하는 창의성을 더한 개념이다."


저명한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가 2008년 우리나라에 왔을 때 한국 교육에 대해

"한국의 학생들이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미래에는 있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라고 비판했다는 얘기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더 문제는 10년이 훨씬 지났음에도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사교육이 판치는 지역의 집값은 치솟고,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입시에 매달리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 아이들이 그동안 받았던, 현재 받고 있는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자생력을 기르는 학습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동기 주도 전략, 인지 주도 전략, 행동 주도 전략<<






나는 내신과 수능의 점수 차가 큰 편이었다.

내신은 외우기만 하고 선생님이 알려준 것만 잘 공부하면 점수를 높일 수 있었지만, 모의 수능을 보면 등수차가 확 벌어졌다.

그래서 그때 나는 '창조적인 머리가 없나 봐, 응용력이 없나 봐' 식으로 자책을 했지만 대학에서 마케팅 수업을 들으면서, 현역 선배들 사이에 껴서 스터디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내는데 자신감이 붙었다.

그리고 나의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관련 책들을 열심히 읽으면서 마인드컨트롤에 힘썼다.

하지만 뭐 지금도 그리 창의적이지는 않은 듯... ㅋㅋㅋ


그래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깨워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고, 나 같은 부모들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변화하는 세상에 대해 인식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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