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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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는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 세 번째 [악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히다카를 그의 '친한' 친구 노노구치가 살해했다. 왜?

히다카는 노노구치의 약점을 잡아 협박하고 '고스트 라이터'로 만들었다.

노노구치는 히다카에 대한 원망이 있었고, 한편으로 자포자기했다.

그러나 우리는 완벽히 속았다!



이 소설은 '기록'이란 독특한 구성을 통해 노노구치와 가가의 시점을 보여준다.

글이란 쓰는 사람의 감성이나 행동이 담길 수밖에 없고, 묘하게 다른 그들의 문체를 통해 두 사람의 다른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래도... 나는 노노구치가 '작가'이기에 뭔가 따뜻한 감정을 더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한 번 속고, 그의 글에 담긴 내용을 통해 나의 지극히 평범한, 아니 상투적인 생각에 한번 더 속았다.

어쩐지 읽으면서 내 생각이랑 별로 벗어나는 게 없어 순간 나의 상상력에 대해 자만했다.

'작가의 추리도 별거 없구먼...'


그런데 이상하다.

내용은 끝났는데 책의 분량이 아직 많이 남았다...

그렇다...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당했다. (뭐 늘 그렇지만... ㅋㅋㅋ)


"유감스럽게도 우리 경찰은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에는 엄격하지만, 불리한 증거 쪽은 허술하게 지나쳐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런 약점을 기막히게 뚫고 들어왔어요."


한 작가의 책을 연달아 시리즈로 읽는 것은 처음인데 읽을 때마다 작가에 대한 감탄과 존경심이 든다.

이 작품 역시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들게 할 정도로 인간 내면의 '악의'라는 것, 조금 더 순화하자면 '편견'이라는 맹점과 뒤에 감춰진 음의 느낌이 전해지지만, 동시에 묘한 공감을 준다.

단순히 이유 없이 남을 미워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그런 마음이 커지면 한 인간을 죽일 수도 있다는 무서운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역시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존재는 바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나' 일수도...



"그가 특히 끔찍하다고 생각한 것은 폭력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을 싫어하는 자들이 발산하는 음의 에너지였다.

그는 지금껏 이 세상에 그런 악의가 존재한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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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지금 행복할 것
오재희 지음 / 알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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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넘기자마자 멋진 유럽의 풍경이 펼쳐진다.


나도 정말 가보고 싶었던 이스탄불을 시작으로 카파도키아, 빈, 프라하, 바르셀로나, 암스테르담, 그리고 낭만의 파리까지...


"파리는 내게 언제나 영원한 도시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나는 평생 파리를 사랑했습니다.

파리의 겨울이 혹독하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은 가난마저도 추억이 될 만큼 낭만적인 도시 분위기 덕분이 아니었을까요?"


여행지의 애정이 듬뿍 담긴 글과 사진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바르셀로나에서 가방을 도둑맞았지만, 상처는 금방 아물었고, 오히려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가 사는 인생도 흔히 여행에 비유된다.

내 맘대로만 흘러가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

넘어지고 상처받고... 하지만 다시 일어서고 더 단단히 아문 상처는 결국 사라질 뿐이다.




"여행은 자주 이런 식이었다.

내가 미리 그려놓은 그림에는 관심이 없고 제멋대로 색을 칠한다. 뜻대로만 되면 그게 어디 여행이던가."



바쁘게 살던 일상을 뒤로하고 과감하게 떠난 유럽 여행, 작가는 그곳에서 어떤 행복을 찾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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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 김솔 짧은 소설
김솔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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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이면, 두려움이 자라나는 그곳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짧은 소설 40개가 들어 있다고 해서 신기했고 기대됐다.


그런데 짧지만 빠르게 읽히지는 않는다.

두 장짜리 글을 여러번 읽게 될 때도 있다.




역사, 과학, 동물, 윤리, 철학, 신화 등 주제는 다양하다.

작가의 해박한 지식에 놀라기도 하고, 위트와 재치가 느껴지는 작가의 농담같은 이야기들이 울림을 전해주기도 한다.


미슐랭 심사위원이 먹어본 천상의 맛이 사실은 인간의 가장 바깥 부분에 있는 있는 그것들이었을 수도...

인간의 대화라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사실 코끼리나 로봇의 이야기라는 비틀림... 등등


소재를 작가의 방식으로 변형한 것은 참신하나 독자에게 그리 친절한 문체는 아니다.

읽고 싶은데 진도가 나가지 않고 진이 빠지기도 하는 느낌... 나만 그런가...?

묵직한 주제를 좀 더 부드럽게 전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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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공장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9
이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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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증맞은 표지가 돋보이는 카페, 공장

어느 평범한 지방 시골 마을에 사는 네 명의 여고생들.

대학을 가야 할 것 같긴 한데 뭘 해야 할지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미래가 막연한 십대들이 벌인 유쾌한 반란기!

그들은 각자 잘하는 것을 해봤을 뿐인데...^^



서울에서 우연히 들렸던 카페를 따라 동네 빈 공장에 '무허가' 커피숍을 차린 아이들.

나는 역시 어른의 시각으로 보였다.

그 아이들이 공장을 찾아서 문을 열었다고 했을 때 왜 이리 조마조마 한 건지...

건물주가 언젠가 올 줄 알았어! ㅋㅋ

문제는 장사가 너무 잘 되어서 말이지...



그래도 그 나이에 그 정도의 경험이라면 진짜 진귀하고 값지지 않나...

왠지 시간이 흘러 라디오 사연으로 나올 법한 이야기같기도 하고...




나는 여고생 때 저런 꿈을 꿀 생각이라도 해보았을까?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부모님께 고등학교 3년간 진짜 열심히 해보겠다고 큰소리 탕탕 쳤던 기억이...

그러고 고2 때 독서실 간다고 하고 클럽을 다녔지 ㅋㅋㅋㅋㅋ

그래도 뭐 공부를 놓았던 건 아니고 동네의 힘인가... 애들이 다들 열심히 해서 나도 덩달아 문제집을 풀었긴 하지.


내가 인생을 그리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되돌아보면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실패를 할 정도만 아니면 자잘한 실패들은 인생을 사는데 다 필요한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한다.


회사 힘들게 다니다 때려치운 건 실패도 아니다.

그 이후가 중요한 거지.

그러고 사업 시작했다 망해도... 뭐 인생 길게 봤을 땐 실패도 아니다.

다시 일어나는 것이 중요한 거지.


생각이 복잡할 시기의 소녀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세상이 그리 만만하지 않아도, 열정이 있다면 남이 보기에 성공하는 삶이 아니더라도,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꼭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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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하루 문학의 즐거움 57
최은영 지음, 윤진경 그림 / 개암나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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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가슴이 아프기 시작했다.

난 괜찮은 걸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성장하면서 겪는 이차 성징과 사춘기.

특히 여자아이들에게는 가슴이 나오고 어느 날 갑자기 생리가 시작되면서 당황스럽기도, 두렵기도 하다.

주인공 연우는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 다른 아이들보다 키도 크고 운동도 잘한다.

그리고, 엄마가 2년 전에 돌아가시면서 마음까지 성숙해져 버린 숙녀다.





엄마가 가슴 통증을 앓다가 돌아가시면서 다른 아이들이라면 축하받아야 할 가슴의 성장에도 연우는 병이 아닐까 불안해한다.

이런 이야기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부모의 관심을 받으며 성장통을 견뎌내야 할 나이에 주변에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그 나이 또래라면 당연한 현상들인데...

아이들이 예전 우리때와 달리 성장이 빨라지면서 성장과 관련한 교육의 연령도 더 낮아지고 있다.

학교에서 교육을 잘하겠지만, 막상 자기의 일이 되면 누구나 당황할 수 있는 일.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내 몸이 말로만 듣던 변화의 과정을 겪기 시작하면 누구나 당황할 거예요.

특히나 다른 친구들보다 이차 성징을 빨리 맞이하게 된 경우라면 더 그럴 테고요.

연우처럼 자기 몸의 변화를 쉽게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가까이에 없다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그래서 저는 이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어요."


몸과 마음의 성장을 통해 어른이 된다는 것.

아이들에게 희망과 축복이 될 수 있도록,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배우고 스스로 깨달아 나아가길 기대한다.

우울하고 힘든 날도 '멀쩡한 하루'로 만들 힘이 바로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른스럽다는 건 무슨 일을 맡겨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신뢰감을 준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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