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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영하는 사람 (추차 방크)
헝가리계 독일인 작가 추차 방크의 데뷔작. 헝가리 혁명과 베를린
장벽의 설치 등 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의 혼란스럽고 격변하는 상
황을 배경으로 한다. 엄마가 떠난 후 시간을 '견딜 만한 것'과 '견
딜 수 없는 것'으로만 나누어 생각하게 된 카타가 전후 유럽에서 저
마다 상처를 딛고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
나며 아픈 마음을 추스리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독일 ZDF 공
영방송은 이 책에 대해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가진 여백을 통해 그
쓸쓸한 마음을, 애잔함을 놀랍도록 잘 잡아내었다'고 평가했고, 쥐트
도이체 차이퉁은 '거장의 향취가 느껴진다'고 극찬했다. 실제로 데뷔
작으로 7개 상을 수상한 추차 방크는 독일문학의 젊은 거장이 되었
다. 기대가 될 수 밖에 없는 작품.
2. 영혼파괴자 (제바스티안 피체크)
독일의 대표 스릴러 작가인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정신의학적 지
식을 바탕으로 한 정통 사이코스릴러. 이 작품에서 연쇄살인범 '영
혼파괴자'에게 희생된 여자들은 끔찍하게 살해된 상태로 발견되지
않는다. 그들은 생명이 유지되고 있으나 동공반응을 포함한 모든
반응이 없어진 '각성 혼수' 상태, 즉 죽지 못했으나 살아 있지도 못
한 상태로 발견된 뒤 사망한다. 연쇄살인범에 관한 소식이 베를린
외곽의 고립된 고급 정신병원인 '토이펠스클리닉'(악마의 클리닉)
에 전해지면서 이야기는 점차 실마리가 풀려간다. AP 통신은 '피체
크는 몇 번이고 잘못된 길로 독자를 유인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추리하는 재미에 흠뻑 빠지고 싶은 날, 나처럼 피 튀기는 고어물을
싫어하는 독자가 즐기며 읽을 수 있는 책.
3.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일본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섬세하고도 담담한
감정표현이 돋보이는 장편소설. 각각의 장마다 '1982년 가을'처럼 특정 시기가 붙여진 이 작품은 10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3대에 걸
쳐 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그려낸다. 러시아인 할머니, 한 집
에 함께 사는 이모와 외삼촌, 그리고 아이 넷 중 둘은 아버지나 어머
니가 다른 이 가족은 다른 가족과는 어딘지 모르게 좀 다르다. 겉으
로 보기에는 한없이 화목하고 행복한 모습이지만 가족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겪은 삶은 결코 그렇게 평범하지 못하다. 도대체 이 가족
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리고 무엇이 지금의 그들을 있
게 했는지, 에쿠니 가오리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천천히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4. 양철북 (이산하)
작가 자신의 성장소설. 문학소년 양철북과 그가 머물던 운문사의 젊
은 스님 법운이 각자 자기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함께 떠
난 여행의 끝자락에서 두 사람은 각자 고민하던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다. 이 여행을 떠나 만난 사람들, 겪은 일들, 나눈 이야기들 모두
가 그 자체로는 사소하고 가볍게 여겨졌을지라도 제각각 진리의 한
단면을 비추고 있었음을. 안도현 시인은 '귀여운 악동의 시절을 통과
하지 못한 불행한 어른들의 손에 이 책을 쥐어주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그 말처럼,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구수한 부산 사투리를 쓰
는 철북이를 따라 고민하고, 또 사고를 치고,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
으며 함께 성장하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답을 찾아 헤매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큰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책.
5. 사랑, 판타지아 (아시아 제바르)
아시아 제바르에게는 화려한 수식어가 뒤따른다. 알제리 대학 최초
의 여교수, 파리고등사범학교 최초의 이슬람 여성 입학자, 북아프리
카 출신으로는 최초로 아카데미프랑세즈 종신회원으로 선출된 작
가. 그러나 이토록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그녀는 우리나라에서는 이
름조차 생소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의 대표작 '사랑, 판타지아'는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야 했던 알제리의 슬픈 현대사를 그리는 동시
에 알제리 사회에서 억압받고 차별의 대상이 되었던 여성의 삶을 고
발한다. 또한 자전적 서술과 역사적 서술을 교차하는 독특한 기법
을 차용하고 있기도 하다. 깊어가는 가을, 낯선 나라의 역사를, 그리
고 그 낯선 나라가 가장 자랑하는 작가를 차근차근 알아가 보는 것
만큼 좋은 선택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