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 - 이해하고 이해받고 싶은 당신을 위한 공감 수업
아서 P. 시아라미콜리.캐서린 케첨 지음, 박단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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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의대 심리학 교수는 왜 동생의 자살을 막지 못했을까?

 

 

 

제목과 책이 주는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아마도 이런 느낌의 글이 담기지 않았을까 하고 미루어 짐작해보게 되는.

 

나는 이 책이 공감의 에세이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자살로 사랑하는 이를 빼앗긴 누군가가 들려주는 슬픔과 위로의 다독임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그 자신의 이야기도 이 책에 담겨있지만, 그저 위로와 경험적 공감만을 내세우는 책은 아니었다.

 

저자는 동생을 잃었지만 슬픔에만 빠져 있지 않았다.

분명 고통스럽고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을 테지만, 결국 그는 그 슬픔과 절망으로 인해 더 깊어지고 더 넓어졌다.

바로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말이다.

 

 

 

 

'공감'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공감이 어떤 힘을 발휘해 우리를 지켜내는가.

이 책은 그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감의 핵심은 이해하는 것이고,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이해해야만 그것에 대해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감은 이해하기 위해 질문을 던지며 즉각적인 답은 거부한다. "잘 모르겠어"는 공감의 가장 강력한 언어 중 하나다. 공감은 모든 질문의 답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더 폭넓은 이해를 얻기 위해 시야를 확대시킬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_ P.81

 

단순히 '공감을 느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공감 어린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공감의 의미를 진정으로 깊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머리로 이해한 것을 바깥으로 표현함으로써 우리는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기 위해 건설적인 공감 표현법을 배울 수 있다. _ P.81

 

공감은 어딘가로 움직이거나, 행동을 하거나, 누군가를 변화시키지는 않는 것만 같다. 아무래도 우리에게 무엇을 주기보다는 가져가는 것이 더 많은 정서적 경험인 듯하고 말이다. 우리는 공감을 '느낀다'는 것은 확실한데, 과연 공감으로 무엇을 '할' 수도 있는 걸까? _ P.83

 

 

 

나는 지금껏 공감을 잘못 알고 있었다.

그저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정도, 그로 인한 연민이나 동질감 같은 감정들을 공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보다 큰 공감의 행동들도 물론 하고 있었겠지만, 공감의 진짜 위력을 알지 못했었다.

우리를 움직이는 힘, 혹은 상대를 움직이게 만드는 힘마저도 공감 속에 숨어 있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공감'은 아주 작은 의미의 공감이었던 것 같다.

실체를 다 보기 어려울 정도로 커다란 공감이라는 존재의 아주 미미한 일부를 붙잡고 마치 다 안다는 듯 행동했던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바라본 공감은,

심리학을 통해 배우는 공감은, 많이 달랐다.

우리 삶 곳곳에 공감의 힘이 작용했고, 나의 생각과 행동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나도 모른 채 상대방의 공감의 힘에 휘둘려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도 공감의 선한 힘과 악한(악용된 공감)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조종하거나 착각하게 만들거나 속이는 일들, 그 속에도 공감의 힘이 담겨있었다.

상대가 나에게 과한 친근감을 표하거나 이유 없는 친절을 베풀 때, 그 너머에 담긴 진실을 들여다봐야 한다.

공감의 힘에 휘둘려 이쪽 저쪽으로 비틀거리다가는 결국 넘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공감의 선한 힘으로 우리는 사랑하는 이들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어설픈 충고나 지나친 다정함이 아닌 선을 지킨 공감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해받고 싶을 것이다. 정답이 필요한 게 아니라.

누군가의 체온을 일정하게 지켜줄, 너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공감의 온도를 우리가 찾아낼 수 있다면 많은 것들이 변화할 것이다.

상대방을 위해서뿐 아니라 나 스스를 위해서도 우리에겐 공감이 필요하다.

 

심리학을 공부하던 저자는 동생을 죽음으로부터 지켜내진 못했지만, 공감의 힘으로 오늘도 누군가를 죽음으로부터 건져올리고 있을 것이다.

그때 잡아주지 못했던 동생의 손을 대신해 더 많은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며 그만의 방식으로 동생을 기억하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세상을 더 사랑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이 책은 다정한 에세이라기보다는 심리학서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이다.

공감을 통해 우리가 자기 자신을 구원하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도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절반까지는 공감이 어떤 것이고,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여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심리 상담 사례들을 통해 보여준다.

덕분에 어려운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고도 좀 더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나머지 절반에서는 '공감의 힘을 키우는 여덟 가지 키워드'를 통해 실제 생활에서 어떤 식으로 우리의 행동을 제어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일러준다.

공감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고 우리 삶에 어떤 방식으로 대입해서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면, 분명 조금씩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게 된다.

새로운 방식의 마음 챙김을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이다.

 

심리학을 학문으로 제대로 이해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활용이 절실하지만 삶을 살아내는 일 만으로도 지친 우리는 전문적인 심리학서를 공부하기엔 역부족이다.

전문적이지만 쉽고, 좀 더 가까이 느끼고, 좀 더 편하게 닿을 수 있는 심리학 책으로 이 책을 추천해 본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감의 기술'일 테니까.

 

 

"자기혐오에 빠져 있는 누군가가 네게 험한 말을 한다면 그 말의 근원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렴. 분노는 대개 오래 묵은 수치나 두려움에서 만들어지는데, 그 옛일은 너와 아무런 상관이 없단다. 넌 잘못된 시간과 장소에 우연히 있었던 것뿐이야.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해도 그들의 불안정함에 속지 말아야 한다."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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