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작가의 생활 속애서 발견된 책을 찾아 읽으면 그 독서는 실패가 거의 없다. 헤세의 글을 좋아하는데 음악적인 부분만을 발췌해 묶어 놓은 이 책은 헤세의 클래식 음악 소양의 진수를 보여준다. 헤세가 왜 바그너를 그렇게 싫어하는지, 왜 베토벤과 모짜르트와 바흐에 흥분하는지, 헤세가 오트마 쇠크라는 작곡가와 음악 친구로 우정을 다졌다는 이야기도 너무 재밌게 읽었다. 운전을 할 때 주로 듣는 클래식 음악이 헤세의 글을 통해 다가온다. 요즘은 혼자인게 좋다. 경제적으로 여건이 된다면 읽고 쓰는데 매진할텐데, 신은 어떤 모습인지 쉽사리 앞을 보여주지 않는다. 삼분의 이 가량 읽다가 다시 펼칠 헤세의 책 앞에서 내 삶을 돌아본다. 지난 잘못을 반성해도 다칠 것은 다쳤고 그 중에 나와 타인의 몫도 반복되었으리, 어제가 부활이었는데 상한 음식을 먹고 난 탈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헤세가 부활절에 듣고 싶었던 음악으로 심신을 달래본다.
갈맷빛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 같은도스토예프스키가 살았던 쓸쓸한 러시아 풍경 같은파두 선율처럼 쓸쓸한
하루키의 산문을 읽고 있으면 아메리카노가 땡긴다. 책을 읽다가 덮어놓고 물을 끓이고 원두를 내리고 블루투스 스피커를 틀어놓고 음악을 들으며 다시 책을 읽는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맛있게 푸는 레시피를 아는 작가다. 하루키의 산문을 읽고 있으면 나도 산문을 잘 쓰게 될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나를 들여다보며 나를 다독이며 내가 되기 위해 애쓴 삶, 외로움과 직면하며 외로움을 달랜 삶, 발굴지에서 폐허가 되지 않기 위해 쓸쓸함을 이겨내던 흔적이 여기 남아 있다. 폐허 위에 다시 기억으로 남는 삶, 고향을 그리며 고향을 떠나 고향이 되고자 했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