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조각이 정을 가지고서만 붙들 수 있는 ‘듯한’ 그러한 거친 존재를 책에 부여한다 독서는 있는 것을 존재하게 한다. 독서는 자유다. 존재를 주거나 존재를 포착하는 자유가 아니라, 맞이하고, 동의하고, “그렇다”라고 말하고, “그렇다”라고 말할줄 밖에 모르고, 이러한 “그렇다”를 통해서 열린 공간 속에서 작품의 놀라운 결정이, 작품이 존재한다는 긍정이 긍정되도록 두는 자유이다. p. 282, 283
외사랑이어도 좋다언제나 나는 책과 함께 시와 함께 이야기와 함께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실은 그 기다림의 힘으로삶을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그녀가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걸로 그 기다림은 충분히 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러니 섣부른 절망("어둠")과 희망("빛")의 언사는 당사자의 그 기다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고요한 겨울밤의 한때를 그린 이 시가 이토록 내적 역동성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이제 그만 죽어버릴 거야"라고 말하는 한 타자가 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게 다 ‘나’가 마을버스에서 내린 후 집으로 곧장 들어가지 않고 산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만나러 가지 않으면 만나지지 않는다. 그렇게 타자가 들어와야만 시의 ‘나‘도 낮설어질 수 있는 것이다. - P300
크라카우어의 다른 책도 읽고 싶다.
사진은 기본적으로 예술적 효과를 열망하는 매체가 아니다. 오히려 사진은 우리의 시야를 확장하도록 도전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사진의 아름다움이다. 탤벗에 의하면, 사진의 매력 중 하나는 발견에 있고 사진은 늘 발견을 위해 자신을 빌려 준다. 홈스는 이렇게 말한다. "숲과 목초지에 발견되지 않은 채 붉어지는 꽃들이 있듯, 완벽한 사진에는 관찰되지 않은 하고많은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탤벗처럼 그 역시 사진의 탐구적 힘이 사진의 미적 가치라고 생각했다. 곧 사진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지 못하는 사물들을 드러내 주는 한에서 아름답다는 것을 함축한다. 이와 유사하게, 일차대전 후 프랑스 영화계의 위대한 인물 중 한명인 루이 들뤼크(Louis Delluc)는 코닥(Kodak) 사진의 놀랄 만한 계시(revelations)에서 즐거움, 특히 미적 즐거움을 찾았다. - P71
늑대, 부분에 나오는 이 문단이 좋아 오타가 정말 많아도 별 하나 더 추가한다.
그의 깨지고 망가진 몸뚱이를 끌고 그들은 장크트임머마을로 내려갔다. 사람들은 웃고 떠들고, 술과 커피를 마시면서 즐거워했다. 그들은 노래도 하고, 욕을 퍼붓기도했다. 눈 내린 삼림이나 찬란한 고원을 바라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샤세랄 산 위에 떠오른 달의 희미한 달빛이 그들이 쏘아 날아가던 총탄과 수정같은 눈위에 부딪쳐서, 그리고 맞아 죽은 늑대의 망가진 눈에 부딪쳐서 부서지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190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