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미성년의 내적 흔들림말을 할 듯 말 듯 입이 조금 움직이다가피식 웃으며 돌아서는 은밀한 비밀눈부신 빛 속에 실재하는 페이소스가릴려해도 가려지지 않는...
섹스 후 정액을 쏟아내듯 쏴버린 말의 뒷머리가 가렵다배설 되고 난 언어의 후련함이 아닌 망연함생환속의 노래가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며 연금술로 바뀐다거칠고 마초적인 매력이 나선으로 펼쳐지며 서서히 빠져 들어간다슬픔의 울림이 밤에서 새벽으로 건너가고소리는 시가 되어 아침을 맞는다
모닥불 같은 음악 주위에 모여들어그대의 작은 손 그곳으로 가져가 봐꽉 쥐었던 주먹 그곳에다 해방시켜 봐그러면 거기 몇 송이 작은 온도 같은 것들이 피어나네내 말을 믿지 않아도내 굳이 말하지 않아도,지상은 가끔 추운 것들이 스스로에게입김을 불어주는 모든 장소와 시간온도는 스스로 지피는 것,외로운 음악이 가닿는 깊이에 바닥은 없네하여 바닥치고 올라올 수도 없는 우린음악이 멈추는 순간까지 늘 도중(途中)에 있었네
창작과 비평 2014 겨울호 - 작가 조명, 손택수,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김수이 1970년대에 태어난 나로서는 그 이전의 삶은 풍문으로 불과했다. 가혹한 현실을 겪어야 고통을 통감하는 인간의 삶에서 바라보는 입장의 흐린 관점은 아둔한 내게 있어 겉으로 볼 수 있는 것만 손에 잡을 수 있었다. 이방에 정착한 우리들의 낯선 자화상에 비친 시인의 삶은 잡히지 않는 언어를 갈구하며 밤길을 걸어가는 여행자와 같다. 그런 면에서 손택수 시인의 도시 생활은 겉도는 자의 쓸쓸한 눈빛을 관통하는 서늘한 바람과도 같은 것이리라 짐작된다. 암울한 풍경 속에 가리어진 시인이 꿈속에서 본 고향은 정제되지 않은 거친 언어의 모습이다. 바닷가 해변의 깎이고 깎인 몽돌의 둥근 모습은 모두 비슷해 특색이 없다. 둥근 자갈 속에서 눈에 띄는 모난 돌처럼 모난 언어들이 조합해가는 말들은 신선하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던 풍문의 세대도 첨단 시대를 사는 현재 모든 시간에는 윗세대의 그림자가 스며있다. 먼지로 가득한 도시에서 소복이 쌓인 먼지를 털며 목련이 피는 봄이 오고 있다. 긴 겨울을 견디고 오는 봄이 더 따뜻하길 간절히 바래본다. 콘크리트 속에서 흙냄새를 갈구하며 다음 세대를 위해 현관문을 나서는 익숙한 현대인의 모습이 처량하다. 문학이 사장되지 않고 시가 죽지 않는 시대를 위해 시인은 탕아가 되어 우리 옆에서 자신의 삶을 계속 탕진할 것이라고 본다. 따뜻한 위로가 되는 말이 차가운 심장을 녹일 수 있도록 시인의 시가 독자들의 가슴 속에 봇물처럼 흘러들기를 기대한다. 손택수 시인의 지난 궤적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시집을 접해 보지 않은 독자도 쉽게 다가가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끈 점에서 겨울 호의 재미가 더 쏠쏠하게 다가왔다. 전자책이라 페이지 넘기기가 많이 불편했고 일상생활에 쫓겨 소설은 아직 손도 대지 못했지만 맛있는 군것질이 옆에 있어 짬짬이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흡족한 웃음을 짓는다
상징과 비유로 삶의 부조리를 파헤친 논리에 주목하자
산업과 혁명이 유보된 캄캄한 현실에서
삶의 열망을 발산하는 방식이 시선을 붙잡는다
연극이 끝나고 저마다의 길로 돌아선
우리의 갈 곳 또한 우리의 무덤이다
생사가 엇갈린 무대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다시 첫장으로 돌아가자
가장 아픈 곳은 사람의 손을 탄 곳
관음의 눈사람이 만들어 낸 관념의 언어들
시대마다 새로 태어난 언어들
빛 속에서 어둠을 보고 어둠 속에서 빛을 보는
모든 것들에는 깊이가 담겨 있다
살아 있는 모든 것
내 눈과 혀
생각과 심장이 너무나
견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