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범죄

그녀들의 범죄
요코제키 다이 지음, 임희선 옮김 / 샘터사 / 2020년 8월

요코제키 다이, <그녀들의 범죄>

간만에 읽은 일본 추리소설.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밖에 읽지 않았고, 그다지 인상에 남는 책은 아니었지만

워낙에 인기 많은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가 "요코제키의 작품은 무조건 읽는다" 라며 극찬 했다니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여성작가가 쓴 여자들이 주인공인 추리소설이라는 점도 이 책을 집어들게 만들었다.

1988년 어느 날 일주일 전 실종된 가정주부 진노 유카리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되면서

그를 둘러싼 비밀과 음모가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한다.

추리 소설이지만 트릭 자체가 신선한 건 아니라서 책을 읽다보면 절로 머릿속에 전체적인 전개가 그려지는 편이다.

애초에 책 표지 자체가 스포일러라 뒷 면 표지만 읽어도 줄거리가 짐작가는 수준.

그리고 아무래도 나는 일본 감성이랑은 조금 안맞는건지 등장인물들의 선택들이 도무지 이해나 공감이 가질않아

소설의 결말 부분이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추리적 요소도 그닥이었고 결말도 마음에 들지 않는 이 소설을 내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건

여성들이 대면하고 있는 차별, 소외 등 부당한 현실을 아주 섬세하고 예리하게 묘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1980년대 후반인 만큼 소설 속 그녀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 오늘에 비해 더욱 열악한 것은 사실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년이나 지난 지금도 공감되는 내용들이 많았다.

꾸준히 사회적 인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느낌이다.​

  

1988년 배경이지만 사실 요즘도 제법 흔하게 볼 수 있는 타입의 남자들이다

"내가 보기에 지금 자기는 그냥 진노 집안의 하녀야. 아내, 아니면 며느리라는 이름의 하녀. 도모는 자기 엄마한테 잘 맞춰 줄 수 있는 몸종이 필요했던 거 아냐?"

하녀. 그 호칭이 지금의 유카리에게 제일 잘 들어맞는 것 같았다. 얘, 오늘은 욕실 청소를 해야겠더라. 얘, 오늘 조림은 간이 너무 짜게 되었구나. 여보, 이 와이셔츠 얼룩 좀 빼줘. -그녀들의 범죄 中

34살의 나이로 '이성에게 매력적인, 신부감으로 적당한 여성'이라는 타이틀과는 점점 멀어져가는 듯 느껴지고

결혼에 대한 조급증으로 스트레스 받고 있는 히무라 마유미,

대학 축제 때 진노 도모아키에게 강간을 당했지만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학교를 자퇴하고 잠적할 수 밖에 없었던 마유미의 후배 A,

잘생긴 또래의 정형외과 의사와 결혼해 부잣집 사모님이 되었으나 허울뿐인 부부 사이로 남편의 관심을 받아본지 오래고

자신은 그저 도모아키가 그의 부모를 위해 데려온 순종적인 하녀일 뿐임을 깨닫는 진노 유카리.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여성에게 유독 더 냉혹한 사회 현실에 상처받은 사람들이고

작가는 그들의 감정 흐름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내어 공감시킨다.

비록 소설의 결말까지 이르는 그녀들의 선택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 자체는

아주 현실감있게 그려져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 2012년에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기에 등장인물들이 어떤 이미지로 그려졌을지 궁금해

배우들 사진을 찾아보려 했으나 드라마 제목을 모르겠음.... 혹시 아시는 분 계실까요.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걸프렌드

걸프렌드
미셸 프란시스 지음, 이진 옮김 / 크로스로드 / 2020년 9월

민트색과 핑크빛의 예쁜 표지 속에 담겨있는 막장 드라마의 매운 맛.

얽히고설킨 거짓말과 의심, 분노, 질투. 뒤틀려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이 책이 제격이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소설임에도 매번 다음화가 궁금해 안달나게하는 심야 드라마처럼

그들의 엉켜있는 관계의 끝이 어딘지 궁금해 한 번에 몰아읽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의 작가인 미셸 프란시스는 BBC 웨일즈 드라마에서 스크립트 에디터와 프로듀서의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소설임에도 책을 읽는 동안 마치 영상을 보는 듯이 화면이 머리 속에서 재생된다.​

 

책의 프롤로그는 병실에서 로라가 아들을 위해서 무언가 악랄한 짓을 저지르기로 결심하는 장면부터 시작되어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 후 곧바로 그녀가 왜 그런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9개월 전으로 이야기는 되돌아간다.

간단히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로라는 이미 관계가 소원해진 남편과 그녀 기준으로 너무나 완벽한 아들을 갖고있는 상류층의 여성이다.

(책 표지에도 완벽한 한 남자라고 대니얼을 묘사하지만 내가 보기엔 멍청이였음...)

남편은 이미 수년간 마리안느라는 여성과 불륜을 이어오고 있고 그녀는 자연스레 하나남은 아들에게 집착할 수 밖에 없었다.

대니얼(아들)은 그녀가 바라는대로 그녀의 외모 장점을 빼다박은 잘생긴 청년이었고, 장래가 유망한 의대생이었다.

성인이 된 대니얼은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아파트를 구하는 중에 부동산중개인인 체리에게 한 눈에 빠져들게 되었고

대니얼과 같은 부자와 결혼해서 상류층에 소속되는 것이 목표였던 체리는

그녀가 부끄럽다 여기는 출신을 숨기고 대니얼을 확실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몇 가지 거짓말을 한다.

얼핏 사소해보이는 몇 가지 거짓말을 눈치챈 로라는 대니얼에게서 체리를 떼어내려 애쓰고

로라와 체리가 주고받는 공격과 복수가 <걸프렌드>의 주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그렇게 잘났다는 아들놈은 제 엄마와 여친이 뭘하는건지 눈치라고는 1도 없는게 묘한 현실감이랄까...

영국이나 한국이나 다 비슷하구나 싶었음 (?)

소설은 거의 로라나 체리의 시점으로 전개되는데 책의 제목은 <걸프렌드>라는게 어쩐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체리의 보이지 않는 공격으로 로라가 만신창이가 되고 아들을 거의 빼앗겼을즈음 프롤로그에서의 장면이 나오는데,

로라가 드디어 큰 결심을 하고 액션을 취하기 시작하는 분기점이라서 난 여기서부터 시원하게

그동안 체리의 음모로 인해 로라에게 쏟아졌던 의심과 의혹들이 풀리는 건 줄 알았는데 진정한 매운맛은 거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자세히 적으면 너무 스포가 될 것 같으니 여기까지.

로라가 그동안 주말극에서 많이 봤던 극성엄마, 유난시어머니 캐릭터라면

체리의 캐릭터는 전형적인 드라마 속 악녀 캐릭터다.

가난한 가정환경을 수치스러워하는 체리는 친엄마의 모습이 부끄러워 자신도 모르게 경멸어린 표정을 지은것에 죄책감을 보였다가도

바로 한 페이지만 넘기면 16년전 아빠가 사망했을 때 엄마도 같이 죽어버렸다면 훨씬 삶이 나아지지 않았을까 상상하는 사람이다.

보통이라면 체리는 악역의 서브여주고 대척점에 서있는 젊고 예쁜 여자주인공이 따로 있겠지만

이 소설에서는 상류층에 편입되고싶어 하는 악녀와 예비 시어머니가 주인공인 신선한 전개라 몰입도가 높았다.

​개인적으로 결말은 조금 허무했으나 읽는 동안에는 몰입해서 흥미진진하게 읽엇던 소설이다.파국으로 치닫는 막장 전개를 맛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

하루 5분 내 몸 관리법

하루 5분 내 몸 관리법 (양장 스프링) - 피지컬갤러리의
라이프에이드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0년 9월

내가 진짜 좋아하고 열심히 챙겨봤던 유튜브의 피지컬갤러리 채널.

평소 걸어다니는 종합병동 수준으로 온 몸 구석 안아픈 곳이 없는지라

해당 채널의 영상들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되고 좋았는데

어느 순간 '가짜사나이'나 '달려라김계란' 등 예능적인 영상 위주로 올라와서 은근 아쉬웠다.

대신 내가 좋아하던 체형 교정이나 스트레칭 등 의학 전문적인 영상들은

https://www.youtube.com/channel/UCqXfFLZj4mt3QWqzEPcUIrg/community

라이프에이드

여러 의료인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라이프에이드 채널입니다.!

www.youtube.com

'라이프에이드'라는 채널로 따로 올라오고 있다.

그리고 피지컬갤러리의 엑기스를 모두 담고 있는 책이 출판되었단다.

어디서 듣기로 내 나이대가 가장 유튜브를 사용하지 않는 연령대라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정말 도움되고 유익한 채널인건 알아도 영상 찾아보는게 은근히 번거로울 때도 있었다.

그런데 영상 재생 기다릴 것 없이 한 눈에 들어오는 활자와 그림 구성의 책이라니...!!

이건 무조건 집에 소장해둬야겠다 싶었음.

​책을 출판하면서 정말 독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했구나 느꼈던 게

특허받았다는 표지의 독서대 기능이다.

제법 두껍고 단단한 표지에 저렇게 칼 선이 나 있길래 처음엔 뭔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미리 접혀있는 주름(?)선 대로 꺾어주면 책을 세워놓고 볼 수 있게끔 해 둔 거였다.

 

운동하면서 세워둔 책을 보며 체크할 수 있다.

체형교정 목적의 도서라는 특성상 가만히 앉아서 얌전히 책을 눕혀두고 읽는 게 아니라

다양한 자세로 스트레칭 운동하며 페이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누가 이렇게 세울 수 있게 만들 생각을 했는지 천재만재..! ㅋㅋㅋ

그리고 내지까지 올 컬러로 구성되었지만 종이 자체는 얇고 가벼운지라 전체 책의 무게가 부담스럽지 않고

대신 표지는 튼튼해서 얇은 내지가 상할 염려 없으니 실용 디자인 적인 면에서 거의 완벽하게 느껴졌다.​

 

통증을 느끼는 증상별, 근육명 별로 바로 찾아 읽을 수 있는 목차 구성

물리치료 등 의학전문가가 아닌 이상 사실 이 두꺼운 책 전체를 순서대로 탐독할 일은 거의 없을 테고

증상이 나타날 때 해당 증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끔 하는게 중요한 것 같은데

목차를 보면 그런면에서 구성이 아주 좋다.

내가 통증을 느끼는 부위가 목차만 보고도 몇 페이지에 실려있는지 바로 알 수 있게끔 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이 있다면 근육명으로도 바로 찾아볼 수 있다.​

 

 

증상부터 해당 근육에 대한 설명, 효과적인 스트레칭까지 모두 담았다.

챕터 중 하나인 회외근 페이지를 소개하자면,

먼저 회외근이 아플 때 1.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2. 회외근은 어떤 역할을 하며 왜 뭉치게 되는지

3. 회외근에 연결된 통증부위 4. 해당 근육에 효과적인 운동과 스트레칭에 대해 알려준다.

이미 피지컬 갤러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스트레칭 동작들에 대한 신뢰성이 있기에

필요할 때 펼치기만 하면 바로 찾아볼 수 있는 이 책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주치의 느낌이랄까. 최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인문학리스타트

인문학 리스타트 - 생각이 열리고 입이 트이는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요즘 운동량이 많이 부족해진 것 같아 짬 날 때마다 계단 오르기 등을 하고 있다.

계단을 오르면서 <알쓸신잡>류의 팟캐스트들을 주로 듣곤했는데

들으면서 내가 인문학적인 지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핑계라면 핑계지만 이과였기도 했고 요즘은 종이신문이 아닌 인터넷 기사를 주로 읽는 시대다 보니까

관심있는 뉴스만 찾아읽게 되어서 전반적인 지식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ㅠㅠ

아무튼 그래서 찾아 읽게된게 박영규의 <인문학 리스타트>이다.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등 한 권으로 읽는 실록시리즈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저자인데

최근 저서 중에 <에로틱 조선>도 있는 걸 보고 처음에 앗... 했다.

개인적으로 에로틱 조선을 너무 지루하게 읽었었어서..... ㅎㅎㅎ

하지만 <인문학 리스타트>의 서문을 읽자마자 좋은 책이라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중요 개념들을 푸른 글자로 재정리해주니까 훨씬 이해가 쉬웠다.

요즘에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누드교과서 시리즈를 읽는 느낌이랄까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는 인문학 전반에 대해 아주 기본부터 차근차근히 참고서처럼,

그러나 지루하지 않고 술술 읽히게 정리된 책이다.

길게 이어진 줄 글만 읽다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 책은 간략한 도표나 핵심을 담은 부제들로 이해를 도와준다.

그리고 막연하게 알고 있던 인문학 용어들을 명확한 언어로 정의내려주니 좋았다.

경제, 정치, 역사, 세계사, 종교, 철학을 한 권에 담았다고 해야하나.

​수록 된 삽화들도 재치있고 귀여워서 눈길이 간다.

나처럼 학생 수준으로 인문학 전반에 대한 틀을 잡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차례대로 쭉 읽어내려가도 좋고, 책장에 꽂아두고 그 때 그 때 끌리는 챕터를

찾아읽어도 괜찮을 책인 것 같다.

내 손 안의 교양 미술

내 손 안의 교양 미술
펑쯔카이 지음, 박지수 옮김 / 올댓북스 / 2020년 8월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예쁜 그림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순수 미술이라고 하면 너무 어렵고 멀게만 느껴진다.

내가 제대로 감상한 것이 맞는지 자신이 없으니 계속 느낀 바를 자기검열하게 되고

미술 감상은 또 내 안에서 한 발짝 멀어지고... ㅠ ㅎㅎㅎ

아무래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미술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은 갖추어야 할 것 같아

<내 손 안의 교양 미술>이라는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책 표지에 있는 -책을 펼치면 나만의 도슨트가 내 곁으로 온다-라는 문구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인 펑쯔카이는 중국 유명 화가이자 문학가, 미술·음악 교육자이다.

미술전공자인 동시에 글도 쓰고 가르치는 일도 하는 사람이다보니

낯설고 어려운 순수 미술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것 같다.

명화를 감상하는 방법에서부터

회화의 기법, 화가와 명화 이야기, 서양미술사에 이르기까지

기초부터 알려주는 책이라 나처럼 미술에 문외한이 읽기에 적당한 것 같다.

램브란트의 <사스키아의 초상>에 대해 내내 설명하면서 정작 실어놓은 그림은 램브란트 본인의 초상화 뿐이다.

올컬러 판으로 많은 수의 명화들이 수록되어 읽는 즐거움 뿐만 아니라 보는 즐거움도 있는 책이다.

조금 아쉬웠던 건 글 속에서 설명하는 그림이 그대로 실려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A화가의 B작품을 설명하고 있으면서 수록된 명화는 A화가의 C,D 작품을 싣고 있는 페이지가 많았다.

대신 덕분에 글 읽으면서 궁금했던 그림은 직접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저자가 설명해주지 않은 그림은 책에 실려있어 덤으로 감상하니 두 배로 많은 그림을 보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좀 더 많은 작품들을 독자들이 감상했으면 하는 작가의 큰 그림이었을까 ㅎㅎ

​서양 미술사조에서 화가 각자의 화풍과 의미를 설명한 챕터들이 특히 재미있었다.

어디선가 만나면 반갑게 느껴질 그림들을 많이 알게되어 좋았던 시간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