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렌드
미셸 프란시스 지음, 이진 옮김 / 크로스로드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민트색과 핑크빛의 예쁜 표지 속에 담겨있는 막장 드라마의 매운 맛.

얽히고설킨 거짓말과 의심, 분노, 질투. 뒤틀려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이 책이 제격이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소설임에도 매번 다음화가 궁금해 안달나게하는 심야 드라마처럼

그들의 엉켜있는 관계의 끝이 어딘지 궁금해 한 번에 몰아읽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의 작가인 미셸 프란시스는 BBC 웨일즈 드라마에서 스크립트 에디터와 프로듀서의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소설임에도 책을 읽는 동안 마치 영상을 보는 듯이 화면이 머리 속에서 재생된다.

 

책의 프롤로그는 병실에서 로라가 아들을 위해서 무언가 악랄한 짓을 저지르기로 결심하는 장면부터 시작되어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 후 곧바로 그녀가 왜 그런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9개월 전으로 이야기는 되돌아간다.

간단히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로라는 이미 관계가 소원해진 남편과 그녀 기준으로 너무나 완벽한 아들을 갖고있는 상류층의 여성이다.

(책 표지에도 완벽한 한 남자라고 대니얼을 묘사하지만 내가 보기엔 멍청이였음...)

남편은 이미 수년간 마리안느라는 여성과 불륜을 이어오고 있고 그녀는 자연스레 하나남은 아들에게 집착할 수 밖에 없었다.

대니얼(아들)은 그녀가 바라는대로 그녀의 외모 장점을 빼다박은 잘생긴 청년이었고, 장래가 유망한 의대생이었다.

성인이 된 대니얼은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아파트를 구하는 중에 부동산중개인인 체리에게 한 눈에 빠져들게 되었고

대니얼과 같은 부자와 결혼해서 상류층에 소속되는 것이 목표였던 체리는

그녀가 부끄럽다 여기는 출신을 숨기고 대니얼을 확실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몇 가지 거짓말을 한다.

얼핏 사소해보이는 몇 가지 거짓말을 눈치챈 로라는 대니얼에게서 체리를 떼어내려 애쓰고

로라와 체리가 주고받는 공격과 복수가 <걸프렌드>의 주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그렇게 잘났다는 아들놈은 제 엄마와 여친이 뭘하는건지 눈치라고는 1도 없는게 묘한 현실감이랄까...

영국이나 한국이나 다 비슷하구나 싶었음 (?)

소설은 거의 로라나 체리의 시점으로 전개되는데 책의 제목은 <걸프렌드>라는게 어쩐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체리의 보이지 않는 공격으로 로라가 만신창이가 되고 아들을 거의 빼앗겼을즈음 프롤로그에서의 장면이 나오는데,

로라가 드디어 큰 결심을 하고 액션을 취하기 시작하는 분기점이라서 난 여기서부터 시원하게

그동안 체리의 음모로 인해 로라에게 쏟아졌던 의심과 의혹들이 풀리는 건 줄 알았는데 진정한 매운맛은 거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자세히 적으면 너무 스포가 될 것 같으니 여기까지.

로라가 그동안 주말극에서 많이 봤던 극성엄마, 유난시어머니 캐릭터라면

체리의 캐릭터는 전형적인 드라마 속 악녀 캐릭터다.

가난한 가정환경을 수치스러워하는 체리는 친엄마의 모습이 부끄러워 자신도 모르게 경멸어린 표정을 지은것에 죄책감을 보였다가도

바로 한 페이지만 넘기면 16년전 아빠가 사망했을 때 엄마도 같이 죽어버렸다면 훨씬 삶이 나아지지 않았을까 상상하는 사람이다.

보통이라면 체리는 악역의 서브여주고 대척점에 서있는 젊고 예쁜 여자주인공이 따로 있겠지만

이 소설에서는 상류층에 편입되고싶어 하는 악녀와 예비 시어머니가 주인공인 신선한 전개라 몰입도가 높았다.


개인적으로 결말은 조금 허무했으나 읽는 동안에는 몰입해서 흥미진진하게 읽엇던 소설이다.파국으로 치닫는 막장 전개를 맛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