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죄책 - 일본 군국주의 전범들을 분석한 정신과 의사의 심층 보고서
노다 마사아키 지음, 서혜영 옮김 / 또다른우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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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페이지 넘기기가 힘들었던 책이다. 안락한 환경에서 그저 읽고 있을 뿐인데도 너무 끔찍하고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본 전범들을 분석한 정신과 의사의 글이다. 전범들이 어떤 죄를 저질렀는가를 고발하는 데 그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죄책의 감정을 저 편에 묻어둠으로써 인간성을 상실하고 경직되어버린 일본인들의 정신상태를 초점으로 다루고 있음에도 간간히 묘사되는 범죄 양상이 너무나도 참혹했다.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것은 피해자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죄행을 고백하고 사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가해자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일본군의 중국 침략이 본격화한 1937년 부터 패전 때까지 육군 정신장애자를 진단, 연구하는 센터였던 고쿠후다이 육군병원의 환자기록 8000여건 중, 학살을 저지른 죄의식에 떨고 있다고 기술된 것은 놀랍게도 단 2건이다. 전범들은 잔혹한 일을 저지르곤 그것이 죄라는 인식조차 아예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전쟁이라는것은 원래 그렇게 비정하고 끔찍한 것이라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려해도,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수많은 전쟁과 학살 속에 가해자들의 죄책 인식 수준이 이렇게 낮은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일본인만의 민족성으로 말미암아 나타난 특수한 사례라는 것이다. 일본인의 어떤 특성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것일까.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서 여러 전범들과 면담했고 그 중 한 명인 유아사의 경우 중국으로 징병됐던 의사였다. 그는 첫 실습에서 산채로 끌려온 중국인 2명을 보았다. 생체 해부 될 예정인 중국인은 당연히 두려움과 절망감에 떨고 있었겠지만 유아사에게는 그들의 감정을 공감할 능력이 없었다. 한 명의 인간으로 본 것이 아니라 그저 용이한 수술 실습을 위한 물건으로만 받아들인 것이다.

마취 후 수술대에 눕힌 중국인들은 몸에 상처 하나 없었다. 범죄를 저질러 체포되고 심문을 받다 최종적으로 해부 실습의 '재료'로 까지 오게 되었다면 몸에 멍자국이나 상처가 많을 법도 한데 깨끗했던 것이 유아사에게 인상적으로 느껴졌다한다. 사실 그 중국인들은 그저 밭일하던 평범한 농민일 뿐이었다. 죄수가 많고 사상자가 많아 포로가 남으면 해부한다(물론 이것도 끔찍한 잘못이다)가 아니라 실습에 필요하면 그냥 잡아오는 방식인 것이다.

피해자를 눕히고 곧장 몸에서 팔 다리를 잘라내는 수술, 식도를 절개하는 수술, 고환을 적출하는 수술 등 사람을 실습의 재료로써 그야말로 알뜰하게 사용한다. 순식간에 사지를 잃고 목이 갈린 피해자는 그때까지도 살아있었다 한다. 실습이 끝난 후 마취제를 다량 주입해 사망시키는 것으로 처리한다. 이러한 의학 실습이 연 2회 가량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유아사는 어떤 죄책도 느끼지 못했다.

일본이 전쟁에서 패한 후, 많은 일본인들은 고국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유아사는 돌아가지 않았다. 중국에 재산과 가족이 있고 여기서 터를 닦았는데 일본으로 돌아갈 이유를 찾지 못한 것이다. 만약 자신이 중국인들에게 했던 행동이 끔찍한 일임을 인식하고 있었더라면 그렇게 패전 후 태연히 중국에 남아있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유아사는 남았다.

체포되어 전범으로 관리되면서도 자신은 죄가 없어 풀려날 것이라 생각했다. 전쟁 중 죄는 군인이나 책임자들이 저지르는 것이지 자신은 의료인으로써 의료행위만 했기에 전범이랑은 관계없다 여겼다. 간수들은 이들을 학대하는 일 없이 중국인들은 배를 곯는 상황에서도 전범들에게 쌀밥을 지어먹이며 죄행을 모두 고백할 것을 요구한다. 뉘우치고 반성하길 요구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사실을 모두 밝힐 것만을 요구했다.

긴 시간 끝에 결국 자신이 저지른 죄를 조금이나마 자각한 유아사는 고국으로 돌아가고 전쟁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만난다. 유아사 처럼 자신의 죄를 대면할 시간을 가지지 않았던 동료들이 의사면서 왜 전범으로 억류되어있었냐며 진심으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것을 보고 뒤늦게 유아사는 놀란다.

저자는 공동체 속에서 어떻게 죄의식이 지워지는지, 죄를 죄로 인식하는 능력이 왜 중요한지를 이야기한다. 옛말에 '맞은 놈은 발 뻗고 자도 때린 놈은 오그리고 잔다'는 말이 있는데, 일본인들은 자신이 남을 때렸다는 사실 조차 인지 하지 못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죄를 숨기는 것에 앞장서 거짓으로 왜곡된 역사를 교육했기에 광복절에 태극기 프사(프로필사진)를 올리는 K-POP 아이돌을 보며 되레 '일본에 무례한 행동이다, 아이돌의 정치적인 행동은 전세계가 불편해 할 것이다며' 기분나빠하고 있는 일본 젊은이들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집단에 대한 순응을 강요하는 사회가 만들어낸 일본인 특유의 기질과 관련이 있다. 그들은 사회에 과잉 적응해 타인과의 감정교류에 능숙하지 못하고 오로지 권위에 대한 순종이나 효율과 질서 추구 같은 방향으로만 나아간다. 자신의 죄책을 수용하지도,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도 박탈된 채 '전쟁이란 원래 비참한거야 승자도 패자도 없고 우리 모두 다 피해자일 뿐' 따위의 말로 합리화 해온 일본은 감정 마비의 깊은 병에 걸려있으며 이것은 세대를 이어 전해져 전쟁을 겪지 않은 오늘의 젊은이들에게도 되물림 되었다.

집단에 대한 순응을 강요한다는 점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한국도 다르지 않다. 피해자의 고통에 절대 공감하려 들지 않고 그저 효율과 다수의 이익만을 들이밀며 피해자에게 조용히 입다물기를 강요하는 모습을 보면 이미 일본과 같은 감정 마비의 병에 걸려있는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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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전 시집 : 건축무한육면각체 - 윤동주가 사랑하고 존경한 시인 전 시집
이상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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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이런저런 교양 예능 채널을 돌리다가 이상 시인에 대해 다루는 장면을 보았다.

오감도 같이 도통 읽어도 무슨 소린지 모를 시로 유명한 이상 작가의 작품들을 물리학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워낙 난해하기로 유명하다보니 학교에서도 시인의 이름이나 시, 수필 한 두 작품에 대해 언급만 하는 수준으로 간단히 배우고 넘어갔었는데 이렇듯 문과의 관점이 아니라 이과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이해할 수 있는 시라니 신선하고 재밌었다.

이후로 '궤도' 같은 과학 유튜버들의 영상들을 자주 접하면서 양자 역학에도 관심이 생기고 보니, 나는 21세기에 공교육을 이수하면서 현대 과학에 대해 어느정도 배웠음에도 암만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어려웠던 양자 물리학을 19세기의 사고 방식을 가진 이상이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을까 더욱 흥미롭고 신기하게 느껴져 좀 더 그의 작품들을 찾아 읽고 싶어졌다.


그저 교양 과학 유튜브 몇 개 본게 전부일 뿐 물리학에 대한 조예라고는 1도 없기 때문인지 다시 찾아 읽은 이상의 시는 여전히 난해하고 어려웠다.

교과서에서는 그의 작품이 워낙 조금 소개되었던지라 이렇게 많은 시를 발표한 줄도 몰랐는데 그 중 (유일하게) 유명하고 많이 읽히던 오감도 시제 1호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같은 시는 순전히 내 추측이지마는 우리가 말로써 소리내어 읽을수나 있기에 그나마 알려질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었다....

책 속에는 숫자나 점 기호 같은걸로 가득한데 해석은 커녕 도대체 어떻게 소리내어 읽는 것인지도 모를 시들이 가득했다. 오감도 시제4호 환자의용태에관한문제. 같은경우 당최 무슨 소리일까 궁금해서 뒤져본 결과 저 숫자들이 0으로 수렴하는 등비수열이라 죽음을 뜻한다는 해석을 찾았다. 꽤 그럴듯해 보인다.

역시 그의 시를 이해하려면 수학 물리학에 능통해야하나보다. 나와는 거리가 멀다.

삼차각설계도의 시 들을 보면 원자 양자 입체 방사 광자 질량 천체 같은 단어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서 왜 물리학의 시선에서 이상의 시를 이해해보려는 시도가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 이게 1900년대 일제강점기에 쓰여진 시 들이라니 놀랍다. 물론 그 시기에 서양에서는 원폭 개발에 착수하는 등 물리학에 상당한 진척이 있던 때임을 알지만 지독한 수탈과 굶주림에 하루 앞을 생각하기 힘든 시기의 우리나라 지식인들도 그런 지식을 접할 여력이 있었을까 궁금했는데 이상 전 시집을 통해 당시 지식인들이 어떤 것을 접하고 있었는지를 살짝 엿본 느낌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그의 시 보다는 권 말미에 실린 이상의 수필과 소설이 내게 더욱 깊이 와닿았다. <날개> 같은 경우 수험공부를 하면서 많이 봤던 작품이지만 전문을 다 읽은 것이 아니라 언제나 부분만 읽었었고, 더군다나 내가 좋아 즐겨 읽은 것이 아니라 수험을 위해 억지로 읽은 것이었다보니 당시에는 감흥이 없었는데 이제와 읽어보니 좋은 문장들이 너무나 많다.

그때보다 나이를 먹어서 더욱 와닿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십대 시절에도 전문을 읽었다면 이상을 좀 더 좋아할 수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어쩌면 매춘을 하는 아내 곁에 기둥서방 노릇하며 붙어있는 화자의 삶을 그린 것이라 교과서에 실리기엔 부적합 해보이기도 한다.

일부러 져 준다는 것조차가 어려운 일이다. 나는 왜 저 최서방의 조카처럼 아주 영영 방심 상태가 되어 버릴 수가 없나? 이 질식할 것 같은 권태 속에서도 사세한 승부에 구속을 받나? 아주 바보가 되는 수는 없나? 내게 남아 있는 이 치사스러운 인간이욕이 다시없이 밉다. 나는 이 마지막 것을 면해야 한다. 권태를 인식하는 신경마저 버리고 완전히 허탈해 버려야 한다. - '권태' 중

그들에게는 흥분이 없다. 벌판에 벼락이 떨어져도 그것은 뇌성 끝에 가끔 있는 다반사에 지나지 않는다. 촌동이 범에게 물려가도 그것은 맹수가 사는 산촌에 가끔 있는 신벌에 지나지 않는다. … 그들에게 희망이 있던가? 가을에 곡식이 익으리라. 그러나 그것은 희망이 아니다. 본능이다. 내일. 내일도 오늘 하던 계속의 일을 해야지. 이 끝없는 권태의 내일은 왜 그렇게 끝없이 있나? 그러나 그들은 그런 것을 생각할 줄 모른다. 간혹 그런 의혹이 전광과 같이 그들의 뇌리를 스치는 일이 있어도 다음 순간 하루의 노력으로 말미암아 잠이 오고 만다. 그러니 농민은 참 불행하도다. 그럼, 이 흉악한 권태를 자각할 줄 아는 나는 얼마나 행복된가. - '권태' 중

이상의 글들을 읽으면 일관되게 흐르는 감정들이 보인다. 권태, 무력감, 절망, 방황, 수치심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가는데 사회인으로서 내가 맡아야 할 역할은 찾을 길이 없고, 당시로선 치료할 수 없던 극심한 폐병으로 인해 시한부 인생을 살며 그가 느꼈을 좌절감이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다른 사람들은 별 문제 없이 큰 고통 없이 그럭저럭 주어진 삶을 잘 살아내는 것 같은데 나 혼자만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하고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채 제자리에 주춤주춤 머물러 있는 것만 같고 무엇을 해야 좋을는지 도무지 모르겠는 막막한 심정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 역시 느껴본 일 있다. 그런 절망감과 무력감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그의 글에 빠져들었다. 하물며 이상은 삭막한 일제강점기 속에 끔찍한 가난을 겪으며 살았고 건강 조차 좋지 않았으니 오죽했을까 싶었다.

소설과 수필을 읽고 다시 그의 시들을 읽으니 처음 시집을 펼쳤을 때와는 조금 감상이 달라졌다.

낙관이라곤 기대할 수 없는 암울한 상황 속에서, 실낱같은 희망과 다시금 덮쳐오는 절망이 계속 반복되는 것 같다.

여전히 그의 시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한편으로는 꼭 완벽하게 시를 이해해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답은 없으니까.

#이상 #이상전시집 #건축무한육면각체 #스타북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시집 #수필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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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A4 아트 포스터 컬렉션 (32장) 마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MARVEL 지음 / 아르누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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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홀로그램 포스터 (https://blog.naver.com/allure0303/223180506684)에 이은 A4 아트 포스터 컬렉션도 도착했다☆

배송 완료 문자를 보는 순간 두근대는 심장을 감출수가 없었다 ㅠ ㅋㅋㅋ

포장을 벗기고 보니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본 것 보다 실물이 훨씬 이쁨!!!

보들보들 기분좋은 무광 바탕에 스파이더맨 부분만 코팅이 되어있어 퀄리티에 신경쓴 느낌이 확 난다.

레드와 블랙의 강렬한 색조합도 인상적임

총 32장이라 바인더가 제법 두툼하게 두께가 있는 편이다.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시리즈는 공통적으로 엄청나게 연출이 화려하고 생동감이 넘치는데

그런 분위기가 이 아트 포스터 속에도 잘 녹아들어있는게 느껴진다.

표지 일러스트 부터 역동적인 분위기 굿!

바인더를 열면 32장의 아트 포스터가 차곡차곡 들어있다.

포스터가 한 두 장이 아닌데 사이즈가 너무 커 버리면 휘어질새라 구겨질새라 보관하는데 이만저만 신경쓰이는게 아니었을텐데

A4 사이즈라 지나치게 크지 않아서 책꽂이에 다른 책들과 함께 세워두기에도 딱 적당한 크기로 제작되어

더욱 마음에 든다.

감각적이고 화려한 색감의 애니메이션 답게 포스터도 컬러감이 다채롭다.

비슷한 계통의 색상만 잔뜩 있으면 아무리 일러스트가 다양해도 단조로워보이거나 질릴 수 있었을 텐데

빨강 파랑 노랑 검정 분홍 총천연색 조합으로 꽉꽉 채워져있으니 눈이 즐겁다.

액자에 넣어 인테리어로 사용할때도 집 안 인테리어 컨셉에 따라 컬러 조합을 다양하게 할 수 있겠다.

포스터 재질은 빳빳한 마분지에 무광 코팅 인쇄한 느낌?

쉽게 구겨질것 같지 않고 제법 묵직한 느낌이 있다.

뒷면도 그냥 백지가 아니라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로고가 박혀있어서 예쁘다 ㅋㅋㅋ


하나같이 다 예뻐서 어쩔땐 이게 제일 예쁘고, 다시보면 저게 제일 예쁘고.... ㅋㅋㅋㅋㅋ

다채로운 포즈의 일러스터와 알록달록한 컬러가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스파이더맨의 팬이라면 후회없는 선택일 듯 하다.

#마블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어크로스더유니버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아트포스터 #A4포스터 #스파이더맨포스터 #인테리어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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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숫자
스콧 셰퍼드 지음, 유혜인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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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내를 폐암으로 떠나보내고, 은퇴 준비를 하던 런던의 오스틴 그랜트 형사는 은퇴를 한 달여간 앞두고 묘한 살인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연구하는 교수, 동상을 조각하는 조각가, 단 한 곡의 히트곡만을 가지고 구석진 라이브 바에서 공연하는 한물간 퇴물 밴드의 보컬. 사는 지역도 이해관계도 성별·나이 조차 유사점이 전혀 없어보이는 피해자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이마에 칼로 새겨진 로마숫자가 그것이다. 앞선 살인 사건에 대한 정보가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통된 표식을 가진 피해자가 하나 둘 추가되자 경찰은 이것이 연쇄살인임을 알게 된다.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표식을 새기며 범행을 과시하는 듯한 범인의 행적으로 미루어 철저히 계획된 살인이며 피해자들을 고르는데에도 규칙이 있을 것이라 추정한 그랜트는 동생과의 대화 중에 살인마가 십계명에 따라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작가가 지나치게 복선을 촘촘하게 깔아놓은 탓인지, 아니면 온갖 추리소설과 드라마 영화로 단련된 탓인지 소설 속 십계명 살인의 범인은 꽤 초반부터 예상이 갔고 그대로 적중했다. 범인이 누구일것이라 감으로 짚어낸 뒤로는 작가가 줄거리 속에 심어놓은 단서들이 끊임없이 눈에 들어온다. 범인이 누구인지나 살해 동기, 수법 등이 너무 적나라하게 들여다보이다보니 소설을 도중에 끝맺지 않기 위해 뻔히 특정되는 범인을 억지로 무시하려 하다보니 후반부 피해자(여덟번째, 아홉번째)들이 사망했을 때 경찰들이 보이는 행동들은 일반적인 상식선에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능해져버린다. 그러나 범인 알아맞추기와 관계없이 소설 자체의 흡입력은 좋았다. 소설의 저자 스콧 셰퍼드를 보니 25년이 넘는 경력의 베테랑 시나리오 작가 약력을 가지고 있던데 그래서인지 영상을 보는 듯 머릿속에 그려지는 몰입감이 괜찮았던 것 같다.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면 약간 김빠질 수도 있지만 범죄 스릴러 소설이라고 했을때의 평가는 좋았다는 뜻이다. 사이코패스 십계명 살인마를 잡기 위해 런던과 뉴욕을 오가는 두 형사의 모습은 곧장 TV시리즈로 만들 수 있게 배우를 캐스팅 할 수 있을 정도로 이미지가 잘 그려졌다.

또한 미국과 영국을 살인의 무대로 담아내며 보여준 두 나라의 분위기와 문화 차이도 흥미로웠다.

두 나라 모두 가본 적 없는, 거의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그저 '영미권'으로 퉁치며 '비슷하게 생긴 백인들이 똑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유사한 문화권의 나라'로 한데 묶어서만 생각했었는데 소설 속에서 묘사하고 있는 두 도시의 분위기나 두 형사의 대화를 읽어보면 영국과 미국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한편으론 꽤나 다른 나라임이 확연히 느껴진다. 그랜트와 프랭클 모두 각기 영국인, 미국인으로서의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 음식 취향부터 관심 스포츠까지 차이나는 인물들의 미묘한 관계를 보는 것이 재밌었다. 높은 습도와 푹푹 찌는 더위에 짜증만 가득할 뻔 했던 여름밤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던 소설이다.

#살인자의숫자 #스콧셰퍼드 #유혜인 #하빌리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범죄소설 #미스터리소설 #서평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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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A3 홀로그램 포스터 #1 : 티저 마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A3 포스터 1
MARVEL 지음 / 아르누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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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은 간촐하게 왔음에도 포스터 상태가 아주 좋았다.

돌돌 말리거나 한 채로 왔으면 상태 엉망이었을텐데

뒷면에 박스 같은 두꺼운 종이가 덧대어져서 조금의 상처나 구겨짐 없이 예쁘게 도착함!

비닐 뜯기도 전부터 벌써 영롱함....

포스터 재질은 꽤나 두껍고 톡톡해서

액자에 넣지 않아도 빳빳하니 각이 산다.

물론 액자에 넣으면 더 예쁠듯!

당장은 맞는 A3 사이즈 액자가 없어서 넣지 못했다 아쉽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홀로그램 포스터 A3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홀로그램 포스터 A3. 종이 질감 느껴보기

포스터 재질을 전하고 싶어서 동영상으로 찍어봤는데

그 느낌이 전달되려나 모르겠다.

손가락으로 퉁기는? 컷 보면 상당히 톡톡~ 빳빳한 느낌임을 알 수 있다.


홀로그램은 또 어찌나 영롱한지!

이건 GIF 움짤로 쪄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실물로 봐야하는 것인데..................

보는 각도마다 화려하게 번쩍번쩍인다.

처음엔 너무 색이 어두컴컴하지 않나 싶었는데 빛에 비추일때마다 예뻐 죽겠음.

퀄리티가 너무 좋다...


거꾸로 매달린(?) 마일스 양 옆으로

스파이더맨 뉴 캐릭터가 잔뜩.

전체적으로 색감이 어두워 언뜻보면 잘 안보이는데

홀로그램 각도에 따라서 캐릭터들이 확 살아난다.

액자가 없어 아쉬운대로

배송받을때 구겨지지말라고 덧대어져있던 박스 종이를 마스킹 테이프를 이용해 그대로 뒷면에 고정시켜서 책장 위에 세워두었다.

광택이 굉장해서 이렇게만 둬도 액자에 넣은 마냥 깨끗하다.

거실 오며가며 지날 때마다 홀린듯이 바라보는 중....

뛰어난 퀄리티로 제작되어 만족도가 높은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포스터.

액자에 넣어서 장식해도, 그냥 벽에 붙여두어도 너무 예쁜 녀석이다. 최고!

#스파이더맨어크로스더유니버스포스터A3 #홀로그램포스터 #스파이더맨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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