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 Dear 그림책
숀 탠 글 그림, 엄혜숙 옮김 / 사계절 / 200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 아이는 서점에서 이 책을 만져보곤 책의 표지가 미끌미끌해서 손에 닿는 느낌은 싫지만 그림이 맘에 든다고 하더군요.전 처음 읽곤 철학적이라는 느낌과 그래서 좀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분명하게 무얼 얘기하는지 솔직히 알 수도 없었구요. 머릿 속엔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겁지만 따뜻한 뭔가를 이야기하고있다라는 느낌만 남더군요.

그래서 해설글을 읽어보았는데 여기서 잃어버린 것은 우리들이 잊고 사는 소중한 무엇이더군요. 그러고 나니 이 책의 애매모호함이 좀 이해가 되요. 설명하지않아도 되고 증명하지 않아도 되고 명확하지 않아도 된다. 단지 개개인마다의 특별한 느낌만이 중요할 뿐이다. 그 느낌은 흐릿할 수도 있고 선명할 수도 있으며 아름다울 수도 있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스쳐지나가는 것일 수도 있고 각인되어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각 개개인들의 감정과 경험들은 보편화되기 힘드니깐 이 책에서 받는 느낌들은 각양각색일 겁니다. 그래서 이 책의 버려진 것에 대한 이미지가 연체동물인 것도 같고 기계인 것도 같은 이상야릇한, 뭐라고 단정짓기 힘든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가끔씩 비슷한 경험들을 공유할 순 있겠지만 그 느낌들의 작은 부분부분들까진 비슷할 순 없을 거예요.

아이러니한 것은 잃어버린 것이 비록 고통스럽고 힘든 일일지라도 성장기를 거친 어른들에겐 아름답게 기억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름다움이 그 고통을 포장하고 있는 듯한 독특한 느낌은 힘든 일을 통해 성장한 나 자신을 느끼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잃어버린 것을 애써 주워담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잃어버림을 애석해 할 필요도 없구요. 잃어버림으로 해서 우린 새로운 세계를 배울 수 있고 새로운 감정들을 느낄 수 있고 앞으로의 일에 더 열중할 수 있을테니깐요. 성장하는 것이죠. 잃어버렸기 때문에 기억할 수 있는 바로 그 무엇이 소중한 것이겠지요.그래서 추억은 아름답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저와 같은 어른이 아닌 초등학생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책에 이런 구절이 있군요.
'하지만 요즘 들어 그런 것들은 점점 더 적게 보여.'
'아마 이제는 우리 둘레에 버려진 것들이 그리 많지 않아서일테지.'

책 속의 회색빛이 도는 거리의 모습은 먼 미래를 연상시키지만,이미 많은 것이 변해버린 지금의 우리의 모습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우리는 이미 흙먼지 날리는 울퉁불퉁한 거리를 잃어버렸고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고물산도 잃어버렸습니다. 제법 먼 거리를 걸어 소풍을 가고 그 소풍 자리에 꼭 따라붙던 아이스케키 장수도 잃어버렸지요.

뻥튀기 과자 하나로도 배부르고 즐거웠던 기억과 학교에서 돌아오는 산길에서 어린 손을 부벼 들깨잎을 따먹다 마귀같은 할멈에게 붙잡혀 얻어맞던 기억도 잃어버렸지요. 혼비백산해 혼자만 도망간 친구가 너무너무 야속했던 기억과 함께. 그 땐 정말 무서웠는데.. 지금은 그 할머니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네요. 후후. 나이가 드니 어렸을 땐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자연스레 보인답니다.

우린 이렇게 버릴 게 많았는데 제 아이들은 무엇을 버리며 살아갈까요? 버려진 것들이 많지 않다는 것은 소중하게 기억될 것이 많지 않다라는 말로 들리는군요. 그러고 보니 정말 지금의 아이들은 자라면 무엇을 잃어버렸다고 아쉬워하고 추억하게 될까요? 아이다운 에너지를 제대로 발산해 본 기억이 적은 아이들은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낄지 궁금하군요. 뒷날에 있을 이 추억은 제 몫이 아니니 아이들의 몫으로 남길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