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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를 잡는 아버지 ㅣ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5
김환영 그림, 현덕 글 / 길벗어린이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나가는 이야기로 이 이야기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소작을 부치는 아버지가 주인 아들때문에 힘들어하는 자신의 아들을 위해 나비를 잡게 되는 이야기로..난 이 이야기를 흘려들으며 아이에게 아비의 사랑에 대해 어떤 형태로던 감동을 전해 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난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아버지의 나비를 잡는 행위가 좀 다르게 와 닿았다.아들을 위해서가 아닌 살기 위한 아버지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바우와 경환이는 소학교에서 서로 경쟁적인 관계이다.마름집 아들 경환은 소작농의 아들 바우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하지만 이 열등감은 자신만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여전히 가난하기만 하고 그래서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배움의 길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바우의 현실에 대한 멸시로 이어진다.경환은 방학때만 되면 서울에서 고향으로 내려와 나비를 잡으러 동네 친구들을 몰고 다니며 바우에게 보란듯이 으스대며 행세를 한다.바우는 늘 그게 고깝고 눈에 거슬리는데 마침 경환이 쫒는 나비가 바우에게로 날아든다.바우는 별 어려울 것도 없다는 듯 나비를 잡고는 그만 경환이와 시비가 붙는다. 바우에게 말에서 힘에서 된통 당한 경환은 그 분풀이로 바우네가 소작을 못 부치게 자신의 어머니에게 낮에 일을 이른다.대신 바우가 나비를 잡아와 싹싹 빌면 용서해 주겠노라 하면서..
바우네 부모는 그만 앞일이 깜깜해져 어서 바우에게 나비를 잡아 빌러 가라고 다그치지만 바우는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서운함만 더 크다.혼자 고학이라도 할 요량으로 언덕에 누워 이생각 저 생각에 잠긴 바우는 그만 나비를 잡느라 모밀밭 두렁에서 혼자 엎드렸다 일어섰다하며 그 똑똑치 못한 걸음으로 밭두렁을 지척지척 돌고 있는 아버지를 보고만다.바우는 그 순간 지금까지의 어두운 마음에서 벗어나 아버지가 무척 불쌍했고 정답고,아버지를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을 것 같은 감격에 울음이 복받친다.아들을 위해 늙은 몸을 내던지는 아버지의 모습이 고마워서가 아니라 저렇게밖에 살 수 없는 아버지의 그 현실이 바우에겐 너무 가슴 아팠던 게 아닐까.그래서 그 끈끈한 혈연의 사뭇침이 어린 바우에게 늙고 삶에 지친 아버지의 그 가련함을 가슴 깊이 품게 만든 것이리라..
가끔 그럴 때가 있다.맘은 꿀떡같은데 현실로는 어쩔 수 없을 때. 바우 아버지도 그랬으리라.맘은 그깟 농사 때려치우고 아들 자식 남의 집에 가서 머리 조아리는 꼴 안 보고 살고싶지만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하고 바꾸려해도 바뀌지 않을 자신의 현실에 대한 화가 되려 바우를 채근하게 만들었을 거다. 그리고 바우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비의 그 타는 속을 좀 헤아려 주었으면 하는 안타까움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가족을 책임져야하는 가장이라는 그 짐이 얼마나 아버지의 어깨를 무겁게 내리눌렸을까. 바우가 본 것은 자식 앞에서 부모로서 가져야 할 당위성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아버지가 아니였을까.그래서 이 동화는 더 가슴 아프다.동시에 바우는 잘해 나갈 수 있을 거다는 믿음과 희망을 갖게 하는 동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