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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달팽이니? - 풀밭에서 만나요 2 ㅣ 풀밭에서 만나요 2
주디 앨런 글, 튜더 험프리스 그림, 이성실 옮김 / 다섯수레 / 2000년 7월
평점 :
품절
<...달팽이가 되-어 집을 들고 다니지- 랄랄랄랄라-- 비-오는 날에 우-산 속 내집이 정말 최고야-> 류재수님의 그림책 <노란 우산>이란 CD에 들어 있는 `비 오는 날`이란 노랫말의 한 구절이예요.우리집 큰아이가 좋아하는 노랫말인데 처음 이 노래를 듣고는 달팽이는 참 좋겠다며 집을 들고 다니니 놀다가 비가 오면 집에 오지 않아도 들고 있는 집 속으로 들어갔다가 비가 그치면 나와 또 친구들과 놀 수 있으니 자기도 달팽이처럼 집을 들고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하며 즐거운 상상에 잠기더군요.
그리고 이 책 <네가 달팽이니?>를 읽고는 달팽이가 등껍질 밖으로 나오고 들어가는 모습을 재현해 내는데 그 섬세한 몸놀림이 정말 달팽이와 너무 흡사해 애써 웃음을 참아야하기도 했답니다.이렇게 저희집 아이들도 여느 아이들과 똑같이 살아있는 동물들을 좋아하지요.그 중에서 특히 곤충을요.달팽이는 곤충은 아니지만 집 근처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작은 생명들 중의 하나라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 같습니다.
전 이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며 이 책이 가지는 매력에 풀밭에서 만나요 시리즈(네가 거미니? 네가 무당벌레니? 네가 나비니?)를 모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집에 달팽이 과학동화 전집이 있어 중복되지 않을까하는 염려에 계속 구입을 미뤄왔었는데 그것은 저의 기우였지요.아이들과 전 단번에 반해버렸으니까요.`네가 달팽이니?`로 운을 떼는 이야기는 책을 읽어주는 엄마가 듣고 있는 아이를 너라고 지칭하며 직접 이야기를 건네듯이 전개되어 있어 아이 자신이 정말 달팽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하지요.자신이 꼬물꼬물 기어간 자리에는 맑고 끈끈한 자국만 남고.`달팽이야,낮에는 숨어 있는 게 좋아.`라는 작은 속삭임과 모래흙이 끈끈하고 물렁한 달팽이의 몸 속에 파고들어오는 대목은 아이가 큰 한숨을 토할만큼 긴장하게 만들지요.그런데 `얘들아 너희들은 달팽이가 아니야.너희들은 달팽이와 다르게 생겼는걸.`어디선가 들려오는 이 말은 곧 아이에게 안도의 숨을 내쉬게 하고 이내 입가 가득 웃음을 머금게 만듭니다.
`바로 사람이야.
넌 달팽이가 할 수 없는 일을 많이 할 수 있어.
두 다리로 뛰고 걷고....
무엇보다도 넌 꼬물꼬물 기어다니지 않아.`
그러면 아이는 책을 덮고는 자신감에 찬 몸짓으로 자신의 두 팔을 힘차게 들어 보인답니다. 이렇게 <풀밭에서 만나요 시리즈>는 아이가 직접 달팽이,거미,무당벌레,나비가 되어 (물론 생각 속에서지만) 이 작은 생물들의 삶을 직접 체험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만드는 생생함이 있지요.이런 느낌은 생명의 존엄성을 아이만한 키높이로 전달해 아이에게 작고 보잘 것 없는 생명들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게 하는 것 같습니다.그리고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아이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달팽이를 통해 아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거죠. 자신이 사람이라는 게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를 알게 되고 그것이 또 얼마나 자랑스럽고 대단한 일인지를 느끼게 해 주는 거죠.그리고 이런 자신감을 통해 주위의 많은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애정을 하나씩 배워나갈 수 있는 여유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전 그렇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