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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왕자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34
그림 형제 지음, 비네테 슈뢰더 그림, 김경미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막상 사고보니 제 아이가 읽기에는 내용이 좀 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조금 어려운 것 같은 느낌도 들고.제가 이런 생각을 가진 이유는 아마 이 책 속에 끼워져 있던 이야기에 대한 해설을 읽어서 그럴 겁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같이 주문한 그림책 빨간 모자가 성에 관한 동화라는 해설을 먼저 읽고는 조금 충격을 받았었거던요. 오히려 개구리왕자의 이야기가 더 그럴 듯한데 비해 빨간 모자에 대해서는 한번도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으니깐요.
옛날부터 자연스럽게 들어왔던 이야기들에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니 우선 흥미롭고 재미있네요. 하지만 아이들이 아직은 이런 비밀을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한다니 그 참 고민입니다.오히려 해설을 읽지 않았다면 알면 오히려 해가 될지도 몰라 괜히 책 읽어 주는 중간중간 이런 고민으로 난감해 하지 않아도 될뻔했을텐데 그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불행으로 여겨야 할지 판단이 안 서네요.
어떻게 보면 한 인간이 부모로부터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독립해가는 과정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편한 이야기로 풀어냈다고 보는 편이 더 합당할 것 같습니다. 공주가 공을 가지고 놀다 연못에 빠뜨리는 이야기에서 개구리와의 약속은 안중에도 없이 돌아서버리는 공주의 모습은 철없는 어린 아이로, 개구리와의 약속을 회피해 아버지로부터 약속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하자 어쩔 수 없이 개구리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지만 결국 벽에 내동댕이쳐 버림으로써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는 이야기는 많은 변화를 겪는 사춘기의 반항을, 그리고 나아가 그 반항과 자아 찾기의 완결은 공주와 왕자의 결혼으로 보여주는 느낌이 드는군요.
그런데 개구리의 마법이 풀리는 이유가 설득력없이 느껴지는데 그것이 공주가 개구리를 내동댕이쳐서 그렇게 된 것인지 식탁에서 같은 그릇으로 식사를 해서 그런 것인지 흐름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옛이야기의 특징 중의 하나가 많은 인과관계의 생략으로 그 나머지를 아이들의 상상력에 맡긴다고는 하지만 단지 침대에 올려달라는 개구리를 벽에 내던짐으로서가 아니라 원이야기처럼 몇 날 며칠을 같이 자지 않았다 해도 징그러움을 꾹 참고 공주가 뽀뽀를 해줬다던지 하는 그런 과정정도는 첨가되어도 괜찮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제 기억으론 어린 시절 개구리 왕자 이야기를 읽고 가끔 이 이야기를 머릿 속으로 떠올릴 때마다 자신밖에 모르는 새침떼기같은 공주가 얄밉다는 느낌이 항상 맨 먼저더군요. 그 다음은 문 밖에서 공주를 부르며 들어가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개구리의 집요함이 징그럽게 느껴졌고 또 그 징그러움을 이겨내야 하는 공주가 안쓰러워졌습니다. 다음은 벽에 던져진 개구리가 혹 죽어버리면 이 일을 어쩌나 하는 불안함과 그 불안함에 대한 반격으로 개구리가 왕자로 변하면서 느끼게 되는 신비감과 카타르시스로 기억은 채워지지요.
그 카타르시스는 제가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졌던 미움과 징그러움, 불안 등의 일련의 스트레스들이 일시에 해소되면서 일어나는 것이었겠죠. 그래서 둘의 행복한 결혼식을 아무런 사심없이 축복해줄 수 있었죠. 휴~다행이다 하면서 말이예요. 뭐가 다행인지 구체적으로 잘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 뒤에는 항상 그런 느낌이 따르더군요. 이렇게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걸 보면 우리의 성장과정이 꽤나 맘 졸이는 구석이 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