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생물은 모두 방귀를 뀐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그럼 뱃 속의 아기도 방귀를 뀌는지, 꽃도 방귀를 뀌는지, 엄마는 왜 방귀를 뀌지 않는지 등 평소 궁금해했던 방귀에 관한 여러 재미있는 아이들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입니다. 여기에 조금은 거들먹거리기 좋아하지만 임기응변에 약한 선생님의 어리숙함이 따뜻한 교실 풍경과 잘 어울려 훈훈한 웃음을 주지요. 1학년 3반 교실안에 느닷없이 울려 퍼지는 방귀소리. 그 소리의 주인공은 평소 다소곳하고 공부도 잘하는 요코군요. 요코를 좋아하지만 그 마음을 들키는 게 쑥스러운 테츠오는 대단한 것이라도 알아낸 양 의기양양하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요코가 방귀를 뀌었다고 고자질을 해 버리네요. 그러자 요코는 고개를 푹 숙이고 부끄러움에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아요. 거기에다 선생님은 방귀 좀 뀌면 어때서라며 요코편을 들어 주시니 자신의 생각과는 영 다른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자 테츠오는 서서히 난감해지기 시작하죠. 처음의 테츠오의 뿌듯했던 얼굴이 시간이 흐르면서 난감함으로 그리고 미안함으로까지 조금씩 일그러지는 그림이 참 재미있어요. 후후 어쨌던 시끌벅적해진 교실과 요코의 무안함을 달래주시려는 선생님은 조금은 철학(?)적이면서 멋진 방귀에 대한 나름대로의 고견을 펼쳐 놓으시지요.^^ 그리고 아이들도 이 때를 놓칠세라 평소 방귀에 대한 궁금한 점을 선생님에게 하나씩 늘어 놓고요. 저도 어릴 적 선생님은 화장실도 안가고 방귀도 안 뀌는 별천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티비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들이나 멋지게 차려입은 사람들을 보면 웬지 지저분한 방귀나 냄새나는 화장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 들었거던요. 그러고 보니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이런 생리적인 현상들을 멀리했던 경향이 있는 것 같네요. 지금 생각해 보면 자연스러운 몸의 현상들을 굳이 감출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죠. 그런 점을 감안할 때 이 선생님은 아주 멋지죠? 아이들에게 방귀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말씀해 주시니깐요.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방귀에 대한 아이들의 글이 읽고나면 기분이 상쾌해지는 청량제같아요. 속이 더부룩할 때 시원하게 방귀를 뿌우우웅 뀌고 나면 속이 편안해 지는 것처럼요. 그런데 뱃 속의 아기도 방귀를 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