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 짬뽕 탕수육 나의 학급문고 3
김영주 지음, 고경숙 그림 / 재미마주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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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아니면 거지. 아이들의 세계에도 어른들의 흑백 논리가 은연 중에 많은 부분을 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왕 아이면 거지!경찰 아니면 도둑!일등 아니면 꼴지! 이런 모습들은 어른들의 잘못된 가치관을 그대로 본받은 아이들의 모습이겠지요. 내 아이가 일등이 아니면 안 되고 그 반의 왕이 되기를 바라는 엄마들의 마음. 애써 아니라고 정색을 하지만 은연 중에 어른들의 그런 마음을 아이들은 감잡지 않았을까요.

새로 전학와 낯설기만한 종민이에게 아이들은 다정하고 친절하기는커녕 한번 거지는 영원한 거지라는 억울한 굴레만 씌워주는 그래서 쉽게 다가가기 힘든 존재들일 뿐이었죠. 매번 그것이 화장실 갈때 자리를 잘 잡으면 바뀔 수 있는 요행이 뒤따르긴 하지만 처음 전학와 모든 것이 낯설기만한 종민이에게는 힘겹기만한 일이지요. 하지만 종민이는 그런 난처함을 슬기롭고 당차게 이겨낸답니다.

종민이가 전학오기 전 누구도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그것은 아주 간단한 방법이였어요. 물론 용기가 조금 필요한 것만 빼고요. 화장실에 들어서면서 왕 거지 대신 짜장 짬뽕 탕수육을 큰 소리로 외치면 되는 거였죠. 그것은 종민이가 장미 반점의 아들이였기 때문에 그런 이름들이 붙여졌겠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른 어떤 것이라도 상관이 없었을 거예요.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큰 소리로 외치며 그자리에 서서 편안하게 오줌을 누면 되는 것이니깐요.

화장실에서의 작은 반란은 서열적이고 수직적이고 불평등했던 기존의 관계를 한 순간에 수평적이고 평등한 관계로 돌려세우는 생각의 전환이자 발상이였죠. 물론 거기에는 조금의 용기가 필요할 뿐이였죠.

그 조금의 용기는 아주 대단한 것일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종민이 이전에는 아무도 그 조금의 용기를 내지 못했으니깐요. 그렇지만 이젠 다른 아이들도 알 거예요. 이런 일들이 사람을 얼마나 불편하게 만드는 것인지를요.

제가 아는 분이 자신의 아이에게 반장 선거에 나가 보지 않을래? 하고 물었더니 아이 대답이 엄마. 난 아이들에게 바르게 앉으라고 얘기할 자신이 없어. 하는 말로 거절하더라는군요.

그래요. 아이들은 대장이 되고 싶지 않은데 엄마가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대장되기를 강요하는 것은 아닐는지요. 왕이 아니더라도 종민이처럼 짜장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면 되잖아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바르게 얘기할 줄 알고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해 나가는 또 남이 자신과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그런 다양성이 앞으론 더 필요한 삶의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짜짱 짬뽕 탕수육 짜장 짬뽕 탕수육 그래 난 짜장이 좋아. 난 탕수육. 난 짬뽕. 유쾌한 결말이죠.

지금까지 덩치 큰 아이의 힘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왕 거지노름을 즐겨야만 했던 아이들이 이젠 당당하고 즐겁게 볼일을 보러 가겠지요. 그래야 건강에도 좋죠.^^

인간 관계가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고 수평적인 관계임을, 그리고 저마다의 생각,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다를 수 있음을 또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멋진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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