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내 이름을 안 불러 줘 보리 어린이 9
한국글쓰기연구회 / 보리 / 199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희집에 1학년 아이가 있어요. 그 아이의 일기를 보면 아주 간단하죠. 꼭 쓸 말만 쓴답니다. 1년 가까이 일기를 써 오면서 변하지 않는 것은 일기의 제목이죠.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요점만 간단히 라는 말이 적당할 것 같네요. 제목만 보면 무슨 이야기를 썼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답니다. 그래서 더 눈길을 끌어요.

한 번은 제가 /너 제목 하나는 진짜 멋지다./라며 핀잔 아닌 핀잔을 준 적이 있죠. 군더더기없는 아이의 글이 어떨 때는 솔직하고 깔끔한 것 같아, 좋아 보이기도 하지만 반면, 좀 더 의젓한 글을 만나고 싶은 엄마 욕심에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하며 은근 슬쩍 유도를 해 보기도 하죠. 하지만 그것은 아이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쓸데없는 잔소리일 뿐이였어요. '그래,할 때 되면 하겠지' 라며 위안의 쓴 잔을 마실 밖에요.

그런데 왜 그럴까요? 이 책 속에 아이의 글쓰기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아이의 성장 속도를 이해할 수 있는 해답이 제시되어 있답니다.

물론 여기 글이 나온 아이들은 제 아이보다 훨씬 말하고 싶은 것을 잘 표현하고 있긴 하지만 아이마다의 차이를 인정한다면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의 발달 단게를 잘 이해한다면 아이에게 더 이상의 잔소리는 사라지겠죠. 믿고 기다리다 보면 아이는 언제 저렇게 자랐나싶을 만큼 엄마를 행복하게 해 주니까요.

저학년 아이들과 고학년 아이들 사이엔 글쓰기에 있어 아주 다른 점이 있는데 저학년 아이들은 꼭 해야 할 말만 한다는군요. 미리 생각해서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직감적으로 글도 말도 표현한대요. 그래서 저학년 아이들의 글은 단순한데 이 단순함이 깨끗하고 소박해서 오히려 생명력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재미있었던 일 슬펐던 일 또 그네들만의 고만고만한 고민이 직설적인 표현으로, 또 아이들만의 정서로 잘 나타나 있습니다. 글을 읽으며 특정 상황에서 아이가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과 갈등을 느끼는지 들여다 볼 수 있어 제 아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도 또래 아이들의 글에서 자신과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나눌 수 있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같구요. 아이가 엄마나 친구등 여러가지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면 힘들거라는 것은 알지만 아이가 자신의 감정의 변화를 표현해 주지 않으면 아이의 감정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이런 글들을 많이 읽다보면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밖으로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게 되리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