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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뭉치 도깨비야 - 웅진그림동화 1 ㅣ 작은 책마을 37
서화숙 글, 이형진 그림 / 웅진주니어 / 199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 전 권장도서 목록에서 보고 구입해 계속 책꽂이에 꽂아두고 있었는데 작년에 여름 방학을 맞은 아이가 발견하고는 이거 정말 재미있는 책인데 라며 손에서 놓질 않았다. 어디에서 봤냐고 물었더니 지네반에 있다며 혼자서 읽어 보았다고 한다. 그때까지도 읽기가 서투르니 다 보았을 리는 없고 대충 그림과 첫 몇 페이지만 훑어 보았을 것이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더니 책읽기가 까다로와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에는 무조건적으로 읽었다면 이젠 꽤나 고르는 편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책이 있다니 반가웠다.
뭉치 도깨비는 서랍 속에 사는 먼지처럼 조그만 도깨비다. 유머도 있고 재치도 있고 기발한 상상력과 모험심으로 똘똘 뭉친 아주 정이 가는 캐릭터다. 아이들은 표지 그림에서 그네들이 좋아하는 몬스터를 연상해서인지 빨리 친근감과 애정을 표시한다.
이 책의 후반부를 보면 이불이 배가 되고 방이 바다가 되어 숨도 쉴 수 있고 젖지도 빠지지도 않는 물에서 놀이를 하는 장면은 읽어주는 나에게도 정말 신이 나는 일이였다. 정말 이런 물이 있다면 얼마나 환상적일까하는 생각에 진짜로 우리집 서랍 속에도 뭉치 도깨비가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못해 잔뜩 속이 상한 뭉치에게 넌 엄마가 없어서 그래 라는 말이 너무 야멸차서 친구의 우정에 속이 상해버린 뭉치가 엄마를 찾아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려나 보다 했는데 지금까지 뭉치의 존재에 대해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듯이 보이던 보람이 엄마의 따뜻하고 앙증맞은 선물이 모든 것을 되돌려 놓았다.감동하는 뭉치를 보며 이제 더는 숨을 필요도 없고 한 가족으로 받아들여졌으니 보람이네 가족과 오래도록 함께 할 뭉치의 행복이 느껴져 따뜻한 마음으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내 아이는 그 작은 선물이 왜 뭉치를 가족으로 받아 들이는 것을 의미하는지 그 때까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요즘도 가끔 책가방 속에 이 책을 넣고 다니는 것을 봤는데 이젠 그 선물의 의미를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