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비룡소의 그림동화 7
존 버닝햄 지음,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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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여러분이 큐 가든에 가면,다른 기러기들하고는 어딘가 다른 기러기를 보게 될 겁니다.그 기러기가 바로 보르카랍니다.> 읽기를 마치고 책을 덮자 아이가 씩 웃으며 물음을 던진다. 엄만 큐 가든에 가 봤어? 내심 뭐라 대답할까 고민이 되었지만 응.생각 속에서 가 봤어.라고 답하자 치이- 하며 김 빠지는 소리가 난다. 조금 더 생각하더니
어떻게 가야 돼?라고 다시 묻는다. 비행기 타고 가지.영국이니깐.

구름 나라를 읽고는 맨날 주문 외우느라 바쁘던 녀석이 지금은 갈 수 없는 나라 큐 가든의 환상에 빠져있다.그 곳에 가면 정말 보르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레임이 아이의 마음을 먼 곳으로 떠나보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존 버닝햄의 책은 아이들의 마음을 때론 절망과 우울함으로 때론 환희와 탄성으로 송두리채 사로잡아 버린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아이들에게 온전한 실체로 전하는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아이의 마음이 조금씩 자라나는 것을 느낄 수 있어 흐뭇함을 감출 수 없다.

깃털없는 기러기 보르카는 남과 다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슬픔인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누구의 위로나 도움도 없이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혼자 감당해야하는 보르카의 초라함이 아이의 마음을 힘들게도 한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자 기러기들은 따뜻한 남쪽 나라로 떠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일 때 엄마 아빠마저 저버린 보르카를 바라봐야하는 아이의 마음은 보르카의 엄마 아빠에 대한 야속함으로 가득차있다.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야 되는 기러기들의 삶을 이해한다면 또 보르카 하나만을 위해 다른 새끼들을 포기할 수 없는 엄마 아빠 기러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면 아이의 마음이 조금은 나아졌을까?

너무도 사람과 닮아있는 기러기의 모습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자연 속의 기러기 본연의 모습으로 미련없이 돌아 설 때 편안해야 할 그림책 읽기가 순간 당황스러워진다. 깃털없는 보르카가 어디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돼 조그만 가죽 가방을 들고 다니는 의사 선생님께 진찰을 받게 하고 또 보르카를 위해 털옷을 짜주는 엄마 기러기의 의인화 된 모습들이 결정의 순간이 되었을 때는 가장 기러기다와지는 모습을 보며 적어도 엄마 기러기는 보르카에 대한 위로의 말이나 걱정의 말을 하지 않을까하는 우리들의 기대 심리 자체를 부질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아이도 자기의 그런 기대와는 전혀 다른,너무나도 기러기다운 떠남에 실망과 안쓰러움의 빛이 역력하다. 그래서 부모에게서조차 버림받은 보르카의 쓸쓸함과 막막함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또 너무도 쉽게 그 고통의 순간을 지나는 보르카의 모습은 다시 의인화되어 있다. 작가의 이런 장치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어느듯 봄날의 따스함과 행복함으로 다시 돌려 놓고 이젠 더 이상 혼자가 아닌 보르카에 대해 안도하게 만든다.

사람에 대해 생명에 대해 따뜻한 마음을 키워나갈 수 있는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큐 가든:런던 남서쪽에 있는 거대한 식물원이라고 합니다.언젠가 아이가 그 곳에 갈 일이 생기면 보르카를 만날 수 있을까요? 그 때 보르카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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