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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과학동화 - 전40권
윤구병 기획, 심조원 외 글, 박경진 외 그림 / 보리 / 2000년 1월
평점 :
품절
아이들의 눈을 넓혀주는 과학동화가 있다면 단연 달팽이 과학 동화를 꼽고 싶다.사소하게 지나쳐버리는 조그만 것 하나하나에도 아이들은 달팽이를 만나고 나서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한참 질문이 많아질 대여섯살 무렵 이 보다 더 좋은 과학도서가 있을까.나도 큰아이가 다섯살 막바지에 이를 무렵 달팽이를 집에 들여 놓았다. 아이가 싫어하면 어쩔까 조바심을 내며 엄마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아이가 흥미있어 할만한 내용을 한권 골라 아이에게 들이밀었다.
<너는 누구니>.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그날 밤 같은 책을 일곱 여덟번은 읽은 것 같다.그렇게 시작된 달팽이와의 만남이 마르고 닳도록 이 책을 읽고 또 읽게 만들었다.내가 곤충박사가 되는게 아닌가 싶은 착각이 들 정도로.우리 집이 다행히 산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어 아이와 난 매일 곤충과 나무와 풀 꽃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었다.공기가 깨끗하고 물이 맑은 곳에서만 산다는 반딧불이까지도.(반딧불이의 애벌레는 물이 맑은 곳에 사는 다슬기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아무 곳에서나 보기 힘들다 한다.)
덕분에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 아이는 매일 새로운 이야기거리를 하나씩은 물고 왔다.
'엄마. 저기 번데기가 실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 봤다.저 앞집 담밑에.'
'엄마. 저게 사마귀 거품집이지. 맞잖아. 하얀게 뽀글뽀글한 게 풀 위에 매달려 있잖아. 나무 가지로 한 번 찔러 볼까. 찔러보면 안 되나.'
'엄마. 전에 그 번데기 나비가 되서 날아가고 없다.껍데기뿐이던데.'
어떤 날은 친구들에게 한 나무를 가리키며
'저게 무슨 나무게?'하고 묻더니 '탱자나무.니는 그것도 모르나? 저기에 나비가 알 놓는 거.'하고 큰소리치며 아는 체를 하기도한다.
이렇게 매일 지나치는 자연 속에 숨어있는 아기자기한 비밀들을 볼 수 있게 해 준 보리의 노력에 나와 우리 아이들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