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종이괴물 상상력을 키우는 만화그림책 1
루이 트로댕 지음, 김미선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고 제목으로 못말리는 종이 괴물보다는 못말리는 아빠가 더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그만큼 아빠의 캐릭터가 재미있고 코믹하다. 잔느와 피에르의 실수로 종이 속에서 튀어나온 괴물 오코를 잡기위해 아빠는 엉뚱하지만 그럴싸한 제안을 내놓는다.순악질 여사를 연상시키는 일자눈썹에 힘을 주며 '못된 괴물을 잡아먹는 착한 괴물을 그리는 거야'라며 선언하는 아빠.여기서부터 아빠의 좌충우돌 괴물소탕작전은 시작되고,하지만 하는 일마다 아이들보다 더 실수투성이인 아빠.이런 아빠의 캐릭터가없었다면 이 책의 재미는 반으로 줄었을거다.

그리고 아빠의 창조물 동글이의 순박함과 아기같은 몸놀림은 쳐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밝아진다.초록색의 둥글고 미련한 몸뚱이,네개의 팔과 세개의 다리, 열개의 입은 아빠의 엉뚱하고 이유있는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작품 중의 작품이다. 세개의 다리는 어디에 중심을 둬야 될지 몰라 기우뚱거리고, 네개의 팔은 금방이라도 엎어질듯 허우적대는 꼴이 동글이에게 잔느가족을 맡기느니, 차라리 못된 괴물 오코를 그냥 두고 이사를 가든지 그것도 안되면 오코를 잘 구슬러서 한 편으로 만드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오코의 습격에 놀라 달아나면서 오코의 이빨이 종이라서 다치지않았다라든지,천만다행으로 오코가 덮쳐오는 순간 아빠가 `에취`하고 재채기를 해서 괴물이 `훅~`날아가버렸다든지(`훅`소리와 동시에 허리가 반으로 휘청하는 오코의 황당함이 그림속에 정말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 오코는 물로 지워지는 수성펜으로 그렸으니까 동글이의 열개의 입에 물을 가득 채워 뱉어버리게 하자라든지, 물이 너무 맛이 없다고 음료수라면 더 잘할 수 있다는 동글이의 속터지게하는 태연함은 책 여기저기 숨어있다 튀어나와 보는 사람을 유쾌하게 만든다.

또 책을 읽어면서 아이들의 반응이 눈에 띄게 재미있다.`크라닥,블로블로, 공공이,사파트,바가바가.`작은 아이는 잔느와 피에르가 지어 준 괴물 이름들이 낯설어 감이 잘 안오는지,자기가 괴물들의 이름을 다시 지어준다.크라닥은 헬리꼽터 괴물,바가바가는 만세 괴물,블로블로는 이빨괴물.그 외의 괴물들에겐 잠자리 괴물,아기 괴물,오징어 괴물등등.
괴물들의 이름을 지어준 뒤엔 얼른 색연필을 가져와 잔느와 피에르처럼 낙서를 한다고 책에 황칠을 해놓기도 한다.이렇게 못말리는 종이괴물은 만화의 특성을 잘 살려 동화와는 또 다른 구성으로, 형식에 제재를 받지않는 만화만의 자유로움을 아이들에게 풍부하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책인 것 같다.

나는 만화라하면 지레 겁부터 먹었다.나외의 많은 부모들이 그러하다라고 생각한다.하지만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자라면서 한번도 만화책을 보지않는 아이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그렇다면 내가 먼저 아이들에게 저급하고 상업적인 만화들로부터 자신을 지킬 눈을 키워줘야 하지않을까 싶다.아이들에게 일찍부터 이런 좋은 만화를 접할 수 있게 해 준다면, 아이들 스스로 자기결정권이 생길 때 상업적이고 선정적인 만화들로부터 스스로를 정화시켜나갈 수 있게 되지않을까하는 믿음에서다.이제부턴 좋은 만화책이 보이면 아이들보다 내가 더 열심히 읽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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