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보림의 까치 호랑이 그 첫번째 책이다.책장을 펼치면 호랑이가 담배 먹고 까막까치가 말을 할 때라는 글이 눈길을 끈다.이 한 구절 말의 정감만으로도 그 옛날 아득함으로 빠져든다.그리고 힘자랑이라도 하듯 우쭐대는 호랑이와 엄청나게 큰 손을 내두르며 단숨에 호랑이를 찍어누를듯이 걸어오는 단지손이의 작고 옹골찬 모습이 흥미진지하게 펼쳐질 앞으로의 모험에 대한 기대로 가슴을 설레게한다.옛이야기는 나이가 들어 다시 들어도 어릴적 그 마음 그대로 이야기속으로 빠져드는 묘미가 있다.우리의 옛이야기는 어정쩡함이 없다.선악의 대결구조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고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선이 악을 이기는 구조로 엮여있다.그것이 옛날 신분사회에서 천대받고 멸시받던 사람들의 속시원한 한풀이와도 같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꼭 이런 이유가 아닐지라도 옛이야기를 듣고 읽는 것이 즐거운 것은 현실적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들을 이야기속의 주인공이 대신 이루어주기 때문이다.악이 물리쳐질 때 그 통쾌함이 눌려왔던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다.우리의 단지손이,오줌손이,무쇠손이,콧김손이,배손이.아이들은 주인공들의 이름만으로도 깔깔대며, 어서 이야기를 재촉한다.이름들의 특징을 두드러지게 나타낸 주인공들의 모습이 재미있다.호랑이들을 물리치고 다시 세상구경을 떠나는 다섯친구들.그들에게 또 어떤 모험의 세계가 펼쳐질지,아득하게 멀어지는 그들을 보며,진한 여운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