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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알을 낳았대! - 3~8세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2
배빗 콜 글.그림, 고정아 옮김 / 보림 / 1996년 7월
평점 :
4년 전 서점에서, 제목에 이끌려 책을 펼쳤을 때의 그 당황스러움을 잊을 수 없다. 누가 볼까봐 얼른 책장을 덮고는, 가슴을 한 번 쓸어내리고,조심스럽게 다시 한 번 더, 책을 읽어내려갔다.(불과 몇년 전이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성에 대한 논의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지는 않았었다.물론 지금도 넘어야 할 산은 많고 길은 멀다.그런 이유로 나의 숙제를 대신 풀어줄지도 모른다는 반가움과 배빗 콜의 과감한 그림에 심히 당황스러웠던거다.)
`그래.바로 이거야.`라고 생각하며 얼른 책을 사서 서점을 나왔다.집으로 돌아와 엄마가 읽고 있는 내용이 뭔지도 모르는 어린 아들를 무릎에 앉히고 혼자 신나게 책을 읽어 내려갔다. 초보엄마의 불타는 의무감으로. 그런데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그 장을 펼쳤을 때 `와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정말 기발해.` `성은 이렇게 행복해야 되는 거야.`라는 생각들이 머리 속을 가득 채웠다. 둥근 공 위에서 시소라도 타듯 즐거워하는 엄마 아빠. 물구나무 선 엄마와 그 위에서 우산을 타고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아빠. 스케이트 보드위에서 만세를 부르며 사랑을 나누는 엄마 아빠. 그 표현의 자유로움이란!
오래 전 구성애아줌마가 (아우성으로 유명해지기 전에 텔레비젼에 한 번 나온 적이 있다.아침마당같은 프로에.)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구성애아줌마의 어머니는 성에 대해 궁금해하는 딸을 위해 체위까지 흉내를 내며 설명해 주었다 한다.구성애아줌마는 그런 솔직한 어머니가 참 좋았다고 이야기하며, 일어서서 어머니의 그 때 모습을 재현했다.그 특유의 몸짓과 우악스럽게만 느껴지는 말투로.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헛기침을 해대며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하는 그 자리에 앉아있던 내노라하는 박사님과 강사님의 표정이란.분위기의 심상찮음에 황망히 자기 자리에 돌아가 앉았지만, 아줌마 특유의 걸걸함으로 이야기를 끝까지 마무리 지었었다.
난 구성애아줌마의 솔직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며 아이가 커면 저 분의 어머니처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그럴 용기가 솔직히 나지 않았었다.그런데 이 책을 만나고 나의 숙제가 한결 가벼워짐을 느꼈었다.아이에게 있는 그대로의 성을 보여주는 것이 가끔씩, 순간순간 나를 곤혹스럽게도 만들지만, 자신의 느낌과 몸의 변화에 대해 부끄러워하지않고, 엄마에게 큰소리로 이야기해 주는 아이를 보면서,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엄마가 알을 낳았대>를 성에 대해 궁금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첫번째 책으로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