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신기한 알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3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3
레오 리오니 지음,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199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유머가 있다. 읽고나서 한바탕 큰소리로 웃을 수 있는 그림책이다. 아이들 그림책이 꼭 감동적이어야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해학 속에 세상을 꼬집는 비꼼과 풍자가 담겨있지 않은가! 난 이 책이 아이들의 세상 보는 눈을 좀 더 다양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조약돌 섬에 사는 세마리의 개구리 현주, 민호, 은정. 그 중 호기심많은 은정이 하루는 커다란 알을 하나 주워온다. 모르는 게 없는 현주가 그 알을 닭의 알이라고 하자 모두 그것이 달걀이라고 굳게 믿어버린다. 며칠 후, 알 속에서 깨어난 동물은 딱딱한 껍질에 꼬리가 길며, 수영을 잘 했다. 이제껏 세마리의 개구리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영법으로.

어느 날 물에 빠진 은정을 구해 준 닭은 은정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친구가 되어, 섬 전체를 탐험하게 되는데, 우연히 새 한마리가 날아와 둘을 닭의 엄마에게로 데려다준다. 닭을 본 엄마는 아주 크게 미소지으며, 풀밭의 바람소리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기 닭을 부른다.

닭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은정이는 친구들에게 지금까지의 일들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엄마닭이 아기닭을 뭐라고 불렀는지 아니?글쎄`나의 귀여운 악어야`하는 거야.'
'악어라고.'
'정말 우스운 이름이구나!.'
세 마리의 개구리는 웃고 또 웃는다.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는 내내 `큰 일 났네. 새끼 악어가 커면 개구리들을 다 잡아먹겠구나. 저게 악어라는 걸 빨리 알아 차릴 수 있으면 좋을텐데.`하며 조바심을 냈다. 그런데 친구가 되어 섬을 탐험한다기에 언제쯤 새끼 악어가 자신의 본성을 알아차릴지, 은정이는 빨리 도망칠 수 있을지를 걱정했다. 여기서도 나의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엄마닭을 찾으러 간다기에 `그러면 그렇지. 엄마 악어가 개구리들을 다 잡아먹겠구나.` 라고 어리석은 생각을 계속했다.

책읽기를 마치고 틀에 박힌 내 생각을 비웃는 작가의 재치가 느껴졌다. 우리 세대의 교육이 나의 상상력을 다 말살시켰나보다.^-^ 아는만큼 느낀다고 했던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감각은 무지하다. 순진하지만 우매하기 짝이 없는 개구리들의 모습이 자신만의 경험을 고집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기분 좋게 꼬집는 것 같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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