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웃음>은 언론기자들의 허위성과 그들이 만들어낸 매체의 작위적 진실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살인사건의 핵심을 파고들어 사실을 알아냈지만 그대로 보도할 수 없는 그 아이러니한 현실에 대해서도 성탄절에 잡아먹는 칠면조에 빗대어 스타의 이중성과 그것을 만들어낸 대중과 연예계 시스템에 대해 꼬집는다. 
 


"유머는 본래의 기능에서 벗어나 유머니스트들이 추구하는것과 상반되는 효과를 얻기 위한 무기로 사용될 수도 있네.
이를 테면 독재 체제를 강화하는데 이용될 수도 있다는 것일세.
예를 들어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는 유머를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기도 했어.
사람들을 웃게 함으로써 저항의 의지를 약화시키려고 했던 것이지."
 요즘의 '나는 꼼수다' ,'개그맨 최효종'의 이슈를 보더라도 대중의 웃음을 관장하는 사람들의 영향이 크다는 것은 단지 소설속의 이야기만은 아닌 듯 하다.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잠시나마 고단한 삶을 잊게 해주고 씁쓸하고 우울한 기분을 달래주는 능력. 상스러운 욕지꺼리를 입에 담거나 힘을 쓰지 않으면서 의도적으로 희화화하여 상대를 무력하게 만들고 그 순간이나마 다른 존재를 비틀수 있다는 위대한 힘. 
 무기력하고 권태로운 삶에 대한 두려움을 희석시켜주는 핵심적인 권력이 바로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이다.
 

한 미국인이 고층 빌딩 꼭대기에서 프랑스인 관광객에게 말했다.
"사실 뉴욕에는 뉴욕사람들만이 아는 비밀이 있죠. 빌딩들이 이렇게 높다보니 난기류가 생겨납니다. 그래서 사람이 그 기류를 타고 이 빌딩에서 저 빌딩으로 옮겨 다닐수가 있어요"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시는 거에요"
"제말을 못믿겠으면 제가 직접 보여드리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미국인은 창턱으로 올라서 두팔을 벌리고 훌쩍 몸을 날린다. 그리고 바람을 가르며 활공하여 맞은편 빌딩의 창턱에 내려선다.
"보셨죠? 기류가 사람의 무게를 떠받칠 수 있을 만큼 강합니다. 자, 이제 당신도 이리 건너와요"
프랑스인은 믿지못할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설마 하면서 창턱에 올라선다. 미국인이 다시 소리친다.
"그냥 기류에 몸을 맡기세요. 저절로 된다니까요"
그러자 프랑스인이 두팔을 벌리고 몸을 날린다. 그리고 자유낙하로 바닥에 떨어져 처참하게 생을 마감한다.
그때 미국인이 서 있는 창가에서 빌딩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속삭인다.
"당신도 술을 마시면 개차반이 되는 구먼, 안그래. 슈퍼맨?"

                                                            -다리우스 워즈니악의 스탠드업 코미디 중에서-
 책은 '웃음'의 밝은 면과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며 우리네 삶이 얼마나 그 영향을 많이 받아 왔는지 심지어 생명까지 위협될 수도 있다는 것을 베르나르 특유의 해학적인 표현으로 흥미롭고 깊게 파고들어진다.

태어나 사랑받지 못했기 때문에 사랑할줄 모르는 존재.
상대를 죽이는 독을 뿜어내는 웃음마져도 사랑의 표현이라 생각했던.
어떤것이 진정한 사랑인 줄 모르고 누구도 무엇이 정답이라 규정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인생의 출발선에서부터 돌이킬수 없는 상처를 입고 있어요. 때로는 부모들이 아이들의 삶을 파괴하기도 하죠.
부모들은 자녀들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대개는 자녀들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몰라요."

"부모들 역시 제대로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고 사랑하는 법을 배운적도 없기 때문이죠."

"자기가 경험하지 못한 사랑의 감정을 어떻게 무의 상태에서 만들어 낼 수 있겠어요?

다리우스도 마찬가지였을 거에요. 사랑받지 못했기에 남을 사랑하지 않는 아이였을 거에요."
무엇보다 그 웃음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던 남녀 주인공이 나눈 인간적인 감정의 교류가 마음에 와 닿았다.

그렇게 우리는 원래가 부족하고 모자란 존재이기에.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고 채워주고 싶은 마음이 함께 하게 만드는 것.
두사람의 콤플렉스가 서로 보상되는것.

그렇게 우리의 정신이 집착에서 벗어나 현실을 초월하기 위해, 그래서 우리는 웃는 것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