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의 여자들 - 인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나선 여자들의 속깊은 이야기 키친앤소울 시리즈 Kitchen & Soul series 2
황희연 지음 / 예담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카모메 식당'이라는 일본 영화가 있다. 한때 작품성으로 유명하게 거론되었던 영화였으나 마음의 당김이 없어 보진 않았다.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이 책을 읽는 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책은 카모메 식당의 여자들처럼 전과 다른 삶을 꿈꾸며 새로운 인생을 개척 중인 이들을 만나 인터뷰한 기록의 모음이다.

 그들이 인생의 방향을 튼 계기와 그 전환점을 기준으로 달라진 before 와 after 생활의 일면, 힘을 주는 소울 푸드 등 각 페이지마다 빼곡히 채워져 있는 일상의 사진들이 마치 월간 잡지를 읽고 있는 듯한 다채로운 느낌을 주며 호감과 흥미를 유발한다.
 인터뷰한 아홉 인물들의 나이가 그다지 어리지도, 넘치지도 않다는 점과 과거와 다른 인생을 꿈꾸는 것은 단지 무모하거나 꼭 어렵지만은 않다라는 생각이 그들과 나의 공통된 복안이었다.

  호기롭게 결정했다고 해서 심연 밑바닥에 있는 두려움까지 떨쳐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바닥에 있던 그림자가 불안과 절망을 먹고 조금씩 몸집을 불리우더니 이내 나를 집어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나니 그것은 결코 혼자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주체적인 삶을 꾸려나가길 원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이수해야하는 필연적인 단계라는 생각이 든다.
 


열정은 식었고 에너지는 바닥났고 관계는 포화지점을 넘었다. 모든 에너지가 바닥난 느낌이었다.

사람의 속을 알기위해 노력하기보다 겉모습을 통해, 사람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엉성한 관계만 맺어가게 된다.

덧칠한 관계, 화장기가 잔뜩 칠해진 관계들만 둥둥 떠다니는 세상이다.

 


지금도 여전히 방황하고 갈등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부단히 연구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 치열한 과정, 나를 알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바로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은 비었다가 채워지고 채워졌다가 다시 비워진다.

인생은 늘 변화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 잘 될거라는 주문을 외우며 하루 하루를 충실히 사는 것.

그래 지금이 바로 다시 삶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결국 원하는 그림을 끝내 완성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하려고 애쓴 과정이 '나'라는 인간의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리라.

가능성도 낮고 어려워보이고 감히 넘을 수 없을 만큼 높아 보이는 벽이지만.
 
저자의 말처럼 아직 이뤄내지 못했기에, 성취하고 싶은 욕망이 남아있기에, 그래서 행복한 순간이 지금 아닐까.

  

내 영혼을 표현할 수 있는 음식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감자와 호박을 넣으면 풍성하고, 시래기만 넣어도 깊은 맛을 내며 조개와 두부를 넣으면 담백하고 구수한 맛을 내주는, 그 어떤 재료에도 절대 자신의 맛을 잃지 않고 그리웠던 본래의 맛과 재료의 풍성함을 살리는 된장 찌개.
진이 다 빠진 순간에도 따끈한 현미밥에 구수한 된장찌개 한 그릇만 먹으면 잃어버린 생기와 기운이 나는 것 같다.


어쩌면 영혼을 표현하는 음식이라기 보다 그 조화로움과 구수함이 내가 세상을 살면서 내고자 하는 맛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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